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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책 한 권
<주님이 이름을 부르시면>


박예진(율리안나)|대덕성당

1학기 교리시간, 내가 가르치는 4학년 아이들과 교리 수업을 하던 중 아이들에게 “하느님께서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신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고 물어 본적이 있다.

아이들의 작고 고운 입에서 나온 말은 “네. 하고 대답하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착하게 살아야지요.”였다.
당연하다는 듯 대답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순간 멈칫 했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도 아이들처럼 그렇게 대답 할 수 있을까?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 나의 모습은 과연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인가? 하는 생각들 때문이었다.

본당 주일학교 여름 산간학교를 모두 끝마치고 찾아간 바오로 딸 서점에서 그날의 교리시간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 책이 미셸의 《주님이 이름을 부르시면》이었다. 

《주님이 이름을 부르시면》은 매매춘에서 나와 열렬한 가톨릭 신자가 된 한 프랑스 여성의 신앙 고백서이다. 술주정뱅이 아버지, 가정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었던 아버지를 대신하여 자식들과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 불우하고 가난했던 가정환경을 견디지 못해 열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형제들과 뿔뿔이 흩어져 일자리도 구하지 못한 채 꾐에 넘어가 창녀가 된 미셸이 주인공이다.

평생 자신은 창녀로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미셸은 가톨릭 노동 청년회 회원들의 도움으로 하느님을 알게 된다. 그녀는 하느님을 알게 되고 깊은 신앙심을 갖게 되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순간순간 자신을 유혹하는 것들에 빠지게 되지만 그때마다 간절한 기도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용서 받으려고 한다.

그런 미셸을 하느님께서는 은총과 사랑으로 보듬어 당신의 자녀로 이끌어 주신다. 하느님의 큰 사랑과 은총을 받은 미셸은 자신을 오롯이 내려놓고 과거의 자신처럼 절망 속에 빠져 있는 형제·자매들을 위해 헌신한다.

이 글을 읽고 나서 하느님께서는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든 간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보살펴 주시고 우리 삶을 계획 하신대로 이끌어 주신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당신의 자녀로 살아가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미셸의 모습을 보면서 현재 나의 모습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참된 모습인지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한없이 모자라고 부족한 나를 당신의 자녀로 살아갈 수 있게 불러 주시고, 도구로 쓰시고자 교사라는 이름으로 한 번 더 나를 부르셨던 하느님. 하느님의 부르심이란 걸 알면서도 대답하지 않았던 내 모습이 떠올랐고 그런 나를 놓지 않으셨던 하느님의 크신 사랑에 감사하게 되었다. 

나도 그렇고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어려움과 고통을 겪게 된다. 어려움과 고통이 찾아올 때마다 그 자리에 주저앉지 말고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의지하면서 이겨 내었으면 좋겠다. 그분을 믿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미셸처럼 말이다. 좋은 것을 주시든, 조금 덜 좋은 것을 주시든, 많이 주시든, 적게 주시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절대 내버려두지 않으신다.

예수님을 찾지 못해 절망에 빠져 울고 있던 마리아 막달레나를 부르셨던 것처럼, 암흑 속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던 미셸을 밝은 빛의 길로 부르셨던 것처럼 말이다.

그분께서 우리들의 이름을 부르신다는 것은 주님께서 쓰시겠다(루카 19, 31)는 말씀이시며 이름을 부르시면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하느님을 사랑해야 하고(신명 6,4) 기꺼이 주님의 일꾼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동안 주님께서 내 이름을 많이 부르실 수 있도록 바르게 살아가고 나를 통해 그분의 모습이 드러날 수 있도록 참된 신앙인으로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