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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드 마당 3
시노드와 관련한 몇 가지 이해(2)


임석환(스테파노)|신부, 교구 시노드 사무국장

시노드의 구성
가톨릭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명시한 대로 성직자, 수도자, 일반 신자 모두가 다 같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참여하는 친교의 공동체입니다. 따라서 시노드는 하느님 백성 모두가 더불어 지혜를 모아 하느님 나라를 완성해 나아가야 하는, 그야말로 ‘함께하는 여정’입니다.

중세 초기까지는 시노드에 교구 내의 성직자와 수도자뿐 아니라 일반 신자 대표들까지 참여하였으나, 교구 시노드가 교회법적인 기구로 정착되면서 일반 신자들은 여기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일반 신자들이 교구 시노드에 다시 참여하게 된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에서 교회관을 하느님 백성의 친교 공동체로 제시한 이후부터였습니다.

평신도들은 시노드에 단순하게 참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성직자나 수도자들과 함께 좋은 의견을 내고 토의하고 결정하여 교구의 쇄신과 발전에 기여하게 됩니다. 본 회의에 참석하는 대의원들뿐만 아니라 모든 신자들이 기도, 의견제시, 토의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노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정에서부터 가족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대화함으로써 시노드의 정신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시노드의 의결
시노드는 공의회와는 달리 의결기구가 아니라 자문기구입니다. 시노드를 잘못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주로 하나부터 열까지 민주주의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시노드 본회의에 참석한 대의원들이 토론과 투표를 통해서 의안을 확정한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법적인 효력을 내지는 않습니다. 교구장 주교가 이를 서명하여 인준하고 공포함으로써만 법적인 효력을 발휘합니다.

따라서 시노드 대의원들은 의결투표권이 아닌 건의투표권만 갖습니다. 즉 대의원은 교구장 주교가 제안한 문제들에 대하여 투표로 의사를 밝힘으로써 교구장 주교에게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비록 입법권은 교구장 주교만이 갖고 있어도 시노드의 자문 권한은 교구 전체의 폭넓은 의사를 구체화 시키는 것으로써 주교 혼자서 내린 그 어떤 결정보다도 효과적이고 강력한 힘을 지닐 수 있습니다.

때문에 교구장 주교는 하느님 앞에서 판단하여 심각한 장애가 없고 교회의 보편 가르침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시노드 대의원들의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시노드의 기능
시노드의 기능은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그 첫째는 하느님과의 일치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한 교황 요한 23세는 먼저 성령께 기도하시는 것으로 공의회를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도 폴란드 크라코프 교구장으로 계실 때 시노드를 개최하시면서 1년 동안은 교구 공동체가 시노드를 준비하는 기도에 전념하였다고 합니다. 시노드가 함께하는 여정이라면 이 여정은 무엇보다도 하느님과 함께하는 여정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 쇄신과 개혁의 도구입니다. 교회 역사를 보면 시노드와 공의회는 언제나 쇄신과 개혁의 도구 역할을 해 왔습니다. 교회의 정체성에 대한 역사적 정리와 반성이 시노드를 통해 이루어지며, 미래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망을 세우고 비전, 즉 목표를 설정하는 일도 합니다.

셋째, 규율의 확립입니다. 쇄신과 개혁이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방법은 바로 규율 확립을 통해서입니다. 성직자, 수도자, 일반 신자들의 신원과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갈등들, 교회의 모든 조직들에서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를 드러내면서 새로운 규율을 확립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도구로서의 기능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후 시노드가 단 시일 내에 끝나지 않고 장기적 여정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서 교육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이 되고 있습니다. 시노드 기간을 통해 신앙에 대한 전반적인 의식을 점검하고 재복음화 교육을 하며 선교 의식을 고양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시노드는 길고 복잡한 과정이며 큰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과정입니다. 이 모든 과정은 성령께서 인도하시지만, 그러나 교회에 위탁하신 일이고 따라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의식적으로 참여해야 함을 요구합니다.

또한 시노드는 일회성 행사가 아닙니다. 일반 기업이나 단체처럼 교회사목을 아웃소싱 할 수도 없는 일이며 컨설팅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교구 구성원 모두가 변화해가는 세상에 적절한 사목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을 갖기에, 앞으로 시노드는 교구사목에 중심적인 시스템으로써 지속적으로 정착시켜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