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버린 채
침묵만으로 더 많은, 더
절실한 마음 전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살며 함부로 뱉은 말들 거두어들이는 중인가
쉬 범접 못할 아득히 높은 저 벽보며 우린
우리가 낳은 죄의 말들에 갇혀 때때로 괴로워하지만
벽 안은 하늘로 길 열어 오직
하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흔들리는 믿음 흔들어 깨우는가도 싶은데, 우린
아직 세상 쪽으로만 길 열어 노상 이리 허덕인다
그만큼 또, 무겁고
우리도 한 번쯤 우리를 닫아
내일의 빛 온전히 바라봐야 할 것을
* 약력: 197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2001년 『매일신문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으로 「바람의 行方」,「잡풀의 노래」, 「못갖춘마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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