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들마다 다양한 분야의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 유난히 어르신들을 주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단체가 위령회이다. 선뜻 다가서긴 쉽지 않지만 한번 활동을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는 위령회원들. 그들은 1년 365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 세상 떠나는 영혼의 마지막 갈무리를 위해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다.
“새벽미사 때마다 먼저 떠난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다 보면 입이 바쁘다.”는 말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남수(레지나, 82세) 할머니. 연세에 비해 고운 모습의 할머니는 “젊었을 때 우리 계산본당에서는 초상이 나면 동정녀들이 모여 수의도 짓고 소렴도 하며 선종한 이들을 위해 애를 썼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이 활동을 시작한 것이 그새 40여 년이 되어간다.”고 했다.
현재 계산동성당 위령회(주임 : 이재수 시몬 신부, 회장 : 김기원 안드레아)에는 300여 명의 회원들이 있는데, 신자 혹은 대세자가 임종을 하면 곧바로 위령회장에게 연락을 하고, 위령회장은 간부들에게 연락을 하여 많은 신자들이 연도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구역 외 신자가 많은 본당의 특성상 때로는 연락하는 데 불편함이 따르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잘 알아서 하는 것 또한 회원들의 오랜 경험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임종자를 위해 열심히 연도를 하고, 장지까지 따라가서 마지막 가는 길을 기도로 보내드린다.”는 위령회 김기원 회장은 “대략 초상이 나면 줄초상이 나는 경우도 더러더러 있어서 어느 때는 서로 나뉘어 장지를 따라 가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마지막 가는 길이라 마음이 착잡하고 애틋하지만, 떠나는 분들을 잘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에 위령회 봉사는 보람이 더 큰 것 같다.”는 권순기(카타리나) 자매님은 15년째 위령회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렇듯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본당의 위령회원들에게도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 그동안 구연도를 바치다가 최근에 신연도를 바치면서 잘 적응하고 있는데 요즘 들어 부쩍 노래연도를 하는 곳이 있어 다소 힘들다며, 연도에도 통일성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때로는 위령회 활동이 힘들 때도 있지만 임종자들의 가족이 교리반에 입교하여 세례를 받을 때 회원들은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지금 이 시각에도 움켜쥐었던 삶의 자락을 놓고 빈손으로 떠나는 임종자들의 마지막 가는 길에 기도로 등불 밝혀주는 위령회원들. 끊이지 않는 그들의 기도가 함께 하기에 먼 길 떠나는 영혼들이 조금은 덜 외로울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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