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만나고 싶었습니다 - 대구 ME대표 정문원·상현숙 부부
이 부부가 살아가는 법


글|김명숙(사비나) 편집실장, 사진|박지현(프란체스카) 본지기자

부부의 연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더니 그들 부부가 꼭 그랬다. 겨울 햇살이 유난히 따사로웠던 날, 경산의 한 종합약국에서 정문원(미카엘)·상현숙(그레이스, 만촌3동성당) 씨 부부를 만났다. 지난 10월 대구 ME협의회(지도 : 이종건 시메온 신부) 총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부부에게 늦게나마 축하의 인사를 건네니, 부부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데 대한 심적 부담은 컸지만, 주님께서 길을 밝혀 주시리라 믿고 열심히 해야지요.”라며 활짝 웃는다.

사실 본당에서 부부들을 대상으로 2박 3일 일정의 ME(엠이)주말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면 ‘우리 부부는 거기(ME) 안 가도 잘 지내고 있는데 굳이 시간 내서까지 갈 필요 있겠나?’라며 살짝 손사래를 치는 게 대부분의 반응이란다. 이들 부부 역시 아내인 상현숙 씨가 수차례 권유를 하였으나, 그때마다 정문원 씨는 ‘다음에…’하며 차일피일 미루었다. 이미 잘 알려진 잉꼬부부로 살아가고 있었기에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까닭이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정문원 씨의 선배가 ME주말에 아예 부부의 이름을 신청하였고, 어쩔 수 없이 부부가 참여한 것이 어느덧 15년 전의 일. 그리고 ME주말을 다녀 온 부부에게는 새로운 삶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아내 상현숙 씨는 평소 무뚝뚝한 경상도 남편 정문원 씨가 다정하게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고, 남편 역시 아내의 존재가 세상 누구보다 소중하고 귀하게 와 닿았다.

ME주말에 다녀 온 후로 부부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로 부부는 ‘대화’를 손꼽는다.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는 정문원 씨는 “ME는 부부를 더 행복하게 살도록 도와주고, 부부 사이를 더 좋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한다.

아무리 다정한 부부라 해도 사소한 다툼과 갈등은 있기 마련이듯, 이들 부부에게도 그런 순간이 없잖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정문원 씨. “ME 다녀 온 뒤로는 설령 다투게 되더라도 먼저 손 내밀어 조금이라도 빨리 서로의 마음을 풀어주게 됩디다.” 그러자 남편 곁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아내 상현숙 씨가 얼른 거든다. “항상 남편이 먼저 변화되기만을 바랐는데, 어느 순간 제 자신이 변해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깨달았지요. 사랑은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바라는 대로 해주는 것임을 ME주말을 통해 알게 된 거지요.”

지난 10월 말, 대구 ME협의회에서는 2007년 교구장 사목지침 ‘노인 복음화의 해’를 지내며 한국 처음으로 65세 이상 어르신 부부들을 위한 ‘대구 ME 은총(실버)주말’을 한티 피정의 집에서 실시하였다. 그런데 은총주말에 참가한 많은 노부부들 사이에서 깜짝 놀랄만큼 좋은 반응이 나타났다. 그중 한 할아버지는 부인에게 ‘내가 다시 태어나면 당신의 아내로 태어나서 평생 받은 은혜를 되갚아 주리다.’라고 말해 참석한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였다.

이제 2009년이면 대구 ME협의회가 발족된 지 30주년을 맞는다. 30주년 행사를 앞두고 대구 대표라는 중책을 맡은 부부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주님께서 주신 소명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주님께서 길을 열어주시리라 믿고 열심히 할 것.’이라며 부부는 서로의 손을 꼭 잡아준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정문원·상현숙 씨 부부는 아직까지 ME주말에 참여하지 않은 주변의 부부들을 보면 신자, 비신자, 짝교우 구분 없이 누구라도 꼭 한번 참여해 볼 것을 권하고 또 권한다.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일단 참여해보세요. 삶이 달라집니다.”라고 말하는 상현숙 씨. 그리고 정문원 씨 역시 “가정이 붕괴되고 해체되는 이 시대에 가족의 핵심인 부부관계가 원만해야 모든 게 다 잘 해결됩니다. 대구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부부들이 ME주말을 수강하여 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부부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정문원·상현숙 씨 부부는 한마음으로 ‘신뢰’라고 대답한다. “부부에게는 그 무엇보다 신뢰가 가장 중요하지요. 믿어주고 사랑하는 마음은 영원히 변치 말아야 할 부부사이의 약속이니까요.”

 

* ME(엠이) : 매리지 엔카운터(Marriage Encounter)의 약자로 ‘부부 일치로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운동’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1977년, 대구에서는 1979년 ME 첫 주말을 시작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대구 ME 홈피 www.dgme.org 또는 대구 ME협의회(053-473-5712)나 각 본당 ME 대표에게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