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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단체소개-교도사목후원회
담 안 형제들과 나누는 형제적 사랑


이은영(데레사) 본지기자

대구 화원읍에 자리한 대구교도소. 창백해 보이는 하얀색의 나지막한 건물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지만 ‘교도소’임을 아는 사람들의 시선은 이내 다른 곳으로 향한다. 나와는 상관없는 곳, 다른 세상이라 여기며 무심히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겨울바람만큼이나 차갑다. 하지만 이러한 교도소를 수시로 드나들며 ‘담 안 형제들(이들은 재소자를 담 안 형제라고 부른다.)’의 교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 바로 대구 교도사목후원회(지도신부 : 김두찬 세례자 요한, 회장 : 김정윤 토마스) 회원들이다. 모두가 외면하는 그곳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봉사자들로 일 년 내내 바쁜 교도사목후원회 사무실을 찾아가 보았다.

 

대구대교구 내에서 담 안 형제들을 돌보는 사목활동은 1964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1978년, 화원성당 주임신부와 교도사목을 겸임했던 조정헌 신부는 후원회원 모집의 활성화를 위하여 교도사목후원회를 설립하였다. 그 후 1982년 예수성심시녀회 수녀를 초대 교도사목 전담수녀로 영입하면서 정식으로 담 안 형제들을 위한 활발한 사목활동과 후원회 관리가 이루어졌다. 그 후 1986년,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교도소 내 마태오성당도 설립하였다. 하지만 교도사목 전담신부 없이 인근의 화원성당 주임신부가 교도사목을 겸임하였기에 어려움과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 그래서 지난 2003년 9월 군종후원회를 맡고 있던 김두찬 신부가 정식으로 교도사목 담당으로 발령이 나면서 교도사목후원회는 활기를 띠고 있다. 김두찬 신부는 “그리스도께서 철저히 나누며 사셨던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살아야 한다.”고 전하면서 마태오복음 25장 35절을 예로 들며 “갇힌 이들을 찾아가고 또 그들에게 해준 것이 바로 주님께 한 것.”이라며 교도사목후원회에 대한 관심과 후원을 부탁했다.

 

현재 교도사목후원회에는 지도신부 아래 전담수녀와 회장 그리고 40여 명의 임원과 봉사자들, 20여 명의 간사 그리고 1,500여 명의 후원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후원회원들의 후원금과 간사들이 본당에서 직접 걷어온 후원회비로 임원과 봉사자들은 담 안 형제들을 신앙으로 교화시켜 하느님의 자녀로 바르게 생활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힘쓰고 있다.

 

특히 임원과 봉사자들은 자주 교도소를 드나들며 마태오성당 공동체 형제들을 위해 성가연습, 교리지도, 생활나누기, 상담, 간식제공, 천주교 종교행사 주관 등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대구교도소 내 마태오성당에서는 매주 금요일에 주일 특전미사가 봉헌되며, 소공동체 모임을 위하여 구역도 20개로 나뉘어져 있다. 또한 교구 세나뚜스의 지원을 받고 있는 4개의 쁘레시디움 회합과 예비신자 교리반도 매주 열린다. 이 외에도 장기수와 연고가 없는 담 안 형제들에게는 영치금을 지원하며, 이들이 성서를 통해 말씀 안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나눔회’, 신영세자들의 성숙한 신앙생활을 위한 교리반으로 신학생과 부제들이 봉사하고 있는 ‘까리따스회’도 있다. 또한 최고수(사형수)들에게는 전담수녀와 교리봉사자가 방문하여 교리지도와 생활나누기 그리고 지속적인 기도와 보살핌으로 그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신앙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러한 봉사자들의 노력의 결과, 신자 담 안 형제들이 교도소 내에서 솔선수범하며 모범적으로 생활하자, 이를 본 일반 담 안 형제들의 발길 또한 성당으로 이어지고 있단다.

 

한 봉사자는 교도소에서 만난 담 안 형제들을 보면서 “이렇게 순수한 사람들이 어떻게 죄를 지었나 싶어요. 그래서 봉사자들은 오히려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을 은혜라 여깁니다. 아프다가도 그들을 만나고 나오면 아프지가 않아요.”라고 한다. 그만큼 담 안 형제들과의 만남이 기쁨으로 다가오기 때문. 특히 예비신자 교리반에서 봉사할 때면 처음에는 섬뜩할 정도로 무섭게 보이던 그들의 눈빛이 교리를 받으면서 서서히 따뜻해져감을 느낄 때, 그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교도사목후원회는 한달에 한 번, 후원회원들을 위해 매월 셋째 주 화요일 오후 2시에 성모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고, 봉사자와 임원들을 위한 피정과 야유회도 있다. 대부분 10년 이상 봉사를 하고 있는데 담 안 형제들 가운데는 출소했으나 다시 교도소로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잘 살려고 노력하지만 사회의 편견에 부딪혀 다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고 봉사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회장 김정윤 씨는“밖에서는 아무리 악랄한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보통의 우리 이웃처럼 저희와 스스럼없이 지내지요. 신앙으로 교화된 사형수들을 볼 때면 참 안타깝습니다.”라며, 이 땅에서 사형제도가 폐지되어 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생명을 빼앗기보다 살아서 속죄할 수 있도록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 했다.

 

한 인간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체험한 이들이기에 하느님 구원 사업을 그만 둘 수가 없다. 사랑받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던 담 안 형제들이 교도사목후원회원들의 기도와 사랑으로 살아갈 희망과 힘을 얻고 다시 그 사랑을 전하고자 결심하기 때문이다. 지난 성탄 때 김두찬 신부는 담 안 형제들에게 성탄카드를 보내며 2005년 마태오성당 공동체의 목표를 밝혔다. 지난날의 잘못을 용서 청하며 주님 앞에 회개한 자의 모습으로 서기 위해 묵주기도 100만 단 봉헌운동을 펼치겠다는 것이 그 목표.

 

김두찬 신부는 “우리가 봉사를 열심히 하지만 닫혀진 형제들의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그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한데 미술?음악치료, 상담심리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기다린다.”고 전했다.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소외되었던 그들이지만 교도사목후원회원들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어린 손길로 담 안 형제들은 다시 태어나고 있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당신께 해준 것이라던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교도사목후원회 회원들의 삶이 무심히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또 하나의 교훈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