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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성정하상성당 남예경(라파엘라) 씨 가족
은총의 선물, 세례로 다시 하나가 된 가족


취재 김선자(수산나) 기자

 

토요일 오후, 온 가족이 모여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주일에 있을 세례식의 대모를 서는 일부터 기르는 고양이까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이야기에 웃음꽃이 피었다. 바로 2016년 교구장 사목교서 ‘가정, 가장 가까운 교회’에 걸맞게 살고 있는 성정하상성당(주임 : 시성복 바오로 신부) 남예경 씨 가족의 주말 모습이다. 2011년 둘째 정화(아델라) 양이 세례를 받으면서 엄마 남예경(라파엘라) 씨가 그해 12월에, 셋째 효정(루시아) 양과 아빠 서명호(라파엘) 씨가 2012년 11월과 12월에, 막내 정우(프란치스코) 군이 2013년 11월, 첫째 정민(베로니카) 씨가 2014년 2월에 마지막으로 세례를 받으면서 4년에 걸쳐 온 가족이 예수님의 자녀로, 성가정을 이루었다.

라파엘라 씨 가족이 신앙을 받아들인 계기는 사춘기로 힘든 시간을 겪던 아델라 양이 작은 이모의 권유로 성당을 다니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아델라 양은 “처음엔 전례 안에 행하는 모든 것이 싫었는데 어느새 십자가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다스려졌다.”며 “엄마와 갈등을 겪던 제가 자연스럽게 엄마에게 다가가게 되었고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 딸을 따라 성당에 첫 발을 디뎠다는 라파엘라 씨는 “처음엔 그저 아델라를 따라가 맨 뒤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성당에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독실한 불교신도였던 남편의 강한 반대에 이혼위기까지 가는 가족 해체의 시간을 겪었다.”고 밝혔다. 라파엘 씨 또한 “어느 날부터 아내가 같은 요일, 같은 시간만 되면 말도 없이 나가서 몇 시간 뒤에 들어와 혹시 바람이 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나중에 소공동체 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알게 되고 오해를 푼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종교로 갈등을 겪던 집안에 종교가 두 가지로 나뉠 수 없다는 시어머니의 허락에 평화를 찾았지만 남편이 신자가 되기까지 힘든 고비가 많았다는 라파엘라 씨는 “남편의 의견은 묻지 않고 무작정 예비신자교리반에 등록했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몰라 고민을 하던 차 온 가족이 여행을 가게 되어 말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라파엘 씨는 “어머니의 불호령과 새해부터 성당에 다니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는 아내의 성화에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낯설기만 한 성당에 첫 발을 내딛었다.”고 덧붙였다.

 세례를 받기까지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등 힘든 일이 많아 제대로 교리공부를 하지 못한 채 찰고를 받으러 갔다는 라파엘라 씨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주임 신부님께 ‘준비는 안 됐지만 세례를 주시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는데 신부님께서 한 동안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며 “긴 침묵 끝에 허락이 떨어져 그렇게 세례를 받았지만 성당에 다니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그때 아델라가 대구가톨릭대학교에 청소년합동견진성사를 받기 위해 연수를 가 있어 방문하게 됐는데 깜깜한 밤에 불빛조차 없는 계단을 올라 딸이 있는 강당으로 가 문을 연 순간 보인 대형십자가에 경배를 하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아델라와의 갈등 등 여러 가지 힘든 일이 생각나면서 2시간 동안 펑펑 울었다.”며 “그 시간 이후로 아델라를 이해하게 되었고 그동안 고민하던 모든 일이 다 사라지고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파엘라 씨는 “그것이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세례의 은총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하느님과 보이지 않는 끈에 묶여 신앙인으로 발전하면서 라파엘라 씨 가족들은 한 명씩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 보수적이고 가족을 이해하지 못했던 라파엘 씨는 다정다감하게 변했고 두 딸이 대학입시를 공부하는 동안 첫째를 위해서는 신약성경을, 둘째를 위해서는 구약성경을 필사해 줄 정도로 신앙적으로 성숙해졌다. 남편에 대해 라파엘라 씨는 “고3이 된 두 딸을 통학시켜 주면서 기도와 성가로 아이들이 힘을 낼 수 있게 살폈고 일을 하는 저를 대신해 셋째 루시아의 첫영성체 교리공부에 함께 했다.”며 “바쁜 아침에 온 가족을 모아놓고 아침기도를 함께 하는 등 남편은 아이들에게 신앙의 모범을 보였고,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신앙생활의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소공동체 본당인 성정하상성당의 행복공동체 대표를 맡고 있는 라파엘 씨는 “세례를 받은 지 3개월 만에 냉담 중인 행복공동체의 대표직이 주어졌을 때 소공동체 본당에서 소공동체 활동을 안 하면 할 수 있는 활동이 없다는 생각에, 그리고 세례식이나 특별한 날 공동체 가족들이 자신의 일처럼 축하하고 격려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 겁도 없이 대표를 맡게 되었다.”며 “아무것도 모르던 제가 용기를 내어 지금의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준 것은 하느님의 섭리이고, 또 기도와 격려로 내조를 아끼지 않았던 아내, 라파엘라와 공동체 가족 모두의 기도 덕분”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라파엘라 씨 가족은 부부를 위해서는 ME피정을 가고 자녀들은 가톨릭스카우트, 청년부, 주일학교, 복사 등에서 활동을 하는 가운데 가족이 함께 떼제기도회, 모녀기도회, 1박 2일 가족피정을 가는 등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을 은혜로이 쓰기 위해 가정에서, 본당에서 열심이다.

“주님은 참으로 좋은 분이라는 것, 실제로 보고 맛들이며 살아가고, 직접 체험으로 알게 해주신 일, 그리고 저희 가족 모두를 주님의 자녀로 불러주신 은총의 선물을 감사히 지키며 보다 나은 성가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라파엘·라파엘라 씨 부부는 “신부님께서 ‘십자가 없는 복은 있을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저희 가족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까지 겪었던 모든 일과 하느님께서 주신 사랑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누며, 2016년 안과 밖으로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가족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