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등학생 때 사제가 되는 것이 꿈이었기에 우선 신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제 목표였습니다. 신학교 때 제 꿈은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라는 소설에 나오는 치셤 신부님 같은 신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매사에 성실하고 모든 이를 사랑하며 소박하게 사제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제가 되어서도 그렇게 잘 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꿈을 버리지 않았습니다만 이런 저에게 보좌주교 임명 소식이 전해졌을 때 저는 참 많이 당황했습니다. 베드로 사도처럼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에게서 떠나주십시오.” 하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저도 제 자신을 좀 알거든요. 저는 뭘 내세울 만한 것 하나 없는, 참으로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아직도 하느님의 뜻을 다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하느님께서 저를 무척이나 사랑하신다는, 참 많이도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저에게 과분한 은총을 넘치도록 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저에 대한 하느님의 한량없는 사랑을 믿고 나아가고자 합니다. 저에게 주시는 하느님의 은총만을 믿고 나아가고자 합니다.
제가 참으로 사심 없이 교회를 위해, 하느님 백성과 그 나라를 위해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한결같은 마음으로 헌신할 수 있도록 여러분, 기도해 주십시오.
제가 대구대교구 보좌주교로서 교구장이신 최대주교님을 잘 보필하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100주년을 앞두고 있는 우리 교구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위해서 저에게 주어진 주교직의 임무를 온 마음과 온 정성을 다해 할 수 있도록 여러분, 기도해 주십시오. 제가 하고자 하는 일에 교구의 모든 신부님들과 신자분들도 함께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혼자 부르는 독창보다는 여럿이 함께 부르는 합창이 더욱 힘이 있고 아름답습니다.
그리하여 저도 여러분과 같이 마지막 날에 ‘달릴 길을 다 달렸다’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느님 앞에 부끄럼 없이 설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오늘 참으로 감사합니다. 오늘 이 멀리까지 오셔서 축사를 해주신 김수환 추기경님, 정진석 추기경님, 에밀 폴 체릭 교황대사님, 그리고 늘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곁에서 저를 지켜봐주신 이문희 대주교님과 오늘 교구장으로 착좌하시자마자 주교서품 주례를 해주신 최영수 대주교님,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주교회의 의장이신 장익 주교님을 비롯한 모든 주교님들 그리고 제 사제서품 때 본당신부님이셨는데 오늘 주교서품에서도 (과분한) 축사를 해주신 조정헌 주교대리 신부님과 모든 신부님들, 수도자분들 그리고 저의 어머님과 형제 친척분들, 7년 전에 하늘나라에 가셨지만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아버님, 베들레헴 공동체 가족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시고 기도해 주시는 모든 신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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