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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를 찾아서 - 신동성당 연호공소
봄날같은 연호공소


취재|김명숙(사비나) 편집실장

대구에서 신동으로 향하는 호젓한 산길을 따라 신동재를 넘어서자, 아래로 마을이 보인다. 닭을 많이 키우는 곳이라 축사들이 비교적 많은 동네에는 곳곳에 분홍빛 봄꽃들이 활짝 피어 반긴다. 공소가 얼른 눈에 띄지 않아 동네를 한 바퀴 둘러 본 뒤에야 찾을 수 있었다.

칠곡군 지천면 연호 2리 산 70번지에 자리한 연호공소. 신동성당(주임 : 박근배 알렉시오 신부) 소속의 공소로 신동성당에는 연호공소와 하빈공소가 있는데, 연호공소에는 매월 둘째 주일 오후 2시에 신동성당 주임신부가 방문하여 미사를 봉헌한다. 그 외 주일은 신자들끼리 바치는 공소예절로 주일의 의무를 지켜가고 있다.

연호공소(회장 : 백종갑 가리나스)를 방문한 주일 아침. 오전 9시 30분부터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는 신자들 틈에 함께 했다. 1처, 2처, 3처… 옮길 때마다 한 사람씩 자발적으로 선창을 하며 기도를 이끌어가는 신자들 사이에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기도하는 어린 학생들도 함께 한다. 십자가의 길 기도가 끝나자 공소의 이찬국(베드로) 총무는 얼른 뛰어나가 종을 치고 들어온다. 아직도 연호공소에서는 이렇게 종을 치고 있다고 들려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성가연습. 선창하는 이의 얼굴이 낯이 익다. 교구 일에도 열성적인 마백락(끌레멘스, 신동성당) 관덕정 순교기념관 운영위원이다. 마백락 씨는 신동성당에서 주일 새벽미사를 봉헌한 뒤 공소에 와서 성가 지도와 강론을 맡아 하며, 예절이 끝난 뒤에는 예비신자 교리도 가르치고 있다. 이찬국 총무의 권유로 교리를 배우게 되었다는 이경숙 씨는 “어렸을 때 잠시 왜관성당에 다닌 기억이 있다.”며 “그 옛날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고 있었는데, 이렇게 천주교로 인도해주고 또 교리를 배울 수 있게 도와주셔서 고맙고 기쁘다.”고 말했다.














공소예절이 끝나면 자리를 옮겨 레지오마리애 회합으로 이어진다. 이날 ‘병인의 나음 쁘레시디움’의 325차 주회는 전체 단원 13명 가운데 몇몇이 빠진 채 시작되었다. 공소 총무이면서 ‘병인의 나음’ 쁘레시디움의 단장직도 맡고 있는 이찬국 씨는 “이곳에서는 단원들이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은 여건상 어렵고, 그 대신 개개인의 기도생활과 병자방문을 주된 활동으로 삼고 있다.”고 들려주었다. 

연호공소는 1953년에 공동체가 형성된 이래 현재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1975년부터 공소 회장직을 맡아 봉사해 오고 있는 백종갑(가리나스) 회장. 그는 “요즘 들어 부쩍 아픈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빠지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백 회장은 “공소예절이 끝나면 이렇게 레지오 회합을 하고 함께 점심을 만들어 먹으며 공소에 필요한 여러 가지 일들을 상의하고 또 해결해 나가고 있다.”며 “공소 신자를 늘리는 게 급선무이긴 한데, 워낙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아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리적, 경제적으로 불편함이 따르는 공소이지만, 반세기가 넘도록 이어져 내려오는 신앙이 있고, 그 신앙을 생명보다 귀하게 여기는 어르신들이 있다. 그런 어르신들이 있기에 자손들도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살고 있다.
 
하느님 한 분만을 믿고 바라며, 어려운 공소의 여건속에서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가꾸어 가는 연호공소 신자들. 소박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그들의 믿음과 가족 같은 사랑이 있기에 연호공소는 언제나 봄날처럼 따뜻한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