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교황령 「거룩한 규율법」(Sacrae Disciplinae Leges)으로 「교회법전」(1983)을 반포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따라 교회의 참되고 진정한 모습을 나타내는 아래의 근본 요소들을 이 교황령 안에 포함시키셨다. 곧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며 교회의 교계적 권위는 봉사라고 제시하는 교리 : 교회를 친교로 묘사하며 지역교회와 세계교회 주교단과 수위권의 상호 관계를 설명하는 교리: 하느님 백성의 모든 구성원이 각자에게 알맞은 방식으로 그리스도의 세 가지 직무인 사제직, 예언자직, 왕직에 참여하게 하는 교리”이다.
「교회법전」은 공의회의 가르침에 충실하여 교구 대의원회의라는 전통적 기구에 대하여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그 개념에는 위에서 말한 교회론에 대한 통찰이 수렴되어 있다. 그러한 교회 회의들을 개최할 때 준수해야 할 법규범은 교회법 제460-468조에 설명되어 있다.
교구 대의원회의는 공의회의 쇄신을 이루는 데 언제나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교회법전」의 반포 이후 점점 더 많은 교구에서 교구 대의원회의를 개최하고 있거나 개최하려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특별히 언급할 수 있는 것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 중요한 가르침의 기회를 제공한 바 있는 1983년 성령 강림 대축일에 폐막된 로마교구 제2차 사목대의원회의이다. 최근들어 교구 친교의 형태 속에 때때로 ‘교구 회합’으로 묘사되는 또 다른 친교의 형태도 채택되어 왔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한 회합들에는 교구 대의원회의의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정확한 교회법적 성격은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이 훈령은 교구 대의원회의에 관한 교회법의 규정들을 설명하고 그 규정의 집행에서 지킬 방식들을 정하고 발전시키는 데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여겨진다. ‘교구 회합’ 또는 그와 비슷한 다른 교회 모임들이 교구 대의원회의의 목적이나 구성과 닮았다면 그리고 개별 교구의 통치의 합법적인 효과를 갖게 하려면 현재 시행 중인 법규정과 이 훈령을 참고하여 그러한 회합이나 모임들을 교회의 법질서 안에 정식으로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훈령에는 교구 대의원회의 개최에 관한 주요한 문제들을 다룬 부록이 첨부되어 있다. 이 문제들은 「교회법전」에 예시되어 있는 것처럼 교구 규범으로 결정해야 한다. 이 훈령이 교구 대의원회의 준비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라틴교회의 주교 직무 수행과 관련된 문제들을 취급하는 소관 부서인 주교성과 인류복음화성은 이 훈령을 라틴 예법의 모든 주교에게 제시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하여 형제적 도움을 주도록 요청해 온 많은 주교들의 요구에 답하는 동시에 그 동안 제기되어 온 몇 가지 결점과 불일치를 보완하고자 한다.
Ⅰ. 교구 대의원회의의 성격과 목적에 관한 서문
교회법 제460조는 교구 대의원회의를 “교구 공동체 전체의 선익을 위하여 교구장 주교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지역교회의 선발된 사제들과 기타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회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1. 교구 대의원회의의 목적은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통치하는 고유한 직무를 수행하는 주교를 돕는 것이다.
이 목적은 대의원회의 활동에 참여하는 사제들, 곧 “하느님 백성에게 봉사하도록 부름받아 주교에게 섭리된 협력자이며 주교직 수행에 도움이 되는 선택된 도구”인 사제들의 특별한 역할을 말해 준다. 대의원회의는 또한 주교들이 선발된 수도자들뿐만 아니라 일부 평신도 대의원들에게도 자기 자신과 그의 사제들을 도와달라고 요청할 기회를 제공한다. 대의원회의는 그러한 책임의 특별한 형태로써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모든 신자와 관계된다.
대의원회의 과정에서 주교는 또한 그에게 맡겨진 교회를 통치할 직무를 수행한다. 그는 대의원회의의 소집을 결정하고, 대의원회의에서 토의할 문제들을 제안하며, 대의원회의의 모든 회기를 주재한다. 더 나아가 주교는 유일한 입법자로서 대의원회의의 선언과 교령에 서명을 하며, 그 발표를 명한다.
그러므로 대의원회의는 “전후 관계상 불가분하게 주교 통치의 한 행위이고 하나의 친교 행사이므로, 교회의 심오한 본질에 속하는 교계적 친교의 성격을 나타낸다.” 따라서 하느님 백성은 조직이 없는 그리스도 제자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그 창시자의 뜻에 따라 시초부터 유기적으로 조직된 사제 공동체이다. 어느 교구에서나 사제 공동체의 으뜸은 일치의 볼 수 있는 원천이며 기초이자 그 교구의 유일한 대표자인 주교이다. 따라서 ‘하느님 백성의 대표’라는 이유로 대의원회의를 주교와 대립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교회의 관계의 진정한 질서를 거스르는 것이다.
2. 대의원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교구장 주교가 제안한 문제들에 대하여 의견이나 ‘투표’로 명확히 의사를 밝힘으로써 “교구장 주교에게 도움을 준다.” 이 ‘투표’를 ‘건의’ 투표라고 정의하는 이유는 대의원들의 권고를 받아들이느냐 않느냐는 주교의 자유임을 나타내기 위해서이다. 그렇다고 하여 그러한 ‘투표’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거나 대의원회의의 최종 결과에 대하여 책임이 없는 사람을 참여시키는 단순한 ‘형식상’의 협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의원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그들의 경험과 조언으로 이른바 ‘대의원회의’의 선언과 교령을 작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주교는 교구를 통치할 때 앞으로 이 선언들과 교령들에서 영감을 받게 된다.
한편 주교는 대의원회의 회기 동안 교회의 진정한 스승으로서 토의를 이끌어가며,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가르치고 고쳐주어야 할 것이다. 표명된 여러 의견을 식별하는 것은 주교의 의무이므로, 주교는 대의원들의 의견을 들은 뒤 모든 것을 세밀히 조사하여 좋은 것은 보존해야 할 것이다. 대의원회의를 마칠 때 주교는 대의원회의의 선언과 교령에 서명함으로써 그 선언들과 교령들이 가르치고 의무 지우는 모든 것에 권위를 부여한다. 이렇게 하여 주교의 권위는 그 직무에서 그것이 지니는 진정한 성격을 나타낸다. 이는 독단적인 뜻을 강요하지 않고 교구 안에서 정하여진 때에 성령께서 원하시는 바를 식별하려 노력하며, “수하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함께 협력하도록 그들을 권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3. 친교와 선교는 교회 사목 활동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측면으로서, 교회법 제460조에 명시된 것처럼 대의원회의의 최종 목표인 “교구 공동체의 선익”을 이룬다.
대의원회의의 과업은 교회의 구원 교리를 받아들이도록 장려하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자들을 격려하는 것이다. 교회는 “교회를 이루는 친교를 선포하고 증언하며 또한 친교를 실현하고 전파하기 위하여 세상에 파견”되었기 때문에 대의원회의는 합법적 사목자들의 인도로 촉진되어 수많은 교회 활동에 영감을 주는 사도적 열정을 더욱 부추기고자 노력한다. 모든 공동체의 쇄신과 선교 쇄신은 필연적으로 하느님의 교역자들의 거룩함에 달려 있으므로, 사제생활의 지속적인 향상과 사제 교육 그리고 사제 성소와 수도생활의 지속적인 향상과 사제 교육 그리고 사제 성소와 수도생활 성소의 증진에 마땅히 힘써야 한다.
대의원회의는 교구 내의 교회 친교를 증명하고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특히 대의원회의의 선언과 교령을 통하여 교회의 일치를 조성하고 강화한다. 따라서 대의원회의 문서들은 교회의 보편 교도권을 정확히 반영해야 하며, 여러 교구에서 발생하는 특정 상황에 공통된 교회법 규율을 적용해야 한다. 베드로 후계자의 직무와 주교단의 직무는 지역교회와 관계없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모든 지역교회의 필수적 요소이며 모든 교구 친교의 토대를 이루는 요소이다.
이처럼 대의원회의는 지역교회의 사목 활동들을 구체화하는 데 기여하며, 지역교회 자체의 전례와 영성, 교회법적 전통들을 지속시켜준다. 대의원회의는 지역의 법률적 유산과 교구의 사목적 통치를 위한 지침들을 주의 깊게 성찰하고 연구하면서 언제나 쇄신의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필요하다면 교구 규범의 결함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대의원회의는 또한 이미 진행중인 사목 계획의 적절성을 평가해야 할 것이며, 하느님 은총의 도우심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면 새로운 사목 계획들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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