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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화읽기
청소년들의 흡연문제


이수남(요한) 영진고등학교 교사, 구암성당

지금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얼마나 많이 담배를 피우고 있을까? 청소년들의 흡연율은 남자 고등학생 기준으로 약 30% 정도로 세계의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은 이미 밝혀진 바 있다. 또한 흡연 시작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여학생의 흡연율이 급격히 늘고 있는 실정이어서 모두들 걱정이 크다.

게다가 아직 우리나라에서 흡연 청소년을 위한 금연교육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으며, 학교에서 흡연사실이 발각되더라도 단순한 체벌이나 봉사활동 등 일회성에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흔히 “청소년 흡연자들은 흡연기간이 길지 않아 의지만 있으면 금연하기가 쉽다.”고 알고 있지만, 어느 유명 병원 청소년 금연클리닉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자 역시 성인과 비슷한 수준의 니코틴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청소년들의 흡연 문제 역시 지금의 지도 및 체벌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성인과 마찬가지로 과학적이며 심리적인 접근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한 학생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다.

창호(가명, 고2)의 어머니는 아들의 방을 청소하다가 쓰레기통에서 담배꽁초를 발견하였다. 얼마 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지만 ‘아버지가 버리셨겠지.’하고 무심히 넘겨 버렸는데, 그날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책상 서랍을 뒤져 보았다. 그랬더니 담배 부스러기가 서랍 구석 곳곳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학교에서도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었다.

이 학생의 경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를 입학하기 전 그 사이라고 한다. 요즘 아이들 치고는 담배 배우기를 시작한 게 비교적 늦은 편이다. 왜냐하면, 흡연 때문에 교내 ‘선도위원회’에서 징계가 결정된 이후 개인 상담지도로 들어가서 그 사정을 들어보면 놀랍게도 초등학교 상급학년에서부터 중 1,2학년 사이에 담배를 시작한 경우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서 공부는 등한시되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기회는 많아져서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어른들의 애를 태우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창호의 경우에는 공부는 비록 못하지만, 학급에서 다른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고 학생회까지 들어가서 모범을 보이는 일이 많아서 교사들이나 학부모가 그 아이의 흡연 사실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른 전반적인 생활이 다 잘 되는 편인데, 그 아이는 흡연 문제 하나 때문에 좋은 이미지를 망쳐버리는 그런 안타까운 입장이었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지 불과 2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그 학생은 스스로는 담배를 끊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는 학교의 권고에 의해서 부모와 함께 흡연을 치료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뿐 아니라, 방학 때에는 금연학교에 입교하여 수료증을 반드시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요구를 받고 있다.

이처럼 우리 청소년들이 가장 호기심을 많이 가지고 하고 싶어 하는 행위 중의 하나가 흡연이다. 개방적이고 허용적인 방향으로 사회가 변함에 따라 학생들이 흡연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커져, 남녀를 막론하고 청소년들의 흡연인구는 날로 늘어가고 있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그들은 혼자서나 집단으로 몰래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심한 경우는 공공연히 성인들이 보는 앞에서 피우기도 한다.

청소년들의 흡연은 그들의 건강과 성장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만이 아니라, 음주를 하거나 유흥업소를 출입하는 등 다른 종류의 탈선과 병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부모와 교사들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게 되는 원인은 음주를 하는 원인과 거의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즉 단순한 호기심, 성인과 동등한 입장이 되고 싶은 욕망, 부모와 주위 성인들에 대한 적대감과 반항심, 친구들로부터 인정을 얻기 위한 수단, 열등감과 무기력감을 해소하기 위한 자극과 쾌락의 추구, 불안정하고 원만하지 못한 가정으로부터의 도피, 정서적 갈등으로부터의 도피 등이 그 원인이 된다.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흡연의 악영향과 금연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일찍부터 철저히 시작해야 한다. 부모가 수시로 자녀에게 가르쳐 줌은 물론이며, 학교에서도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꼭 금연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이 좋다. 혹 이미 담배를 심하게 많이 피워온 학생이 있으면 따로 집중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도록 하는 것도 좋다. 요즘은 옛날처럼 말로만 흡연이 나쁘다는 식이 아니라, 왜 어떻게 나쁜지에 관해 구체적으로 시청각 교육을 할 수 있는 자료가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부모와 교사는 학생이 담배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아야 하며, 상인들이 청소년에게 담배를 개비로 파는 것 또한 규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장래와 입시로 인해 느끼는 불안감과 무기력에 대해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가정과 학교에 마련되어서 그러한 갈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건전하게 여가를 즐기고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어른 분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늦가을, 산책하기 좋은 계절, 집근처 어디든 좋을 것이다. 단풍잎이 떨어지는 큰 나무 아래 호젓한 길을 자녀와 함께 걸으면서 우리 아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한번 보면 어떨까 한다. 그런 기회가 우리 청소년들을 이해할 수 있는 참 좋은 기회일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