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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를 찾아서 - 고령성당 백산공소
희망이 싹트는 곳, 백산공소


취재|김명숙(사비나) 편집실장

사제가 상주하지는 않지만 신자들이 모여 하느님을 믿으며 신앙을 이어가는 곳, 공소(公所)이다. 이번 달에 찾아간 백산공소는 고령성당(주임 : 김용민 안드레아 신부) 소속 공소로, 고령성당에는 백산공소 외에 덕곡, 박곡, 운수공소가 더 있다. 고령군 쌍림면 백산리, 26번 국도와 인접해 있는 백산공소의 주일미사가 있는 아침. 조용하던 공소마당에 웃음꽃이 피었다.

백산공소(회장 : 이종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는 아담한 공소 건물과 수녀원, 교육관 등 시골공소인데도 건물 관리와 주변 정리가 잘 되어 있다. 공소의 이종구 회장은 “리모델링을 한 지가 오래되지 않아서 공소가 아주 깨끗하다.”고 설명해준다. 마당 한쪽에 만들어놓은 나눔자리에서 전병원(토마스 아퀴나스) 전임 공소회장과 이종구(프란치스코 하비에르) 현 공소회장을 만나 공소 설립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공소가 생기기까지
전병원 전임 공소회장은 “1961년 4월 2일, 백산리 김판갑(골라도) 씨의 초가삼간 가정집 마당에 멍석을 깔고 신자, 비신자 약 50여 명이 모여 공과책으로 처음 공소예절을 한 것이 백산공소의 시초”라고 회고하며, “그때 이종문(베드로) 씨와 김옥출(도마) 씨의 활약 또한 컸다.”고 들려준다. 그렇게 첫 공소예절을 마치고 공소운영진으로 초대회장에 김옥출 씨가, 총무에 전병원 씨가 선출되면서 전교활동과 더불어 공소예절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장소의 잦은 이동으로 공소 신자들은 안정적이지 않은 공간에서 힘들게 신앙생활을 이어나가야 했다.



공소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대구대교구 이찬현(야고보) 신부의 어머니 김분선(마리아) 여사는 공소 건립에 필요한 기금을 전액 희사하였다. 공소에 벽돌이 올라가면서 공소 신자들 또한 내 집 짓는 마음으로 일손을 거들었는데, 당시 공소회장 전병원 씨의 부인 이명옥(엘리사벳) 씨는 “지금도 공소를 짓던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며 “매일 인부들의 밥을 해다 나르면서도 고생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옛일을 떠올렸다. 많은 이들의 기도와 정성으로 백산공소는 1979년 8월 4일, 전임 교구장 이문희(바울로) 대주교를 모시고 공소 축성식을 거행하였다.

 

공소에 날아든 기쁜 소식들
2001년 교구 공소로는 처음으로 백산공소에 예수성심시녀회 전교수녀 두 명이 파견되었다. 수녀들은 공소에 상주하면서 현재 세 명의 예비신자 교리를 맡고 있으며 공소 신자들에게 영적 도움을 주고 있다. 낙후된 공소건물의 리모델링이 이루어진 것 또한 기쁜 소식이었다. 리모델링 역시 김분선 여사의 유지를 받들어 2004년 10월 공사를 시작한 것이 현재의 모습으로 단장되었고, 십자가의 길 14처는 리모델링 전에 이미 정영주(카타리나) 자매가 봉헌하였다. 그리고 2004년 11월부터 원로사제 이종흥(그리산도) 몬시뇰이 한 달에 세 번, 매월 둘째주일에는 본당 주임 김용민 신부가 공소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공소 취재를 위해 방문한 10월 26일 주일 아침, 이종흥 몬시뇰은 강론을 통하여 “하느님을 받들고 공경하며 살 때 비로소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며 “시골에 살더라도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야 한다는 정신을 지니고 살 때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고, 그것이 곧 그리스도인의 자세라는 것.”을 거듭 강조하였다.

 

공소가 안고 있는 눈앞의 현실
딸기, 양파, 마늘, 논농사를 주업으로 하고 있는 백산공소 신자들은 인근 11개 마을을 포함하여 50여 가구 50여 명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신자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구밀도 또한 점점 낮아져 빈 집이 늘어가는 까닭에 전교에도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는 데다, 불교 신자수와 개신교 신자수도 비교적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종구 공소회장은 이런 어려운 현실의 여건에서 오히려 공소의 발전을 더욱 확신한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공소의 외형이 이만큼 잘 갖추어졌으니, 이제는 내실에 힘쓸 때라고 생각한다.”며 “초대 신앙인의 마음으로 돌아가 서로 화합하고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가 되어 공소나 본당뿐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에도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도록 더욱 힘쓰겠다.”는 말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고령성당은 현재 본당과 네 개의 공소를 포함, 본당구역을 전체 8개 구역으로 편성하여 사목하고 있으며, 공소의 네 간부들도 본당 회의에 참석하는 등 본당 공동체의 일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목적으로 배려하고 있다. 공소와 본당이 함께 어우러져 하느님을 믿고 섬기는 공동체, 이는 고령성당 백산공소의 모습일 뿐만 아니라 덕곡, 박곡, 운수공소 전체의 모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