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복지의원과의 인연
대봉성당에서 첫 영성체 후 줄곧 남구 이천동에서 살아온 정영목 원장은 1984년 한의사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 대학시절부터 소록도 한방무료진료 등의 봉사활동에 앞장 서 오던 정 원장은 “1994년 대봉성당 의료인봉사단체인 ‘루까회’ 소속으로 본당신자들과 인근주민들을 위한 무료진료활동을 시작하던 중 성심복지의원 사무장님으로부터 도움 요청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1년 정도의 대봉성당 무료진료활동을 끝낸 정 원장은 6명의 한의사들과 함께 ‘성심한방진료봉사단’을 구성하여 성심복지의원에서 한방무료진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세월이 벌써 15년 째 접어들고 있다. 현재 한방봉사단 팀장을 맡고 있는 정 원장은 “그동안 여러 한의사들이 거쳐 간 가운데 현재 22명의 회원들이 3인 1조로 6주 1회 진료하며, 월 2회 거동이 힘든 이들을 위한 방문 진료도 실시하고 있는데, 회원 중 절반정도가 봉사경력 10년 정도 된다.”고 말한다. 또한 진료활동 외에도 어버이날 어르신들을 위한 풍물놀이를 하기도 하고, 거리성금모금에 나서기도 하며,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격려행사도 열고 있다.
이렇게 꾸준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정 원장은 “의사로서 매일 하는 일을 잠깐 가서 옮긴 것일 뿐.”이라며 “그곳에 가서 오히려 나의 부족한 내면을 채우게 되는 것 같다. 활동 후 느끼는 상쾌함과, 같은 뜻을 가진이들과 함께하는 즐거움 자체가 그대로가 행복.”이란다.
정영목 원장이 “다른 곳에서는 쉽사리 느낄 수 없는 신선한 감동이 살아있는 곳.”이라고 소개한 성심복지의원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을 비롯하여, 사회적으로 소외된 외로운 이들을 위한 교구 사회복지회 산하 무료진료병원으로, 3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독지가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한방진료 뿐만 아니라 치과, 내과, 신경과, 정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 모든 의료진이 참여하고 있으며 초·중고생 안내봉사자, 한의대생·간호대학생 진료봉사자와, 접수, 세탁, 주방, 차량, 영선, 지압, 미용, 사진, 푸드뱅크, 노래, 사무봉사자 등이 담당사회복지사들과 함께 오케스트라의 멋진 하모니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활동현장에서 정 원장은 “이것이 바로 하느님 현존의 섭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였다.
많은 이들의 소리 없는 봉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 원장에게 전해진 2007년 MBC 사회봉사대상 수상(성심복지의원)과 제5회 대구자원봉사자본상 수상 소식은 무척 부담스러웠다. “몇 차례 수상을 거부했지만, 난방비 부족으로 차가운 진료실에서 환자를 맞이해야하는 현실 앞에 상금으로나마 모자라는 의원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는 정영목 원장의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쉽지 않은 길을 꿋꿋이 걸어온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또 다른 시작, 가톨릭 한의사 신우회
성심복지의원에서 뜻을 함께하며 모인 20여 명의 한의사들은 1999년 5월 25일 ‘가톨릭 한의사 신우회’를 창립하였다.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정영목 원장은 “소수 인원이지만, 2003년부터는 김용민(안드레아) 신부의 지도아래 매달 1회 ‘거룩한 독서’를 실시하여 성령과 함께하는 신앙의 참맛을 느끼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1년에 한두 번씩 가족들과 함께 시설방문 한방무료진료와 성지순례를 다니며 신심단체로서의 모습과 봉사모임으로서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회원 개개인이 모두 훌륭한 분들이다.”는 이야기를 거듭하던 정 원장은 결국 회원들 자랑을 늘어놓았다. “각자 본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평신도 활동과 신우회 구심역할을 하고있는 송진근 원장, 2년째 매일 성서 한 구절씩 문자메시지로 보내주는 송금덕 원장, 성음악선교에 앞장서는 한형식 원장, 성서 가운데 치유의 구절을 적어서 환자들에게 나누어주는 황준호 원장, 한의원 진료보다 시설 무료진료와 사회복지사업에 더 열심인 김성진 원장, 40일간 스페인 산티아고 800km 도보성지순례를 다녀온 황성준 원장, 노인사회복지제도에 대한 관심으로 일본, 호주를 다니며 선진 제도를 연구하는 황성연 원장, 거룩한 독서의 매력에 푹 빠져든 오경환 원장 등 모두 ‘일당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성심복지의원과 신우회 활동으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영목 원장은 더 넓은 곳의, 더 많은 이들을 위한 관심 또한 소홀히 하지 않는다. 가끔씩 간호사들과 소외된 곳을 찾아 방문진료를 하기도 하고, 환자들 중 불우아동을 복지재단에 연결해주기도 한다. 또한 지난해 5월에는 대봉성당 주일학교 졸업 30주년 Home comming Day(모교로 모이는 행사)를 주관하여, 본당사랑운동의 새 지평을 열기도 하였다. 그리고 매달 한국복지재단을 통해 북한과 베트남 불우어린이들을 후원하고 있으며, 한방해외의료봉사단원으로 카자흐스탄 알마타, 러시아 사할린, 몽골 울란바타르 등지로 해외의료봉사를 다니고 있다. 특히 카자흐스탄과 사할린을 방문하며 우리 동포를 많이 만날 수 있었다는 정 원장은 “그동안 존재조차 모르던 그들이 힘들게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민족의 동질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하였다.
이번 취재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가 너무 부풀려 전달되지는 않을까 염려된다는 정영목 원장은 “성서 가운데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는 겸손의 말씀이 있지만 왼손도 같이 알면 양손이 함께 할 수 있어 더 좋지 않겠냐.”면서 “‘나 자신’보다는 ‘우리의 활동’이 더 알려져,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후원참여와 활동참여로 함께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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