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내리는 단비로 온 세상이 촉촉해진 어느 수요일, 경북 성주군 선남면 관화리 679-4번지에 위치한 선남성당(주임 : 허남호 마르코 신부)을 찾아가 보았다.
아침부터 서둘러 출발하여 선남성당 근처에 도착하였지만 성당이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면서 몇 바퀴를 돌던 중 언덕 위로 알록달록한 벽화가 눈에 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를 돌려 올라간 그곳에 선남성당이 자리잡고 있었다.
평일 오전 11시, 성당 안에는 대여섯 명 남짓한 신자들이 미사를 봉헌하고 있었다. 미사가 끝난 뒤,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허남호 주임 신부와 마주 앉았다.
먼저 작은 시골 마을에서의 사목에 대해 묻자 허남호 신부는 “평일에 비해 주일에는 250여 명 정도가 미사에 참례하고 있지만 신자들 90%이상이 농사를 짓고 있어 본당 활동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하지만 레지오, 소공동체 활동과 주일학교까지 운영되고 있다.”면서 “참외 농사로 바쁜 생활에도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의 모습만 보아도 고맙다.”고 하였다.
성당이 자리잡은 지 벌써 8년째인 선남성당은 지난 해 새 성전을 봉헌하였다. 대부분의 신설성당이 그러하듯 성전 봉헌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재정이다. “요즘 생겨나는 신설성당은 교구로부터 신설자금을 지원받지만 우리 본당은 그 제도가 생겨나기 6개월 전에 시작되어 받을 수 없었기에 오로지 신자들의 힘으로 힘들게 성당을 지었다.”는 허 신부는 “힘은 들었지만 주어진 여건에 맞춰 살아갈 뿐이다. 전임 주임이신 김호균 신부님께서 5억 원이 넘는 기금을 모아두셔서 그것을 기반으로 시작했다.”고 하였다.
지난 해 4월 기공식을 가진 선남성당은 그해 11월 새성전 봉헌식을 가졌다. 당시 봉헌식을 주례한 총대리 조환길 주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렇게 빨리 성전을 지은 것은 기적이다.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힘이다.” 허 신부 또한 “이 모든 것은 그저 하느님의 뜻이며 신자들이 열심히 기도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무엇이든 ‘기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허 신부는 성전 봉헌에 앞서 신자들과 함께 1년 동안 묵주기도 50만단 봉헌을 계획하였다. 하지만 250여 명의 신자들은 불과 8개월 만에 기도를 마쳤다. 이런 모습을 통해 허 신부는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마음은 하느님께서 힘을 주셨기 때문이다.”며 이것은 모두 기도의 힘이다.”고 하였다. 또한 허 신부는 그런 신자들의 모습을 통해 새성전 봉헌과 더불어 앞으로 본당을 꾸려나감에 있어 ‘무엇이든 함께 하면 반드시 할 수 있다.’는 힘을 얻은 것이다.
한참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선남성당을 찾는데 이정표 역할을 해 준 벽화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허남호 신부는 “저 벽화에도 많은 땀과 노력이 담겨있다. 성주성당 김도율 신부가 그려준 밑그림을 바탕으로 나와 김도율 신부, 그리고 성당 신자들이 직접 사다리를 타고 6000~7000 조각 정도의 타일을 직접 붙여 완성하였다.”고 하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았던 벽화였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욱 새로워 보였다. 게다가 멀리서도 쉽게 보이는 탓에 동네 주민들 또한 선남의 상징물이 생겼다고 좋아한단다.
선남성당에는 성전 건립에 대한 빚이 2억 5천 만원 정도 남아있다. 하지만 허 신부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급하게 하려하면 할수록 마음만 더 급해지는 것 같다.”며 “교무금 배가 운동과 주일 헌금 배가 운동을 실시하고 있는데 교무금을 몇 배씩 내는 신자도 있다. 모든 것이 주님의 뜻이겠지만 그때까지 선남성당에 머물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로지 신자들의 힘으로 감당하기에는 힘들지 않을까? 하지만 허 신부의 생각은 달랐다. “남에게 받는 것은 두 배로 갚아줘야 한다. 받는 연습보다는 자체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풍족해서가 아니라 신자들이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무엇보다 ‘기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허남호 주임 신부와 그런 마음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따라주는 신자들이 있기에 선남성당은 천천히 한걸음씩 더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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