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들은 문에는 앞뒤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집이나 도시의 출입구인 문을 지키는 야누스를 수호신으로 섬겼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어오고 나가는 두 가지가 가능했다. 그래서 라틴어로 1월을 야누아리우스(Januarius)라고 하고, 영어로는 재뉴어리(January)라고 한다. 바로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는 뜻이다.
한 해의 시작은 없었던 무엇이 뚝 떨어져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12월에서 이어지는 것으로, 마무리와 이어지는 새로운 시작은 같은 지점이다. 얼음이 영도에서 녹기도 하지만 얼기도 하는 것과 같다.
2008년 새해를 시작하며 우리는 올 한 해를 더욱 알차고 보람되게 보내기 위해 새해에 대한 계획을 주도면밀하게 잘 세워야 한다. 물론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살아가는 편리한 방법은 매우 간편하고 쉽긴 하지만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고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렵다. 그만큼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되고 목표에 도달하기 어렵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의 의미는 시작하기 위한 준비와 계획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2008년 교구장의 사목지침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인식하기 위해 ‘성찰의 해’가 되도록 하라고 강조하신 것은 지피지기(知彼知己), 즉 솔직한 자신의 모습에서 장점과 단점을 알고 가능성 있는 일을 계획하여 추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지금 급격한 인간화, 사회화, 우주화의 변화시대에 살고 있다. 능력 위주의 무한 경쟁으로 인하여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영향으로 윤리, 도덕의 가치관이 깨어지고 인간의 존엄성마저도 지켜지지 못하는 현실이다. 지역, 사회, 국가 간에도 연대의식 보다는 자국의 이익에 급급한 패권주의가 전쟁의 불씨가 되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화석연료 과다사용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심각한 자연 오염은 자연 환경이 파괴되어 인류의 생존권마저도 위협을 당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슬기롭게 현실의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창조질서에 따라서 인간성 회복과 함께 서로의 다양성과 다문화를 받아들이며 양보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연대와 유대감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직시하며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자질과 능력을 발휘하고자 노력하여야 한다.
1) 역사 배우기
우리 교구는 2011년 교구 설정 100주년을 맞이하는 빛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가진 100년의 전통은 강력한 장점이 될 수 있다. 전통은 과거 유산의 기억을 통하여 되살리며 이를 통하여 현실과 미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과거의 유산인 전통이 우리 안에서 되살아나야 한다. 그래서 100년의 교구 역사를 열심히 연구해야 한다.
- 교구 역사와 전통을 알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100년사 자료집 총18권, 영남교회사, 대구의 순교자들, 20위 시성시복 관련자료, 성지, <빛> 잡지 관련서적)
- 나는 본당공동체에 소속감을 분명히 느끼고 있는가?(교적)
- 본당의 구성원으로서 본분을 다하고 있는가?(교무금, 봉사활동)
- 본당 소공동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가?
2) 영성강화
자신의 정체성을 성찰할 수 있는 것은 영성의 바탕 없이는 불가능하다. 겟세마니 동산에서 성부께 간절히 기도하신 예수님은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앞에 두고 올바른 선택을 위해 피땀을 흘리며 기도하셨다.(루카 22, 39-46) 올 한 해 본당은 신자들이 개인적으로나 소규모 단체 피정이나 영성강좌의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 영성생활의 양식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성경읽기, 신앙서적 및 <빛> 잡지 읽기, 교회역사 공부하기, 가톨릭신문 구독)
- 성지순례나 피정을 하는가?
우리가 2008년에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성찰하는 일이다. ‘성찰의 해’는 그동안 우리 교구의 초석을 다진 성실한 초기 교구 신자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새로운 100년을 위한 시금석을 세우는 마음으로 열심히 우리의 자질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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