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빠른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살다보니 어느덧 신앙인으로서의 본분을 잃고 사는 경우가 허다한 이때 몸과 마음을 바쳐 신앙을 지킨 이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피로 얼룩진 순교의 현장에 세워진 관덕정 순교기념관(관장 : 서준홍 마티아 신부)이다. 이곳에서 신앙 선조가 지켜왔던 신앙을 알리는데 힘쓰고 있는 서준홍 신부를 만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관덕정 순교기념관
한국천주교회 창설 200주년을 맞아 기념 사업과 성지 개발의 제1목표로 1991년 1월 20일 관덕정 경당 축복 및 이윤일 성인 유해 이전 봉안식이 있었던 그해 5월 31일 관덕정 순교기념관을 개관하였다.
관덕당(관덕정 순교기념관 자리의 옛 지명)에서 순교하신 이윤일 요한 성인(대구대교구 제2주보)을 찬미하고 기념하고자 그의 유해를 모시고, 신앙 선조들의 유물을 모아 전시함으로써 일찍이 관덕당 형장에서 순교하신 21분들과 대구감영(중죄인을 다스렸던 감옥, 신앙 선조들이 모진 고초와 고문으로 옥사한 곳)에서 옥사하신 많은 순교자들의 정신을 기리고, 우리의 신앙유산을 후대에 전하고자 건립하였다.

관덕정 순교기념관 관장으로 오기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서준홍 신부는 관덕정의 첫날에 대해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답답하고 성지로서의 느낌보다는 암울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면서 “‘들어와서 볼 게 없구나! 성지를 왔는데 왜 기쁘지 않을까?’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서준홍 신부는 “관덕정 순교기념관을 찾는 신자들이 하느님 안에서 기쁨과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루빨리 성지로써 재정비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1년 반 동안 타교구 성지의 전시관을 무수히 견학하면서 성지 담당신부님들의 의견을 듣고 나누는 등 끊임없이 연구하고 자료를 정리해왔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환기와 습기로 인해 귀중한 자료가 파손되어 가는 것을 막고자 개보수공사를 서두르게 되었다.
서준홍 신부는 “지하 성당을 제대 중심으로 신자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조명을 다시 설치하고, 기도할 때 분심이 들지 않게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아늑하고 평화로운 공간이 되도록 힘썼다.”고 말하며 “전 교구장이신 이문희 대주교님께서 개보수공사의 틀을 잡아주셨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순례객들에게는 신앙교육의 장으로 그리고 비신자들에게는 가톨릭을 알리는 선교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며, 봉사자의 설명없이도 한 눈에 전시를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곳곳에 배치하여 혼자서도 쉽게 관람할 수 있게 만들었다.

1984년 5월 6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으로 시성된 이윤일 요한 성인의 시복시성 25주년과 탄생 200주년을 앞두고 있는 관덕정에서는 2009년까지 이윤일 성인에 대해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게끔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교회사연표에서 대구대교구사를 볼 수 있게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대구순교사연표와 대구순교성지가 표기된 지도 제작 및 순교자들이 겪었던 온갖 고문에 대해서도 정리, 전시 할 계획에 있다.
관덕정 순교기념관을 재정비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일본성지순례 담당으로 15차례에 걸쳐 한국과 일본을 오갔던 서준홍 신부는 “신앙인으로서, 그리고 대구대교구의 신자라면 교구의 역사를 비롯한 신앙 선조들의 삶에 대해 알아야 하는 사명감이 있다.”며 “관덕정을 찾는 모든이에게 관덕정 순교기념관의 의미와 대구교구사, 그리고 이윤일 요한 성인을 비롯한 대구 순교 성인들에 대한 신앙 교육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얼마전 ‘전통인형으로 빚은 대구대교구 순교사전시관’을 오픈하여 눈길을 끈 관덕정 순교기념관은 2-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 순교자들이 겪었던 모진 고초와 고문과정을 통해 순교하는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게끔 틀을 마련했다. 이밖에도 이윤일 요한 성인의 행적을 따라 구해 온 흙과 교구 성지들의 흙이 함께 전시된 공간, 박해와 관련된 자료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료실, 교구사연표를 비롯한 교구의 역사를 전시해 놓은 교구전시실까지 체계적이고 알차게 준비되어 대구교구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이하여 빠름을 잠시 내려놓고 느림의 미학으로 순교 성인들의 행적을 따라 자신을 돌아보며 우리에게 찾아온 신앙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참된 신앙인의 길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관덕정 순교기념관 : 053) 254-01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