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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성당을 찾아서 - 건천성당
공소에서 본당으로 거듭 난 공동체


취재|김명숙(사비나)·본지 편집실장

새 성전에 들어서는 마음은 항상 설렘으로 먼저 와 닿는다. 성전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성전 안은 또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사뭇 궁금해지니 말이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성전 안으로 들어서니 묵주기도 소리가 귀를 열어준다. 미사시작 전 스무 명 남짓 어르신들이 모여 바치는 기도소리가 무척 평화로운 아침.

부산 방면 경부고속도로 건천 나들목을 빠져 나와 5분 남짓 떨어진 곳에 자리한 건천성당(주임 : 김교산 알체리오 신부). 처음 가는 길이었지만 도로에 인접해 있는 데다, 우뚝 솟은 십자가가 멀리서도 성당임을 알게 한다. 경주 성건성당 소속 건천공소로 20여 년 동안 신앙공동체를 이루어 오다가, 지난 4월 20일 교구장 최영수(요한) 대주교와 교구 사제, 신자들이 모인 가운데 성전봉헌식을 갖고 건천공소는 하나의 본당으로 승격하였다.

초대 본당 주임 김교산 신부는 본당 사목의 주안점을 공동체 생활과 지역 복음화에 두고 있다고 했다. “우리 본당은 대부분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많은 데다, 오랜 세월 공소생활에 익숙한 채 소외된 신앙생활을 주로 해 온 편.”이라며, “완전한 본당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앞으로 교구나 대리구에서 실행하고 있는 다양한 교육과 피정, 연수 등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타 본당의 장점들도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신자들에게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본당 신부의 열정을 익히 알고 있는 교우들은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의욕과 희망에 부풀어 있으며, 그 희망은 구체적인 활동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교우들이 열심히 선교한 덕분에 예비신자 교리반에 20여 명을 초대할 수 있었는데, 시골 본당에서는 적지 않은 인원이다. 건천 지역은 만여 명의 지역민들 중 상당수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고, 노년층 인구가 많으며 미신에 의존해 살아온 주민이 많다. 따라서 이러한 지역의 특성은 본당 사목의 어려움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면이 선교를 위해 나아가야 할 중요한 이유로 손꼽힌다.

처음 성건성당에서 넘겨받은 교적상의 신자 수는 약 400여 명, 본당 주일미사 참례자 수는 80명 안팎이다. 건천성당 소속 산내공소의 경우는 주일미사 참례 신자 수 90여 명으로, 산내공소에서도 매 주일 미사와 화요일 평일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본당 승격 후 김교산 주임신부는 당장 시급한 과제였던 본당 공동체 재정비를 서둘러야 했다. 우선 반모임과 레지오마리애 조직을 새로 편성하여 본당 일에 능동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물꼬를 텄다. 평일미사 참례를 권장하는 한편, 지역 내 선교에 열의를 갖고 신자들과 함께 미사 중 평화의 인사 때와 파견 때는 꼭 “예비신자를 찾아갑시다.”라며 서로 인사를 나눈다. 또한 미사 때마다 바치는 지역 복음화를 위한 기도문에는 미신이 강한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선교의 필요성과 지역 복음화를 거듭 강조해오고 있다. 향후 2-3년 안에 국책사업인 양성자 가속기 시설과 고속철도 경주역이 건천지역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그와 함께 유입될 주민 수를 감안한다면, 이제 건천은 새로운 선교의 장으로 떠오르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비전을 갖고 있는 김교산 신부는 “공소였던 이곳에 아름다운 성전을 지어 봉헌할 수 있었음은 하느님의 이끄심과 은총 덕분.”이라며 “성전건립위원장 백수근(베드로) 형제와 사목회 임원들 그리고 뒤에서 기도로 도와주신 할머니 부대원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또한 “서울과 수도권, 대구 교구 안의 많은 본당에서 자기 일처럼 도와주시고 성전건립 기금을 봉헌해주신 은인 교우분들께도 고개숙여 감사드리고 이 은총은 하느님께서 갚아주실 것이라는 말씀 외에는 달리 감사를 표할 길이 없다.”며 “무엇보다 미신이 깊이 뿌리 내린 이 지역에 하느님의 백성이 넘쳐나도록 열심히 사목할 것.”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 하였다.

도심 가까운 곳 어디에나 성전이 눈에 띠게 있어, 때때로 우리는 그 소중함을 잘 모르고 살 때가 많다. 작은 공소에서 출발하여 자신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성전을 지어 하느님께 봉헌하고, 사제와 함께 하는 기쁨을 매일매일 느끼며 살아가는 건천성당 교우들. 힘들고 어려운 여정을 거쳐 공소에서 본당으로 거듭 난 공동체인 만큼, 그들의 열정은 본당 공동체 발전을 위해 더욱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건천성당 성전봉헌 미사
교구장 최영수(요한) 대주교 강론요지(2008. 4. 20)

…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성전을 지어 하느님께 봉헌하는 이 기쁜 날 우리는 다시 한 번 성전이 왜 그렇게도 중요한지를 간략하게나마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며, 그리스도의 신비체’라고 설명합니다. 하느님의 백성은 하느님의 통치를 따르고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는 백성입니다. 이 하느님의 백성은 자연스럽게 인간이 모여 형성된 그런 공동체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직접 당신 백성으로 간택하시고 그들과 계약을 맺음으로써 탄생된 백성입니다.
구약성경 탈출기를 보면 계약 체결장면이 소상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모세는 생명을 상징하는 소의 피를 받아 그 절반을 제단에 뿌리고, 나머지 절반을 백성에게 뿌리며 “이는 주님께서 이 모든 말씀대로 너희와 맺으시는 계약의 피다.”(탈출 24,8)라고 선언합니다. 모세가 피의 절반을 제단에 뿌린 것은 제단이 곧 하느님의 현존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백성은 바로 제단에서 맺는 계약으로 탄생된 것입니다. 구약의 백성이 시나이 계약으로 탄생하였듯이, 이제 신약의 백성은 새로운 계약으로 탄생하는 것입니다. 그 새로운 백성의 탄생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으로 성취되었습니다.
제단의 중요성은 최후만찬에서 예수님 당신께서 직접 하신 그 말씀에도 드러납니다. “너희는 나를 기념하여 이를 행하라.”(루카 22,19 ; 1코린 11,24-25) 주님의 이 명령에 따라 처음부터 예수님의 제자들은 따로 모여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기억하는 성찬례를 거행하였습니다. 바로 이 성찬례를 거행하기 위해 주교를 중심으로 모인 백성이 교회인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온 교회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일치로 모인 백성’으로 나타난다.”(교회헌장 4항)라고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이 때문에 교회를 가장 잘 드러내주는 모임이 바로 성찬례입니다. 성찬례를 거행하기 위하여 제단을 중심으로 모인 이공동체가 바로 교회입니다. 이 때문에 제단을 모신 이 성전을 지어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신앙행위인 것입니다.(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