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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를 찾아서 - 가실성당 하산공소
공소에서의 미사, 사랑의 잔치


취재|김명숙(사비나) 편집실장

하산공소 취재를 위해 먼저 들른 곳은 왜관읍 낙산리에 위치한 가실성당. 1895년에 설립된 가실성당은 조선교구 열한 번째 본당으로 유서 깊은 성당이다. 마침 1월 4일 주님 공현 대축일이라 주일학교 학생들은 삼왕내조 행사준비로 한창 분주하다. 요즘 도시 본당에서는 거의 사라진 행사를 이곳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이채롭다.

가실성당 주임 현익현(바르톨로메오) 신부와 일행이 하산공소에 도착하자, 미리 나와 있던 신자들이 반가이 맞아준다. 가실성당 소속으로 하나뿐인 하산공소는 달성군 하빈면 하산 1-2리, 봉촌 1-2리, 감문 1-2리 구역을 관할하고 있다. 매월 첫째 주일 오후 2시 공소미사를 봉헌하는 날, 여느 때보다 많은 신자들이 참석하여 미사시작 전에 고해성사를 보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차가운 마룻바닥을 전기장판으로 녹이며 미사를 봉헌하는 공소 신자들은 미사를 봉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다.





주님 공현 대축일의 미사 강론은 특별했다. 신자들 가까이 다가와 앉은 현익현 신부는 강론 중에 “오늘의 동방박사는 우리들로서, 우리들에게 별의 역할을 해주는 것은 양심의 소리이고, 그 소리는 조용한 시간 속에서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면 들을 수 있다.”며 “우리 스스로가 동방박사가 된다면 흔들림이 많은 이 세상에서 삶의 방향을 잘 잡을 수 있을 것이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의 방향 또한 잘 잡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미사가 끝나고 이어지는 아가페 사랑의 잔치. 저마다 정성껏 준비하여 가져온 음식들을 함께 나눈다. 집안이야기부터 본당이야기까지 사제와 공소신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음식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행복한 시간. 먼 길을 온 정태금(모니카) 할머니는 “미사에 참석하면 기분도 좋아지고 교우들 얼굴만 봐도 반갑고 이렇게 맛난 음식을 같이 먹으니 더 좋다.”며 함박 웃는다. 정말 좋다는 표정이다. 20년 넘게 공소회장으로 활동한 이상태(베드로) 전임 공소회장은 “지금은 공소 신자들이 몇 안 되지만 공소가 한창 번성할 때는 50명을 웃돌았다.”고 말하며 “당시 교우들이 직접 모래를 날라 블록을 만들어 공소를 지을 만큼 열심이었다.”고 회고한다.

<하산공소 관할에 처음 신자가 산 것은 하빈면 동곡에 유승렬(바르톨로메오, 대구대교구) 신부의 선대였으나 일찍이 대구로 떠나감으로써 신자가 없다가, 1950년 6.25 전쟁 후 김 마리아라는 사람이 서울에서 친정인 이곳으로 내려와 차츰 주위에 전교를 시작하였다. 마침 이 무렵 박형택(베드로)의 집안 식구들이 모두 세례를 받게 되었고, 박형택 형제를 중심으로 마을의 신자들을 모으니 16세대 50여 명이나 되었다. 박형택 형제는 하산공소를 짓기 위해 자신이 소유한 대지 176평을 교회에 헌납하였고, 1955년 5월 19일 건평 22평의 목조건물을 지어 가실성당의 모안세 신부가 공소를 축성하였다. 이어 박형택 형제가 공소회장으로 임명되어 전교활동을 벌였다.> - 가실성당 자료에서 발췌, 정리

신자들에게 신앙생활의 모태와도 같은 하산공소는 지난해 자체적으로 힘을 모아 공소시설을 재정비하였다. 서예솜씨가 뛰어난 김상석(니콜라오) 형제는 붓글씨로 신약성경을 필사하며 공소의 담장을 예쁘게 칠하고 공소 청소도 도맡아 하고 있다. 하산공소 정표년(세실리아) 회장은 “공소 단장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특히 지난 1년 동안 월배성당의 한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미사 때마다 오셔서 어려운 공소에 많은 기쁨과 도움을 주셨는데, 올해도 우리 공소와 도시의 단체가 결연을 맺어 시골의 인심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익현 신부는 하산공소에 대해 “신자 수는 적지만 가족처럼 따뜻하고 매력적인 곳.”이라고 말하면서 “언젠가 공소의 고해소 한 구석 폐지 더미에서 버려지기 직전에 옛 교리서로 사용되었던 그림들과 유물을 발견했다.”고 들려준다. 그리고 “공소 교우들에게 허락을 얻어 그림들은 현재 가실성당 역사관에 전시하고 있고, 유물은 관덕정에 전시되어 있다.”며 그림들을 직접 보여주었다. 1950-60년대, 글을 모르는 예비신자들을 위해 외국에서 들여온 그림들로 교리를 가르쳤다는데, 당시의 그림들은 공소 신자들을 위해 사용된 소중한 교리서로써 공소의 역사를 보여주는 가치 있는 자료들이라 할 수 있다.

역사도 건물도 오래된 하산공소. 요즘 건축물에 비교한다면 멋스럽지도 않고 불편함이 따르는 공소이겠지만, 그곳에는 가슴 가득 사랑을 안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 사랑한다고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아도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며 사랑을 나누어줄 줄 아는 그들이 있기에 하산공소는 따뜻하고 친근하며 기쁨이 샘솟는 공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