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점심시간, “자 밥 먹자.” “싫어, 안 먹어.” “딱 한 숟가락만 더 먹자.” “아파….” 여기저기서 교사와 아이들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이 핑계 저 핑계대며 밥을 먹지 않으려 버티는 아이들에게 교사들은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는 마음으로 붙잡고 있지만, 아이들은 이미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 그 모든 소리에서 홀로 나와 있는 듯 보였다.
하루에도 수 십번씩 아이들과 벌이는 이 전쟁(교사들은 사랑의 전쟁이라고 말한다.)에 지칠만도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대구를 벗어난 경산시 압량면에 터를 잡은 루도비꼬집,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마태 20,28)고 하신 주님의 말씀과 같이 사람들이 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또 부탁하기 어려운 일들을 기꺼이 받아들여 행하는 것이 하느님께 대한 경건한 봉사임을 자각하라는 창설자 루이 데랑드(Louis Deslandes, 한국이름 : 남대영) 신부의 정신을 받들어 탄생하게 되었다.
1993년 예수성심시녀회 수녀 2명과 여자 장애인 2명으로 시작된 루도비꼬집은 2000년에 정식인가를 받아 현재는 수도자들과 교사들 그리고 30여 명의 중증장애인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청소년(12세~18세) 중증장애인 시설이지만 비인가시설 때부터 머물고 있는 장애인들로 인해 실제 연령은 12세부터 29세까지이다.
탁정자(미리암) 원장 수녀는 “나라 법이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우리가 데리고 있었던 아이를 나가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이곳에 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중증장애인으로 집에서 돌보기 어렵거나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가정 형편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하루종일 아이를 보살피고 있을 형편이 못 되요.”라고 말한다.
루도비꼬집의 아이들은 자폐아, 지체장애, 정신지체장애로 상태가 그래도 괜찮은 아이들은 특수학교에 다니며 학업을 이어가고, 다른 아이들은 루도비꼬집에서 자체 개발한 재활훈련 프로그램으로 생활한다.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져 시행되는 훈련은 교육재활훈련, 사회재활 통합프로그램, 의료재활훈련이 있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의 사회적응 훈련과 자립심을 키워주는 신변자립훈련, 한글학습지도, 미술지도, 성가 및 동요지도, ADL(일상생활동작훈련), IPP(개별화프로그램계획), 특수학교 통학, 영화관람, 지하철 타기, 자전거 타기, 축구, 마라톤, 볼링 등이 있다. 또한 건강검진 및 관리, 물리치료실 이용, 보행훈련, 건강관리유지운동으로 아이들 건강에 항상 신경쓰고 있었다.
탁정자 원장 수녀는 “이 아이들은 노력한 만큼 효과가 있어요. 그 효과가 눈에 확실히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표는 나요. 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정말로 표가 나지 않아요. 이것이 장애인들과 일반인들의 차이점이에요.”라는 그녀에게서 진정으로 그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2005년 새해에는 아이들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식당을 가져보는 것이 소망이라는 탁정자 원장 수녀는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들을 보는 시선은 마치 전염병을 옮기는 병균처럼 피하고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들은 이 사실을 알아야 해요. 우리가 키가 크고, 작은 것처럼, 또한 얼굴 생김새가 각각 다른 것처럼 그냥 다른 것뿐이라고. 장애를 가진 사람과 우리는 다르지 않아요.”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강조한다.
중증 장애아들에게 사랑과 기쁨과 희망을 주는 루도비꼬집의 환가족들을 보며 2005년 한 해는 건강한 육신, 건강한 마음과 생각으로 이웃을 바라보고, 봉사할 수 있는 이들이 되어 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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