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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성당 신자들의 첫 성탄 이야기
신설 성당을 찾아서
- 산내성당


취재|김명숙(사비나) 편집실장

텅 비어 있던 사제관에 불이 켜지고, 사제가 머문다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고 힘이 나는 신자들. 성건성당, 건천성당 소속 공소에서 본당으로 승격하기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간절히 기도해 온 덕분에 산내공소는 2008년 9월 5일 산내성당으로 탄생하였다.

산내면에 위치한 와항, 범곡, 진목, 의곡공소 신자들은 쇠락해가는 공소를 하나로 통합하기로 의견을 모은 뒤, 1999년 1월 기공식을 갖고 그해 7월 경주시 산내면 의곡 1리 143-5 현위치에 산내공소를 지어 전임 교구장 이문희(바울로) 대주교 주례로 공소 축성식 행사를 가졌다. 그리고 9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본당으로 거듭났다.

청도·운문 방향 국도를 따라 산내성당(주임 : 이창수 야고보 신부)을 찾아가는 길은 겹겹이 펼쳐지는 산자락들 사이로 늦가을의 아름다운 정취가 가득하였다. 본당의 첫 주임신부로 부임한 이창수 신부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성전과 사제관은 현재 건물을 사용하는데 별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사무실 건물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 교리실로 사용하고 있는 두 개의 컨테이너 공간이 신자들의 회합 장소로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본당 승격 이후 첫 성탄을 맞이하는 신자들에게 이창수 신부는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전체 네 개의 반으로 이루어져 있는 본당의 반원들이 각 반별로 한마음이 되어 구유를 만드는 일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구유는 성탄 때 제대 앞에 봉헌할 예정이다. 또 한 가지는 성경 이어쓰기로, 요한복음을 선택하여 반원들이 돌아가며 복음말씀을 이어 쓰는 동안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친밀감을 느끼게 하기 위함인데, 신자들로서는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또 한 가지는 전 신자들이 함께하는 수호천사놀이(마니또 게임)이다. “이는 본당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가능한 산내성당만의 독특한 점.”이라고 말하는 이창수 신부는 “이러한 작은 규모의 성당에서 신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모든 신자가 참여할 수 있음은 소공동체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고 들려주었다.

공소에서 본당으로 승격한 것에 대해 정종한(아브라함) 총무는 “공소신자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본당 승격의 기쁨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본당 승격을 바라는 마음으로 창세기부터 요한묵시록까지 성경필사를 시작했는데, 두 번째 필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본당 으로 승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몹시 감격했었다.”고 말했다.

김원흠(세례자요한) 총회장은 “공소에서 본당체제로 운영하려니 여러가지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말하며 “주임신부님을 도와 당장 시급한 본당진입로 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구 수 3천 7백여 명을 아우르는 산내면 지역복음화를 위해 이창수 신부는 새로운 계획을 구상했는데, 다름 아닌 어린이집 설립 건이다. “현재 산내면 전체에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이 없는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재정적으로 힘은 들겠지만 본당 차원의 어린이집 운영에 대해 사목회의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결정한 일.”이라며, “어린이집 설립은 부모들의 전교에도 큰 몫을 할 뿐만 아니라 장차 우리 산내본당 주일학교의 성장과 어린이 신앙교육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본당과 인접해 있는 진목정 성지와 연계하여 여름이나 겨울에는 청소년,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세대 수 74세대, 교적상 신자 수 187명, 주일미사 참례자 수 70여 명, 초·중·고 예비신자를 포함한 주일학교 수가 18명 남짓. 전교수녀도 없고 사무장도 없고, 본당 안에서 활동하는 신심단체나 액션단체 수도 많지 않다. 하지만 반모임과 반미사 봉헌을 통하여 신자들의 단합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에서 새로운 희망을 건져올린다.

“본당에 신부 없이 오랫동안 살아온 신자들에게 이제는 신부가 상주하는 만큼 오고 싶은 성당, 주일이 기다려지는 성당이 되도록 애쓸 것.”이라는 이창수 신부는 “농촌에서 모두들 바쁘고 분주하게 살아가지만 하루, 한 주간의 생활이 성전을 중심으로, 신앙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삶이기를 바란다.”고 당부하였다.

멀리서 바라 볼 때는 한적한 시골에서 맞이하는 산내성당 신자들의 첫 성탄이 어쩌면 쓸쓸하게 보일 터이다. 하지만 조용한 시골 본당에서 가장 겸손하고 가장 낮은 이의 모습으로 오시는 아기예수님은 세상 그 어느 곳에서보다 아름답고 귀한 모습으로 오실 것이다. 아기예수님을 모시고자 온마음으로 첫 성탄을 준비하며 오래 기다려 온 산내성당 신자들의 따뜻하고 착한 마음이 그곳에 함께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