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문명의 기기 속에 편리함만을 추구하며 이기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 기도와 묵상으로 복음적인 완덕에 도달하려고 노력하는 평신도들의 단체가 있다. 바로 가르멜 재속회 또는 가르멜 제3회라고 불리는 신심단체이다. 가르멜 재속회의 남성자(글라라) 회장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가르멜 재속회의 기원과 어원
13세기무렵 가르멜 수도회, 프란치스코회, 도미니코 수도회,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등의 유명한 설교가들이 유럽 전역의 마을과 도시에서 교육과 복음전파를 위하여 노력할 때에 소속 수도회의 친지들이나 친구들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 보답으로 설교가들은 수도회의 기도와 보속 그리고 특권 등의 동반자로 그들을 받아들이게 되었으며, 그들을 수도회의 형제들 또는 협조자라고 불리게 되면서 현재의 재속회가 탄생하게 되었다.
우연히 접한 영적도서며 상주 가르멜 수도회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어 가르멜 재속회 회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남성자 회장은 1995년 가르멜 재속회와 인연을 맺었다. 본당에서 여성회장이다 제대회장 등 안 해 본 활동이 없을 정도로 본당활동에 매진한 남회장은 “본당에서 느끼지 못한 영적인 충만감을 가르멜 재속회 활동을 통해 얻게 되었다.”면서 “기도와 묵상을 생활화하면서 그동안 참 교만하게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내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1948년 한국 가르멜 제3회(남자 수도회 제1회, 여자 수도회 제2회, 평신도를 제3회라고 지칭한다.)가 창립되었고, 6.25전쟁으로 그 맥이 끊겼다 1968년 가르멜회 총장의 정식 인준을 받아 가르멜 제3회가 다시 발족하였다. 1975년 대구 가르멜 제3회가 창립되었고, 1979년 서울 가르멜 제3회 때부터 가르멜 수도회 총본부의 결정에 따라 ‘가르멜 재속회’로 불리게 되었다. 그후 전국 각지에서 가르멜 재속회가 창립되었고 현재 25개 단위 재속회가 있으며 3,000명이 넘는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에 대구에서도 재속회 회원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2000년 3개의 단위 재속회인 ‘가르멜산의 성모 재속 맨발 가르멜회’, ‘아기 예수의 재속 맨발 가르멜회’, ‘십자가의 성 요한 재속 맨발 가르멜회’가 창립되어 기존의 ‘성녀 예수의 데레사 재속 가르멜회’(1975년 6월 22일 창립)와 함께 4개의 재속회로 세분화되어 각 회에서 1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남성자 회장은 “가르멜은 10명이 넘어가면 둘로 나뉘어질 정도로 기도생활과 묵상생활을 중시하고 있어 우리 재속회 또한 그 뜻에 따라 4개의 재속회로 재탄생하게 되었다.”면서 가르멜 재속회 회원으로서 지켜야 할 수칙을 말해준다.
첫째, 하루에 적어도 30분씩 묵상기도에 전념해야 한다. 둘째, 영적도서와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셋째, 성찬례와 교회의 성무일도에 참여해야 한다. 넷째, 하느님의 현존수업을 실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피정과 월모임, 구역모임에 필히 참석해야 한다.
가르멜 재속회 회원은 만 19세-50세 이하 남녀로 청원기 1년, 수련기 2년, 단순서약 3년, 종신서약 3년 등 총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남성자 회장은 “각 재속회마다 청원기로 시작하여 수련자들이 약 20명 안팎으로 가르멜 영성교육을 받으며 종신서약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오랜시간 동안 수련의 시간을 걸쳐 마지막 종신서원을 앞두고 탈락되는 경우에 있어 안타깝기도 하지만 또 세속에 젖어 있던 사람이 시간을 거쳐 영적으로 충만되어 기쁘게 사는 것을 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고 들려준다.
그저 처음엔 성인, 성녀들의 삶의 모습에 마음이 뺏겨 재속회에 첫발을 디딘 남성자 회장은 “재속 회 회원으로 산 지 13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분들의 삶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면서 “재속회 활동을 통해 신앙적으로, 인간적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었고 지금도 성숙해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취재 막바지에 가르멜 재속회를 향해 쏟아지는 우려의 시선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남성자 회장은 “우리 재속회 회원들은 재속회 회원이기 전에 신자로서 사도직을 충실히 수행하는 어린 양들.”이라며 “직장과 가정생활을 하는 중에 가르멜 재속회 회원으로서 지켜야 할 생활수칙 때문에 본의 아니게 주일을 본당에서 지내지 못해 그런 오해를 하시는 거 같다.”고 밝혔다.
비록 수도자는 아니지만 봉헌된 수도자처럼 자기 일상에서 기도와 다양한 직무로서 수행을 통해 그 세상에 동화되지 않고 오히려 그 세상을 변화시키는 누룩, 그 세상의 부패를 막는 소금, 그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고자 늘 생활 안에서 기도하며 살아간다는 남성자 회장을 비롯한 가르멜 재속회 회원들의 삶처럼 청빈, 순명, 정결하게 살 수는 없지만, 우리 안에 계신 그분을 떠올리며 그분에게 사랑 받을 수 있도록 우리 또한 각자 주어진 임무에 책임을 다하며 충실히 살아가야 할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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