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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교리상식
오늘날 왜 또 교리인가?


이상영(그레고리오)|신부, 황점유적지 개발 겸 무학연수원

대개 우리는 교리공부라고 하면 신앙생활에 있어서 기본적이고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여전히 흥미 없고, 어렵고, 딱딱하고, 진부하고, 지루하고,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생각해버린다. 이렇듯 오늘날 교리는 우리에게 별 의미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우리의 마음은 이제 교리에서 아무런 감동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재미있고, 쉽고, 신선하고, 짜릿하고, 개인적으로 필요한 욕구를 빨리 충족시켜 주는 비정상적인 형태의 종교사상으로 빠져들곤 한다.

이런 현상은 비단 오늘날만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항상 있어 왔다. 교리가 생겨난 것도 교회 초창기부터 끊임없이 발생하는 수많은 오류와 이단에 대처하면서 정통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리(교회의 정통 가르침)는 어느 누가 이론화한 신앙명제가 아니라 교회의 삶의 표현이었다.

어느 종교학자는 “예수를 안 믿는 것보다 훨씬 더 문제인 것이 그릇 믿는 것이다. 예수를 바로 믿지 않는다면 차라리 믿지 않는 게 낫다.”고 했다. 하느님을 믿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믿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일깨워주는 말이다.

최근 한국 가톨릭교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의 원인이 바로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항상 외부의 적보다는 내부의 적이 더 위험한 법이다. 오늘날 우리 신앙의 진리를 위협하는 온갖 종류의 잘못된 믿음이 교회 내부에서 생겨나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며, 올바른 신앙에 이르기 위한 해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과연 교리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상황이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오늘날의 교회 상황은 분명 과거와는 다르다. 세상도 그만큼 많이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고 해서 신앙의 진리가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진리는 언제나 진리이기 때문에 진리인 것이다. 우리는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간과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리를 왜곡하는 잘못된 사상에 빠져들어 우리의 정체성을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오랜 신앙체험과 역사체험을 통해 쌓아온 교리의 의미를 되새기고 깨우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조금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교리의 의미는 다시 살아나 우리의 가슴을 울릴 수 있다. 교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지 않는다면, 지식의 소유물로 여기지 않는다면, 본래의 신선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