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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전이나 후나 사제로서의 내 신분이 바뀌는 것은 없다.”라는 말씀으로 인터뷰를 시작한 정대식(플로리아노) 신부는 오는 8월, 수도회 생활 그리고 교구사제로서 살아온 44년의 사목생활을 은퇴하신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정대식 신부를 황금성당에서 만나 뵈었다.
대건 고등학교 재학시절 김상목 신부를 따라 계산성당에 간 것이 계기가 되어 믿음을 갖게 되었다는 정 신부는 중창단, 문예반 등 교회활동을 통해 신앙생활의 참 맛을 알아가는 동안 서서히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났다.
훗날 《옛날 생각》이란 시집을 엮을 정도로 문학을 사랑했던 소년은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도 대구 가톨릭합창단 일원으로 노래를 통해 하느님과 지속적인 대화를 하는 등 신앙을 키워 나갔다.
졸업 후 대구 매일신문과 대구일보 기자로 재직하면서 보이지 않았던, 볼 수 없었던 사회부조리를 겪으면서 인간으로서 회의를 겪게 된 정 신부는 자기 자신에게 의문을 던지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삶이 인간으로서의 올바른 삶인가?’, ‘나 스스로를 만족하며 잘 사는 삶이 과연 무엇인가?’ 등의 거듭된 고민 끝에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 정 신부는 하느님의 은총 속에 사는 삶을 꿈꾸게 되었고, 마침내 1963년 12월 프랑스 가르멜 수도회에 입회하게 된다. 그 후 한국 남자 가르멜 수도회 창설 멤버로 초대 지부장을 역임하고, 서울 가톨릭 교리 신학원 교수, 서울 가톨릭 신학대학 강사, 가르멜 수도회 인천수도원장, 한국 초대지부장의 수도생활을 거치는 동안 건강이 악화된 정 신부는 심장수술 등 건강상의 이유로 공동체 생활이 어려워져 휴양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차 교구의 요청으로 대구 가톨릭대학교에서 영성강의를 시작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교구사제로서 제2의 삶을 살게 되신 정대식 신부는 “공의회 전·후의 규율이 변하면서 강의를 시작한 그 해인 1993년부터 교구사제로서의 은혜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교구사제로 10년 동안 후학 양성에 힘썼고, 2003년 정년퇴임을 한 후에는 처음이자 마지막 본당인 황금성당에서 사목 중이다.
첫 마음은 수사로서의 삶을 원했다는 정대식 신부는 “원장 신부님이 한국에는 남자 가르멜 수도회가 없으니 네가 수사 신부가 되어 한국에 가르멜 수도회를 알리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에 선뜻 ‘예’라고 할 수 없었지만 신학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움직이게 됐다.”며 수사 신부로서의 첫발을 그렇게 내딛었다. 그러나 정 신부는 학년이 진급될 때마다 ‘내가 과연 사제가 되어도 될까?’라는 고민의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결국 사제의 삶을 사는 현재 그 당시의 모든 것 또한 하느님의 뜻이었고, 감히 피할 수 없는 운명임을 느꼈다는 정 신부는 “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하느님께 감사 드린다.”고 말한다.
신앙생활은 기도로부터 시작된다는 정 신부는 본당에서도 신자들에게 기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사 참례 전 또는 미사 시간 15분 전, 매일 미사책 복음부분과 해설부분(말씀의 초대)을 읽고 난 후에 영성체 후 묵상과 오늘의 묵상을 읽고 나면 미사 중 강론과 그날의 복음이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신자들 중에는 그런 체험을 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해오기도 한다. 또한 정대식 신부는 “처음에는 힘들어하는 신자도 있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묵상기도에 푹 빠져 산다.”며 “위와 같은 방법으로 묵상기도를 반복하다 보면 성경말씀도, 기도도 어느새 우리의 것이 된다.”며 일상생활의 묵상과 기도생활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강조한다.
정대식 신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을 인용해서 “공동체 삶 속의 우리는 ‘나는 너를 필요로 하는 존재, 너는 나를 필요로 하는 존재’로 우리는 서로를 나누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서 본당에서도,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함께 나눈다.’, ‘함께 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삶.”이라고 말한다.
‘기쁜(즐거운) 가운데 하느님을 섬겨라.’라는 말씀으로 한평생을 살아오셨다는 정대식 신부의 “하루를 사는 동안 한 번이라도 더 웃으면 지혜로운 삶을 사는 원동력이 되고, 화내고 남을 탓하면 죄를 짓는 삶이 된다.”는 말씀을 통해 노사제의 삶의 진리를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후배사제들과 신자들에게 덕담을 부탁하자 정 신부는 후배들에게는 “어디를 가건, 무엇을 하건, 내가 무엇을 입든 자신이 사제라는 사실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을 남겼고, 신자들에게는 “열심히 봉사하고 신앙 생활하는 가운데 시간적·물질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바르게 사랑할 수 없다.”며 “손해보는 만큼 나 자신의 마음이 커 나가는 것임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남겼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함께 나누고,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언지 생각하며 주위를 돌아보다 문득 ‘우리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보고 계시는 하느님의 깊은 뜻을 우리는 얼마나 헤아리며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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