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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 대구 가톨릭 알코올 상담센터
알코올의존자들에게 희망을


김명숙(사비나) 본지 편집실장

오래 전에 보았던 것으로 기억되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라는 영화가 있다. 여성 알코올의존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아내인 앨리스(맥 라이언 분)가 남편(앤디 가르시아 분)의 잦은 출장을 견디지 못해 술로 외로움을 달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알코올중독의 길로 빠져들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회복의 단계로 들어서는지에 영화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그 회복의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가족의 사랑, 무엇보다 배우자인 남편의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이라는 것을 영화는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청 맞은편 월성교육관 내에 자리하고 있는 대구 가톨릭 알코올상담센터(센터장:장명진 요한레지스)는 가정과 사회에서 온전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알코올의 조절력을 상실한 상태에 처한 알코올의존자(최근 들어 ‘알코올중독자’에서 ‘알코올의존자’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들을 위한 치유의 샘터이다. 이곳에서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4시까지 알코올의존자들을 위한 주간 재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 안에는 알코올의존자들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까지 곁들여 있어 보다 빠른 회복을 돕고 있다.

 

대부분 센터를 찾는 알코올의존자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해서 현재 알코올중독의 상태에까지 오게 되었는지, 인생의 벼랑 끝에 서서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경으로 찾아온 이들이다. 거의 자포자기한 상태에서도 술을 마셔야만 했던 그들. 밤낮없이 술을 통해서 위안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는 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아닌데.’싶어 마지막 희망을 안고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찾았다는 그들. 그들은 개별상담을 하는 동안 자신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되고, 비로소 알코올의 중독성으로부터 벗어나고픈 마음속 갈망을 한숨어린 눈물로 표출해낸다. 이들은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거친 후에 재활치료, 약물치료, 입원치료 등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합한 치료방법이 주어진다. 자의든 타의든 이렇게 센터를 찾아온 알코올의존자들은 센터에서 운영하는 재활프로그램과 상담을 통해 차츰 회복이 되어, 다시 가정과 일터로 돌아가 새롭게 살아간다고 한다.  

 

대구 가톨릭 알코올상담센터의 이유미(아나다시아) 팀장은 “요즘은 알코올의존자들의 연령층이 20대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또 때로는 이미 심각한 알코올중독의 단계에까지 다다른 이들도 있는데, 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려 들기 보다는 부정하면서 여전히 술을 마신다.”고 설명한다. 계속해서 이유미 팀장은 “이제 알코올의존자 문제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특히 성장기에 있는 자녀들과 한편으로는 사회의 문제인 만큼 가족과 사회구성원들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토로한다.

 

알코올의 중독성은 알코올의존자 자신뿐만 아니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큰 상처와 아픔으로 전달된다. 그런 까닭에 센터에서는 알코올의존자들과 그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에 배우자와 자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데, 가족이 함께 참여할 때 알코올의존자들이 더 빨리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간 재활프로그램을 거치는 동안 알코올중독의 단계에서 회복의 단계로 들어선 이들은 따로 자조모임(A.A : Alcoholics Anonymous)을 만들어 매주 모임을 갖는다. 이 모임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단주(端酒)이야기와 술의 달콤한 유혹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또 현재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각자의 체험을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서로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워준다.

 

지난 2000년 10월 보건복지부 지정 대구 가톨릭 사회복지회 산하 시설로 설립된 이후 가난하고 소외된 알코올의존자들 편에 서서 꾸준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대구 가톨릭 알코올상담센터. 그동안 알코올중독의 예방을 위한 지역순회 캠페인과 더불어 중?고등학교를 방문하여 집단관리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예방차원에서의 대외적인 홍보에도 열심이다. 아울러 상담센터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제공되는 개별상담과 주간 재활프로그램의 운영은 국비와 광역시의 예산으로 이루어지므로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다만 매일 진행하고 있는 주간 재활프로그램 참여자를 위한 식사 제공의 경우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현재는 인근 대건고등학교와 푸드뱅크에서 식사를 지원해주고 있다는데, 관심 있는 이들의 도움의 손길을 당부하였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방안에 홀로 웅크리고 앉아 자괴감에 빠져 흐느껴 울던 영화 속 알코올의존자 여주인공이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도움으로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 감격의 눈물을 흘리던 장면이 내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