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춤바람이 났습니다. 사제관 뒤에 ‘필로메나’라는 교육 센터가 있는데 다가오는 월요일이 5주년이라서 뭔가 행사를 하는 모양입니다. 헌데 그곳 봉사자들이 난데없이 저에게 와서 함께 춤을 추자고 하여 별다른 변명거리를 찾지 못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Cholero(초레로:바람둥이) 라는 곡인데 가사가 참 재미있습니다. 잠시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내가 많은 사랑을 지니고 있다 해도 그저 내버려두세요. 비록 나를 바람둥이라 불러도 여인들이여 난 당신들을 사랑해요. 나에겐 결혼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그저 내버려두세요. 내가 그녀들을 장미꽃처럼 돌보니 그녀들은 참 행복하게 사는 거죠. 파리가 벌꿀에 모여들듯 내가 원하는 걸 막지 마세요. 그건 내가 가져야만 하는 거니까요. 세상을 내 발밑에 두고 있지요. 당신이 이미 알다시피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말예요. 바다의 파도를 막을 수 없듯이 날 막을 순 없어요. 전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운걸요. 내 가는 길의 끝을 알고 있지만 나 홀로 끝낼 테니 그저 내버려두세요.
신부가 이 곡에 맞춰서 엉덩이를 들썩이며 춤을 춘다면 참 볼만할 것 같지 않습니까? 하하하.

이번 주제는 ‘여행’으로 잡았습니다. 볼리비아 하면 ‘여행’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죠. 볼리비아는 그야말로 축복의 땅입니다. 천연의 자연 자원이 곳곳에 널려있기 때문이지요. 이곳에 머물면서 그동안 적잖이 많은 곳을 다녀왔습니다. 우유니 소금 사막, 또로또로, 띠띠까까, 뚜나리, 라빠스, 띠와나꾸, 오루로, 사마이빠따, 꼬로이꼬 등등. 각 지역마다 특색이 모두 다릅니다. 그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곳이 바로 우유니 소금사막이지요.
우유니 소금사막, 말 그대로 온 천지가 소금뿐인 곳입니다. 우리나라의 충청북도 만한 땅이 전부 소금으로 뒤덮여 있는 것을 상상해 보시면 됩니다. 원래는 바다였으나 지층이 서로 맞부딪혀 하늘 높이 해발 3650미터나 치솟아(참고로 한반도에서 가장 높다는 백두산 높이가 해발 2750미터입니다. 짐작이 가시나요?) 그대로 말라버려 소금만 남은 것이죠. 직접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그야말로 장관인 곳입니다. 이곳에 물고기 섬이라는 산호섬이 있는데, 섬 전체가 산호 화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이죠.
다음으로 또로또로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볼리비아에서 추천하고 싶은 명소 중의 하나입니다. 사실 우유니 소금사막이 알려져 있긴 하지만 실제로 가면 할 일이 없습니다. 둘러보면서 ‘아~ 멋지구나.’하고나면 그 뒤로는 계속 똑같은 광경이 지리멸렬하게 이어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곳 또로또로는 색다른 재미가 숨어 있습니다. 먼저 동굴탐험, 거대한 동굴을 따라 지하로 200미터 가량 내려갑니다. 실제로 동굴은 더 깊이 이어져 있지만 여러 가지 안전상의 이유로 200미터까지만 가이드를 따라 내려갈 수 있습니다. 가장 깊은 곳에서 모두가 불을 끄고 잠시 조용히 머무는 순간이 정점입니다. 그야말로 진정한 암흑과 정적을 체험하게 됩니다. ‘본다.’는 것의 소중함과 ‘듣는다.’는 것의 소중함을 동시에 체험하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엄청나게 큰 계곡도 있습니다. 말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게 아쉬울 뿐이군요. 그 계곡을 따라 걸어 내려가면 나타나는 작은 연못에 수영도 할 수 있지요. 또한 이 지역 일대에 공룡 발자국 화석이 천지에 널려 있어 세월의 무상함을 체험해 볼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라빠스 여행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 라빠스 여행 안에 띠와나꾸 유적지, 띠띠까까 호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라빠스는 얼마 전 007영화에서도 나온 도시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많이 붙는 곳이지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공항,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도시,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 등등…. 띠와나꾸 유적지는 고대 잉카문명의 섬세함을 그대로 담고 있고, 띠띠까까 호수는 바다가 없는 이 볼리비아에서 내세울 수 있는 물 많은 관광지입니다.
코차밤바에 있는 뚜나리 산도 권해볼만한 장소입니다. 코차밤바 자체가 해발 2553미터 정도인데 이 산은 해발 5000미터가 넘는 곳이지요. 올라가면서 펼쳐지는 경관은 그야말로 절경 중의 절경입니다. 하지만 경치보다는 산소부족을 체험하는 데 더없이 훌륭한 장소입니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호흡곤란을 느낀다는 걸 말로만 들었는데 이곳에서 정말 숨이 모자라 적잖이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끝내 정상을 정복하고서야 돌아왔습니다.
이번 회도 여지없이 지면의 부족함을 느끼는군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볼리비아의 명소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여행은 저에게 있어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시야를 넓혀주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저 말로만 듣거나 책을 보고 상상했던 것을 직접 체험하고 나면 시야가 훨씬 넓어지는 느낌이 들지요. 하지만 또 반대로 우리가 머무는 집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기도 합니다. 여행 중에 머무는 곳은 아무리 좋고 훌륭하다 해도 잠시 머물 곳에 불과하기에 집만큼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곳도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의 여행자입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지가 이 땅에 있지 않다는 것을 그리스도교 신자라면 누구나 생각하는 바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여행할 때에 우리는 좀 더 넓은 시야로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정말 심각하고 슬픈 일도 지나가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고, 정말 기쁘고 행복한 일에도 지나치게 마음을 두거나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때로 스쳐가는 세상일에 너무 마음을 써서 거기에 온통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 순간에 다윗 왕이 보석 세공인을 시켜 지나친 기쁨에서도 또 큰 절망에서도 자신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반지에 써 넣으라 명한 한 마디의 말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그 보석 세공인은 솔로몬의 지혜를 빌려 다음의 말을 써 넣었다고 합니다.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