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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제11회 가톨릭 사회복지대상 수상자 송연순 수녀, 허상회 원장
“행복하도다, 그분이 계시기에 그리고 나를 내어 주었기에”


취재|김선자(수산나) 기자

믿음 안에서 주님의 사랑과 나눔, 섬김의 정신을 실천하며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온 송연순 수녀와 허상회 원장. 지난 10월 23일(목) 제11회 가톨릭 사회복지대상에서 각각 서정길대주교상과 사회봉사상을 수상한 그들은 주님 안에서 한평생 ‘나 자신보다는 이웃을 위해’ 헌신해왔다.

 

서정길대주교상(사회복음화부문) 살레시오수녀회 송연순(아가다) 수녀
결손가정 소녀들을 위한 가정 공동체인 ‘나자렛집’을 서울(1988년), 대전(1990년), 장성(1991년)에 차례로 개원했고, 특히 전남 장성에 개원한 ‘나자렛집’은 송연순 수녀의 열정과 노력, 사랑의 결과였다. 이후 서울에 올라와 다른 소임을 받았지만 현실적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그는 청소년복지에 뛰어 들어 가출소녀, 학교생활 부적응 소녀들을 위한 쉼터, 그룹홈, 아동직업훈련시설 등을 함께 설립 운영하면서 이런 시설들이 상호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네트워크화를 통해 시설과 시설, 시설과 지역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등 시대가 요청하는 다양한 형태의 청소년복지에 응답하고자 노력했다. 또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무연고 탈북청소년들을 위해 전국 무연고 탈북청소년연합회를 조직하여 오갈 데 없는 탈북청소년들을 위해 통일부와 연대하여 프로그램 개발 및 정책제안에도 적극 앞정섰다.

10여년 전부터 성매매 방지를 위한 활동가로 일해온 송연순 수녀는 현재 성매매 피해 지원시설인 마인하우스-12명의 성매매 피해자들을 위해 법률지원, 의료지원치료, 회복프로그램, 직업재활을 위한 지원 등으로 여성부에 소속-에서 성매매 피해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일하고 있다.

 

사회봉사상 광주직업소년원 사랑의 식당 허상회(베네딕토) 원장
사회복지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단지 어린 시절의 불우한 환경-앵벌이, 구두닦이, 신문팔이, 노숙 등-을 똑같이 겪고 있는 많은 불우청소년들을 바르게 인도해야겠다는 삶의 틀을 가졌던 허상회 원장은 1958년 군제대 후 광주공원 충혼탑 뒤에서 비로소 자신의 뜻을 실천에 옮기게 되었다. 그러나 허 원장과 같이 그들을 돕겠다고 했던 사람들에게 착취를 당했던 소년들은 그를 믿지 못했고, 점차 시간이 흘러 마침내 그의 진심이 통하여 마음의 문을 열고 끈끈한 유대감과 정이 생겼다. 그후 허 원장의 광주직업소년원은 입소문을 타고 광주일대에 퍼져나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지금까지 1,000여 명의 원생들이 이곳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개미처럼 자신의 삶을 일구어가던 원생들이 떠난 빈자리에는 굶주리는 노인들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광주공원의 나무아래 하루 종일 앉아 있는 노인들 중 상당수가 점심을 거른다는 사실을 안 허 원장은 그들을 위해 ‘사랑의 식당’을 운영하게 된다. 하루 평균 500여 명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허 원장은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고, 많은 독지가와 후원자 그리고 봉사자들의 지원으로 ‘사랑의 식당’을 운영할 수 있었다. 그후 노인들뿐만 아니라 노숙자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불이나 의류 등도 나눠주고 있다.

허 원장은 사재를 털어 ‘사회복지법인 분도와 안나 개미 꽃동산’을 설립하여 불우 청소년, 노인, 노숙자를 위한 지원활동을 벌이는 등 사랑의 실천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Question  주님과의 인연에 대해 말해달라.

Answer  송 수녀 : 스무 살 되던 해, 안양 중앙동 성당에서 세례를 받게 되었다. 레지오활동 3년을 하면서 성모님께 대한 신심과 애정이 많았고, 수도자의 길을 걷는 마니피캇 영성을 사는데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전 직장에서 노동조합회원으로 활동하였기에 인권유린을 당하는 이들을 위한 정의로운 일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아마도 이런 동기가 지금의 길로 인도하지 않았나 싶다.

Answer  허 원장 : 아홉 살 때 양친을 모두 잃고, 오갈데 없어 노숙자 같은 생활을 한 나를 살리신 것이 바로 주님이시다. 40여년 전 세례를 받기 전부터 이미 난 주님의 자녀였던 것이다. 주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있고, 이 모든 일이 주님의 뜻으로, 살게 해주는 힘이며, 희망이다.


Question  제11회 가톨릭사회복지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소감을 들려달라.

Answer  송 수녀 : 오늘의 수도자는 현 시대 안에 복음화를 위한 사명감으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상을 받는다는 것이 부담스런 마음이고  부끄럽다. 하느님께서 창립자를 통해 성령의 카리스마를 살아가도록 시대적 증표, 즉 복음화를 위해 살아가도록 촉구하시는 영적 은혜를 주셨기에 당연히 깨어서 현장감 있게 살아가는 것은 수도자의 부르심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복음화 부문의 서정길 대주교님 상을 받게 됨은 새롭게 깨어 살도록 부르시는 은총이라 생각한다. 살레시오 성소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이 사회에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는 작은 누룩이 된다면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도자의 소명을 다하겠다. 감사하다.

Answer  허 원장 : 어린시절 굶주림과 추위, 병들어 죽을 고비를 넘기고도 기적적으로 살아온 삶이다. 그 혹독한 고난과 시련을 주신 것은 이 기적 같은 사업을 나에게 맡겨 주려고 하신 거라 생각한다. 모든 것이 다 주님의 은총이다. 성경에서 나자로 거지는 죽어서 아브라함 품에서 호강을 받았지만 나는 살아서 주님의 품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영수 대주교님께 감사드리고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Question  앞으로의 소망과 계획을 들려달라.

Answer  송 수녀 : 이 모든 일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순명 안에서 주님의 부르심에 뜻을 따라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 것이다. 다만 살레시오 수녀회 수녀로서 수녀회 카리스마를 성실히 살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나에게 계속 이 일이 주어진다면 이 시대에 어려운 소녀들을 위해 기꺼이 일하겠다. 바람이 있다면 새터민들과 생활하면서 그들의 삶에 복음화를 위해 북한사목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에 매일 하느님께 기도한다.

Answer  허 원장 : 소실적 50명이 넘는 원생들이 있었으나 현재는 5명 밖에 남아 있지 않는 광주직업소년원은 앞으로도 단 한 명의 원생이 있다면 계속 이어 나아갈 것이고 또한 여지껏 살아왔던 것처럼 주님께 내 생명과 모든 재산을 바치고 신명을 다 하겠다. 이번에 주신 상금 또한 저를 위해서는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주님 사업에 받치겠다. 또한 이 세상 사람들이 성경 말씀대로 살아가도록 늘  기도하겠다.

 

* 가톨릭사회복지대상은 사회복지에 애착을 가지고 계셨던 제7대 교구장 故 서정길 대주교의 유지를 받들어 종교, 이념, 인종, 사회적 환경 등을 초월하여 세상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헌신봉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삶에 감사하고, 그 사랑의 향기를 온 세상에 알림으로써 우리 사회에 사랑과 나눔의 실천이 보다 확산되기를 바라는 취지로 제8대 대구대교구장 이문희(바울로) 대주교에 의해 1997년 제정되어 운영되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