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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희망의 공장
동감에서 감동으로


글 강영목(요한보스코) 신부|교구 가정담당

 

모든 사제는 사제서품을 받을 때 자신이 평생을 사제로 살아갈 서품성구로 성경의 말씀을 하나씩 고른다. 내가 정한 말씀은 루카복음 24장 32절의 말씀이다. 예전 공동번역 성서의 표현에 따라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뒤늦게 발견하고서 외친 말이다. “우리가 얼마나 뜨거운 감동을 느꼈던가!”(루카 24, 32) 그러면서 나의 서품 모토와 함께 연관지어 강론이나 강의를 할 때 자주 사용했던 표현이 있다. “여러분, 감동을 거꾸로 말하면 어떻게 되지요? 네, 동감입니다. 이처럼 사실 우리가 서로 마음이 통해야 그 안에서 감동이 일어나게 됩니다.”

우리가 텔레비전을 보다가, 혹은 영화를 보다가 눈물이 나게 되는 것은 그 상황이 비록 허구라 할지라도 극속 인물의 상황에 깊은 동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나도 모르게 감동의 눈물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는 사실 우리 가정 안의 구성원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남편과 아내, 자녀들로 구성된 가정 속에 서로의 입장과 처지에 대한 동감을 할 줄 알 때 비로소 감동을 줄 수 있고 감동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부분에서 오늘날 현대의 가정 안에 감동을 위한 소통의 시간이 참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예전 안동 라디오 방송에서의 캠페인에서는 다음과 같은 오늘날의 대화부재를 다루며 고쳐 나가보자는 표현이 나왔다고 한다.

 

“올챙이 뒷다리가 나오는데 45일,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데 21일, 봉숭아 새싹이 돋는 데는 일주일, 삼각 김밥의 유통기한은 하루, 배추를 맛있게 절이려면 5시간 35분이 필요하고요, 계란을 삶기 위해서는 12분이 걸립니다. 그렇다면 부모와 자녀가 하루 평균 대화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 35초 … ! 부모와 자녀의 하루 평균 대화시간은 35초라고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평균시간이지만 혹시 오늘 하루 자녀에게 건넨 말이 ‘밥 먹어라’, ‘공부해라’, ‘학교 가야지’ 등이 전부이지는 않으셨는지요? 마음을 열고 대화해 주세요. 꼭 안아 주세요.”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각자 나름대로 너무나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현실 속에서 35초라는 대화 시간 속에 그 어디에도 동감을 이루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더군다나 감동으로 이어지기에는 까마득한 오늘날 가정의 현실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갈수록 살기가 빠듯해지는 세상 속에서 가족끼리 더 많이 대화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 공부시키고, 가정을 꾸려가고, 직장생활, 사회생활 치열하게 하면서 여유를 찾는다는 것이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 주변의 여러 신자 가정을 둘러보아도 평온하고, 여유롭고, 그러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 가정을 돌보며 살아가는 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저마다 어려움이 있고 힘듦이 있는 가운데 하루하루 여유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캠페인의 문구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당장의 가정을 위한 큰 변화나 엄청난 애정을 쏟으라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한 번 더 내 남편과 아내, 자녀를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교구장님 교서의 표현처럼 가장 작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교회가 바로 우리 가정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35초가 1분이 되고, 30분이 되고, 1시간, 하루의 시간으로 점점 더 내 가정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기울일 수 있다면 분명 우리 가족이 달라진다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는 우리 가정에서만이 아니라 가정에서 시작된 변화는 내 일상의 삶과 내 믿음의 삶까지도 한층 더 행복감과 안정감으로 나아가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기에 예전부터 우리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하였고 ‘가화만사성’이라는 고사성어를 사용해오지 않았던가!

신앙생활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것, 하느님께 머물 수 있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자세라는 것을 우리는 피정이나 교육 때 종종 듣곤 한다.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라 하는데, 혼잣말만 늘어놓고 성당 자리를 박차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니라 기도의 응답을 들을 수 있는 하느님께 머무름이 필요함을 우리는 늘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하느님의 뜻을 계속해서 찾아 나가는 것이 올바른 신앙의 자세이다. 이는 오늘날 인간관계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는 것, 곧 귀를 기울여 들을 수 있는 자세가 있을 때 상대방도 나를 존중하고 나의 뜻을 받아들일 수 있다. 바로 동감의 마음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오늘 당장, 우리 가정에서부터 동감을 다시 연습해 보도록 하자. 한 번만 더 듣고 나누는 대화를 통해 우리 가정의 작은 감동을 느껴 보도록 하자. 이것이 바로 우리 신앙생활에 있어 계속해서 실천해야 할 신앙을 증거하는 첫 걸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