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6일(주일), 설 연휴를 앞두고 불로성당(주임신부 : 박태범 라자로)에서는 ‘소공동체’를 주제로 ‘본당 시노드’가 열렸다. 이 시노드에는 교구 사목국장 류승기(바오로) 신부와 박태범 주임신부 그리고 사목평의회 위원들과 구역장, 반장, 레지오 단원 등 본당신자 150여 명이 참석하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교구 사목국장 류승기 신부는 이날 미사 강론에서 “좋은 본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제가 하자는 대로 하기 보다 본당 신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생각하고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러분들의 본당이므로 주인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렵더라도 여러분들이 오늘 회의에서 걱정하고 연구한 것을 토대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겨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의 교회로 성장하도록 노력하자.”며 격려했다. 이날 시노드는 류승기 신부의 격려사 그리고 시노드 취지와 2005년 본당 사목지침에 대한 박태범 주임신부의 설명에 이어 주제에 대한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소공동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새롭게 이해된 교회의 본질과 이상을 현실속에서 구체화하기 위한 교회 쇄신운동이다. 선택할 수도 안할 수도 있는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따라가야 할 교회의 미래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 우리 교구는 본당마다 복음나누기 중심의 ‘매주 하는 소공동체 모임’을 적극 장려하며 단계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소공동체 모임을 하는데 있어 본당마다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신자들의 소극적인 태도, 한 달에 한 번 열리던 기존 반모임과의 혼돈 그리고 매주 있는 쁘레시디움 회합과의 병행 등이 신앙생활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불로성당은 이 시노드를 통해 소공동체 모임의 중요성에 대해 함께 인식하고, 이에 대한 본당 신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제기된 문제점들은 함께 해결해 나가면서 소공동체 모임이 정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불로성당은 2003년 지묘성당 분가 후 본당 분위기가 침체되자 지난해에 전신자 모두가 선교에 매진하여 많은 수의 예비신자들을 새가족으로 맞았다. 소공동체 모임이 잘 되면 예비신자 관리가 훨씬 수월해질 터. 이러한 본당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 불로성당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사목적 방향을 ‘매주 모임을 갖는 소공동체 모임의 활성화’로 정하고 이번 시노드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첫 발제자로 나선 홍석헌(미카엘) 구역협의회 회장은 “변화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서 ‘소공동체 모임’은 본당 공동체에서 일부가 아닌 전신자가 학력, 빈부, 남녀노소에 제한없이 참석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성서중심의 소공동체 활동을 통해 우리의 신앙생활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첫 발표가 끝나자 불로성당 신자들은 소공동체 모임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을 드러냈다. 이미 소공동체 모임을 하고 있다는 한 토론자는 “소공동체 모임을 통해 성서도 읽게 되고 성서를 토대로 삶을 나누게 된다.”며 “내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게 되면서 그 분들과 친교도 나누게 되고 어려운 이웃도 돌보게 된다.”고 했다. 그 밖에 “소공동체 모임 때면 늘 하는 자유기도를 통해 틀에 박힌 기도문 외우기에서 벗어나 이젠 기도도 잘 하게 되었다.”면서 “어르신들도 복음나누기와 자유기도를 잘 하신다.” 며 소공동체가 세대와 학력, 나이에 상관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모임임을 부각시켰다. 또한 “소공동체 모임이 거주지 중심으로 매주 이루어지다보면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귀감을 주어 특별히 선교활동을 하지 않아도 천주교를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매주 회합을 갖는 레지오와 병행하려고 하니 많이 부담스럽다.” “아직까지도 소공동체의 모임의 취지나 성격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신자 스스로가 원하는 모임이나 단체를 선택하되 소공동체 모임에 대한 홍보나 교육이 더 있어야 하겠다.” “다른 신심단체에 비해 아직 간부 구성이 체계적이지 못해 소공동체 모임을 이끄는 대표자로서 힘들다.”라는 문제점들도 제기되었다. 시노드 중간중간 신자들이 평소 소공동체 모임에 대해 갖고 있었던 잘못된 선입견이나 궁금했던 사항들은 류승기 신부가 답변해 주었다.
이 날 시노드를 통해 불로성당 신자들은 소공동체 모임이 교회 공동체 내에서 일부만이 참여하는 그런 신심단체나 제단체가 아님을 인식하면서 그 차이점과 장단점도 알았을 것이다. 동시에 소공동체 모임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의 지체인 우리가 당연히 따라야 할 교회의 비전임을 알았다. 다만 매주 하는 소공동체 모임이 단 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본당 시노드가 마련되었다고 하겠다. 이런 기회를 통해서 신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합의과정을 거치면서 본당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걱정하고 함께 책임지도록 한 것이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둘이나 셋이 모인 곳에 하느님께서 함께 하신다고 하였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 고통 가운데 있는 이웃이 있는지조차 몰랐던 우리 신앙생활이 소공동체 모임을 통해 하느님이 원하시는 교회 공동체 모습으로 쇄신되기를 바래본다. 박태범 신부는 시노드를 정리하며 “바뀔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공론화시키는 과정이 오늘 우리가 시도한 이 회의.”라면서 “열띤 토론에 감사한다.”고 신자들에게 전했다. 박태범 신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어떤 주제로든 신자들의 의견수렴과 합의 그리고 본당 사목방향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다른 주제로도 시노드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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