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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오다
봉쇄수도원


글 송진환(다니엘)|시인, 태전성당

  

말을 버린 채

침묵만으로 더 많은, 더

절실한 마음 전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살며 함부로 뱉은 말들 거두어들이는 중인가

 

쉬 범접 못할 아득히 높은 저 벽보며 우린

우리가 낳은 죄의 말들에 갇혀 때때로 괴로워하지만

벽 안은 하늘로 길 열어 오직

하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흔들리는 믿음 흔들어 깨우는가도 싶은데, 우린

 

아직 세상 쪽으로만 길 열어 노상 이리 허덕인다

그만큼 또, 무겁고

 

우리도 한 번쯤 우리를 닫아

내일의 빛 온전히 바라봐야 할 것을

 

* 약력: 1978현대시학으로 등단. 2001매일신문신춘문예시조 당선. 시집으로 바람의 行方,잡풀의 노래, 못갖춘마디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