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공기를 가르며 출발한 지 2시간 여만에 드디어 경산시 와촌면 동강리의 하양성당 소속 ‘와촌공소’에 도착했다. 마을어귀와 대구 갓바위로 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는 와촌공소는 교적상 180여 명에 이르는 신자들이 소속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신자는 50여 명 정도이다. 그 이유로는 가까이 본당이 있고, 그렇지 않으면 냉담하기 때문이다.
 오전 8시 40분,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태양빛이 공소를 훤하게 비추는 가운데 공소 안은 어느덧 미사참례를 위해 모여든 신자들로 북적거린다.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신자들은 저마다 무언가를 찾아 가슴 한쪽에 달기에 여념이 없다. 하강호(보나벤투라) 공소회장은 “최홍길(레오) 주임신부님께서 본당에 오신 뒤로 본당뿐만 아니라 공소에서도 명찰달기 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서로 알고는 있지만 이름까지 알고 있는 경우보다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명찰달기를 통해 더욱 잘 알게 되었고, 특히 어르신들은 잊고 살았던 이름과 본명을 누군가 불러주게 되어 좋아 하신다.”고 들려준다. 이런 풍경외에도 성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어르신들, 삼삼오오 모여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계신 어르신들, 조용히 기도를 드리며 곧 시작될 미사를 기다리는 어르신들로 공소 안은 활력이 넘쳤다.
9시, 2년 전부터 미사집전을 위해 대구에서 오시는 원로사제 박원출(토마스) 신부의 주례로 미사가 봉헌되었다. 오르간 소리에 맞추어 울려퍼지는 성가, 그 안에서 들려오는 성령의 말씀, 은총의 시간 속에서 그들은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위한 기도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에 그지 없어 보였다.
와촌공소 신자들 대부분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거나 아님 결혼을 통해 터를 잡고 살아가는 신자들이다. “시집 온 뒤로 줄곧 공소에서 미사참례를 해왔다.”는 송영옥(데레사) 총무는 “자동차만 타면 금방 갈 수 있는 거리의 본당에 나갈 수도 있지만 선조대부터 지켜온 공소에서의 신앙을 놓칠 수 없다.”면서 “공소는 신앙활동을 위한 형식적인 공간이 아닌 정신과 육체적으로 위로받고 편히 쉴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1850년경, 100년도 훨씬 넘는 역사를 가진 와촌공소가 지금에 이르기까지에는 많은 사제들과 신자들의 노고와 열정이 있었다. 역사가 오래 되었지만 정확한 자료가 없어 안타깝다는 하강호 회장은 “현재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신 사택에서 공소예절을 해오다 1940년경 돌아가신 이임춘 신부님께서 현재의 공소 부지를 매입한 곳에 2004년 본당 주임신부님이셨던 김상규 신부님의 지원과 공소 신자들이 힘을 합쳐 현재의 공소 건물을 짓게 되었다.”면서 “그날 이후부터 마을 이름을 따서 불리던 동강공소는 지역민들에게 하느님을 복음을 전하자라는 뜻을 담아 ‘와촌공소’로 변경하게 되었다.”고 들려준다.
 현재 와촌공소에는 본당 못지 않은 활발한 신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레지오 마리애, 제대회, 반모임, 외짝교우 교리반, 예비신자 교리 등이 행해져 단순히 미사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폭넓은 신앙활동으로 자칫 침체될 수 있는 공소의 신앙을 이끌어왔다. 뿐만 아니라 피정시설을 완비하고 있어  누구나 피정을 다녀갈 수 있도록 항상 신앙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이밖에도 본당의 신심단체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본당과의 유대감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시골의 후덕한 인심과 더불어 무슨 일이든 열성을 다하는 신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공소 에 늘 생동감이 넘친다는 하강호 회장은 “저는 단지 이름뿐인 회장일 뿐 우리 공소 신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모두가 알아서 실천하고 계실 정도로 공소의 일뿐만 아니라 하느님 일에서도 열성과 신의를 다한다.”고 말하며 “이제는 최홍길 주임신부님께서 인터넷 카페 (http://cafe.daum.net/hycatholiclove) 내에 공소방을 마련해 주셔서 여러 가지 소식을 빨리 접하고, 전할 수 있게 되었고, 신부님께서도 공소방을 통해 공소의 작은 일에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아주고 계신다.”고 전했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빛나는 신앙으로 소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온 와촌공소 신자들의 얼굴에 깃든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며, 앞으로도 그들이 지켜나갈 신앙과 희망에 대해 그분의 은총이 함께 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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