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10년이 지난 35세의 가정주부가 아침에 남편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난 뒤 저녁 무렵이 되어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려고 하면서 가슴이 답답해지자 응급실을 찾게 되었다. 벌써 다섯 번째 이런 증상으로 병원에 오게 된 것이다. 아직 아이는 없고 남편과 둘이서 생활하고 있는데, 남편은 사업에만 몰두하며 성격 또한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완전 마비증상이 와서 119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왔었는데, 이제는 좋지 않은 느낌이 생기면 미리 혼자서도 병원에 오곤 한다. 특히나 온몸에 마비가 와서 사지가 뒤틀리고 눈이 돌아갈 정도로 힘들어했는데, 당시 자기공명 뇌영상촬영(MRI)검사, 뇌파 등의 신체적 검사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나타났었다.
응급실에 여러 번 실려 온 후 신경과 선생님의 권유로 정신과를 방문하여 약물치료를 받게 된 환자는 다소 증상이 호전이 되기는 했지만, 이후에도 소화가 잘 안되고 목에 무엇인가 걸린 듯한 느낌이 지속되므로 병원을 옮겨 다른 선생님으로부터 치료를 받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환자가 잘 표현하지 못한 채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것들을 새로운 선생님에게 말로 표현하고 난 후로는 처음에 비해 90% 정도나 호전되었다며 이야기하였다.
이상의 내용에 나온 증상은 19세기 말 프랑스의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 샤르코가 피암시성이 높은 사람에게서 강한 감정은 히스테리 증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다. 그 후 프로이드는 무의식적 갈등에 의하여 히스테리 증상이 생기고 이런 환자는 정서적으로 강한 기억이 무의식에 담겨져 있다고 하였다.
이 환자에게서 보이는 ‘전환 장애’란 정신적인 에너지가 신체증상으로 변환되었다는 의미이며, 전환 장애란 신체형 장애 중에서 전환된 신체증상을 특징적으로 보이는 질병이다. 증상은 갑자기 발생하는 감각이나 수의 운동 기능의 상실로 나타난다.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거나 말을 하지 못하고 앞이 보이지 않게 되어, 처음에는 전환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하여 정신분석학의 기초이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증상 형성은 무의식적 과정으로 일어나는데, 대개 성적, 공격적 내지는 본능적 충동과 그 표현을 억압하고자 하는 갈등이 원인이 되며, 억압된 욕구는 신체증상으로 전환되어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환자는 증상의 의미를 모른다. 무의식적인 과정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환자는 신체증상을 통하여 괴로운 내적 갈등을 의식하지 않도록 하는 이득을 얻게 되고, 더 나아가 팔의 마비나 말을 할 수 없는 등의 증상으로 인하여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 있으며, 주위로부터 관심과 보호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주로 사춘기나 성인 초기에 발병하며, 여자에게 월등히 많아서 남자의 2-10배에 이른다. 증상은 경한 보행 장애에서부터 실신까지 다양한 운동증상과 팔다리의 경한 감각이상에서 실명까지 보이는 감각증상이 있으며 경련발작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90% 이상에서 증상은 갑자기 나타나서 수일 이내 혹은 1개월 정도 지속되다가 저절로 소실된다. 1/4정도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재발하기도 한다. 치료방법은 우선 담당의사의 말을 믿을 수 있게 되기 위해서 환자 스스로가 환자-의사관계를 공고히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의사가 하는 병에 대한 설명을 받아들이고 수긍할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하다.
일단 철저한 신체검사 이후에는 담당의사의 말에 따라 재검사를 반복하지 않고, 증상이 만성화되지 않도록 심리적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주위 사람들은 환자가 마치 꾀병을 하는 것같이 대할 수 있는데 이는 오히려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환자의 증상은 무의식적인 것으로 환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동반되는 우울, 불안, 불면 등의 증상이 있다면 같이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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