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의 첫째 주일,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을 피해 휴가를 떠나는 이들로 고속도로는 평소에 비해 많이 붐빈다. 경주 톨게이트를 지나 40여 분을 달려 추수를 기다리는 푸른 벼이삭의 논둑을 가로질러 마을 어귀에 다다랐다. 도착과 함께 가장 먼저 기자를 맞이하는 것은 끊이지 않는 닭 울음소리. 공소를 찾기위해 동네를 몇 바퀴 돌아보니 마을 곳곳이 온통 양계장이다. 이곳 주민들의 생업을 눈으로 생생히 체험하던 기자는 결국 마중 나오신 공소 회장님을 따라 신당공소(경주시 천북면 신당 3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미사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서 아직 신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곧 도착할 신자들을 위한 성당 문을 열고, 에어컨을 켜는 등 준비를 마친 권기하(미카엘, 73세) 공소 회장과 성당 마당에 앉았다. 공소의 역사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신당공소의 시작은 5.16 군사혁명 이후 나라에서 실시한 한센인 정착사업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권 회장은 “상태가 깨끗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착마을을 조성한 가운데 함께 모인 사람들과 칠곡 애성원에서 처음 시작된 신앙이 경주 내 보문단지를 거쳐 지금의 신당공소에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벽돌과 슬레이트만으로 지은 공소 건물에서 일 년에 두번 경주 성동성당 신부의 미사 집전으로 신앙생활을 하던 신자들이 지금의 공소를 짓고 생활한 지 벌써 30여 년이 흘렀다. 그때를 회상하며 권 회장은 “당시는 교구의 지원금도 없었기에 보문단지 내에서 이주 당시 받은 보상금을 기초로 교우들이 십시일반 주머니를 털었다. 또한 구라사업복지회(릴리회) 엠마 프라이싱거 원장과 경주 성동성당, 서울 나사업연합회에서 정성을 모아주었다.”며 “신당공소는 우리 손으로 지은만큼 우리에게는 특별한 공소.”라고 이야기한다.
미사 시간이 다가오자 신자들이 하나둘씩 모인다. 일 년에 두 번이던 신당공소 미사는 이제 매달 첫째 주일 오후 3시 30분, 황성성당 신부 주례로 집전되고 있다. 그렇게 다 모인 신자들이 모두 13명. 보문단지 내에 있을 때만 해도 신자가 꽤 많았다는 권 회장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젊은이들은 점차 도시로 떠나고, 나이든 사람은 세상을 떠나다보니 더이상 신자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적은 신자수와 노령화로 인해 특별한 활동은 할 수 없다는 권 회장은 “매주 목요일 오후 3시 30분이면 함께 모여 묵주기도를 5단 바치고, 돌아가며 성경을 1장씩 읽는다.”며 신앙을 이어가는 그들만의 방식을 들려준다.
이날 미사는 황성성당 주임 이성억(타데오) 신부 주례로 이수환(바오로 미끼) 부제 공동집전으로 봉헌되었다. 미사 봉헌과 이달의 축일자들을 위한 축가가 끝나자마자 공소 신자들과 미사에 함께한 황성성당 신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를 지켜보던 이성억 신부는 “공소신자들과 본당과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자, 매달 제대회원들이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 와서 같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는 사이 제대회에서 준비한 떡과 수박, 그리고 공소 신자가 직접 생산한 삶은 달걀까지 푸짐하게 차려졌다.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시간을 통해 본당과 공소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한 황성성당 남성 레지오 한 팀에서는 해마다 신당공소 신자들과 함께 성지순례를 다녀오고 있다. 이처럼 마을 밖 나들이가 쉽지 않은 공소 신자들을 위해 이성억 신부는 본당의 크고 작은 행사에 꼭 초대하여 본당 신자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처음 이곳에 정착할 때만 해도 한센인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마을 전체적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고, 생업으로 이어오던 양계업 또한 노령화로 인해 많이 그만두었다.”는 권 회장은 “이렇게 정착하며 살기까지 경주 성동성당, 성건성당과 현재 황성성당의 신부님들과 신자들의 꾸준한 관심이 이어졌다.”며 그동안의 고마움을 나타내었다. 또한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구라복지사업(릴리회) 엠마 프라이싱거 회장에 대해 “그동안 꾸준히 찾아와서 교리도 가르쳐 주시고, 릴리회 회원들과 함께 피정도 마련해 주시는 등 지금까지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지낸 지 벌써 50여 년째. 하느님을 통해 맺어진 인연을 신당공소에서 이어가고 있는 그들은 앞으로도 서로 의지하며 그 소박한 신앙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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