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어느 날, 휘몰아치는 바람에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광경을 바라보다가 ‘이제 저 나무들도 한 해를 다 마무리 했나보다.’ 하는 생각과 동시에 ‘오염된 도회지 생활이 참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이 어떠하든 식물들은 열매를 맺거나 씨앗을 여물게 하면서 자기 존재 목적을 성실히 성취시킨다. 겨울바람에 떨어지는 저 낙엽들도 그런 의미들을 전해주는 것 같다.
존재의 목적? 새끼 놓고, 열매와 씨앗을 맺는 동식물들을 바라보면서 이 물음을 던질 때는 대답이 그런대로 간단하다. 하나 유독 인간을 두고 이 물음을 던질 때는 대답이 간단하지가 않다. 새끼 낳아 길러 종족 번식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면, “내가 돼지란 말인가?”라고 하면서 꽤나 불쾌하게 여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결혼해도 아이는 “No”라고 하는 부부들이 많이 느는 추세라는데….
자식 낳아 기르는 것이 인간이 지닌 존재 목적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하나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이 존재 목적의 전부라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그것을 깊이 인식하든 하지 못하든 출산과 양육만이 인간이 지닌 존재 목적의 전부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육체만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아니라, 정신적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인간은 정신적 가치를 존중한다. 또 인간이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참된 행복도 추구하는 것이다.
사람이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끼느냐를 측정하는 지수를 행복지수라고 하는데, 이 행복지수는 분명 존재가 추구하는 목적 성취와 함수관계에 있다 하겠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아주 낮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로지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다시 말해 요즘 사람들은 존재목적이니 정신적 가치니 하는 그런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단지 돈이 있어야만 행복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래도”라고 고집을 부려보고 싶다. 왜냐하면 “재물이 없으면 불편한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불행한 건 아니다.”라는 말이 참되다고 믿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 해도 행복지수는 생활의 ‘보람’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돈이 많다 해도 생활에 보람이 없는데 과연 행복하다고 느끼겠는가? 온갖 약봉지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누구이든가?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은 언제나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부자한테 물어보면 “천만에요.”라며 대답한다. 그렇다면 ‘보람’과 ‘행복’은 재물의 양에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2008년을 정리해보면서 2009년은 보람있게 살아보겠다고 새롭게 다짐을 해본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이니까 희생이 따르더라도 “고통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들고, 기쁨은 나누면 곱으로 불어난다.”는 말처럼 그런 마음의 자세로 살면 좋겠다. 혹시 누군가가 우리에게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느낀다면 그보다 우리에게 더 보람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세상에 그 누구보다도 예수님이 제일 행복한 분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자신을 전부 먹으라고 주셨는데, 그보다 더 보람된 삶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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