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예민한 성격의 40대 이모 씨는 일 잘하기로 회사에서 소문나 있습니다. 그는 회사 입사 후 항상 바쁘게 일했는데, 최근 회사에 중요한 계약을 책임지게 되어서 더 많이 회사 일에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1주 정도 전 회식이 있어 늦게까지 술을 마신 후 다음날 출근하여 서류를 정리하는데 갑자기 글씨가 작아 보이고 선이 휘어보였습니다. 왼눈을 감고 보면 잘 보이는데 오른눈을 감고 보면 이상하게 보여서 왼눈을 비벼도보고 가지고 있는 안약을 넣어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과음을 해서 그런가 하며 참고 지냈는데, 1주일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혹시 이러다가 실명이라도 되는 것이 아닌가 해서 급하게 안과를 방문하였습니다. 안과 검사 후 ‘중심성 장액성 망막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3-4개월 정도 지나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약물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보자고 하였습니다. 일도 많은데 눈까지 말썽이어서 속이 상했지만, 앞으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여유 있는 마음으로 살자고 다짐하면서 병원을 나왔습니다.
눈으로 들어온 빛이 초점을 맺는 곳을 황반부라고 하는데, 중심성 장액성 망막증이 생기게 되면 황반부 아래쪽에 액체가 고여 선이 휘어져 보이고, 물체가 작아져 보이게 됩니다. 아지랑이 같은 것이 아롱거리거나 갑자기 보려는 곳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시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 질환은 젊은 성인 남자에게 잘 생긴다고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 특별한 원인이 없이 발생합니다. 임상적으로 스트레스에 민감한 성격을 가진 사람에서 많이 발병하고, 과로하거나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한 형태인 경우는 임신이나 말기 콩팥기능부전, 장기이식, 부신피질호르몬 치료 등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눈동자 중앙의 가장 검은 부분인 동공을 확대시키는 안약을 넣은 후 눈을 검사하면 진단이 가능하고, 정확한 진단 및 치료방침의 결정, 그리고 경과 관찰을 위해서는 혈관으로 형광염색약을 주사한 후 눈 속의 사진을 찍는 형광안저검사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3-6개월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황반부 아래쪽의 액체가 흡수되어 정상적으로 보이게 되고 시력도 좋아지게 됩니다. 만약 이 질환이 3-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나 직업상 빠른 시력회복이 요구되는 경우, 반대쪽 눈이 실명한 경우, 초기 발병 후 영구적인 시력감소의 경험이 있는 환자에서 재발하는 경우에는 레이저 치료를 하게 됩니다. 레이저 치료 후 황반부 아래쪽의 액체가 흡수되기까지는 보통 2주 정도가 걸리고, 시력이 회복되기까지는 약 4주가 걸립니다.
그러나 황반부의 중심에 가까운 부위에 레이저 치료를 하게 되면 비가역적인 시력 소실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모든 경우 레이저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오래 지속되는 중심성 장액성 망막증 환자에서 레이저 치료를 할 수 없거나, 레이저 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 광역학요법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환자의 반 정도에서는 치유된 후 재발 하는데, 재발하는 경우 50% 정도에서 첫 발병 후 1년 이내에 재발하게 됩니다. 드물게는 3회 이상 재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심성 장액성 망막증은 많은 경우 특별한 문제없이 치유되는 비교적 경과가 양호한 질환입니다. 그러나 이 질환이 오래 지속되거나 반복적인 재발을 하면 영구적인 중심부 시력장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증상이 나타났을 때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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