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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서적 다시 읽기
김청자의 아프리카 사랑


글 강찬중(바오로)|대명성당, 수필가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프리마돈나로 활동한 김청자 씨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책의 전편에서 흐르는 건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지하였다는 걸 느끼게 한다. 여는 말에서도 삶에서의 선택은 스스로 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이 대부분임을 깨닫는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항상 최상의 것을 주시는 하느님’을 만난 이후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 되었고, 가장 많이 받은 자가 가장 많이 나누어야 하는 하늘나라의 법칙에 따라 아프리카로 가는 것을 선택하였는데, 그건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한 것이라 했다. 완전한 신뢰, 그래서 복을 주시나 보다. 그 사례들을 간략하게 살펴본다.

 

하나, 어머니의 선물 : 어머니를 통해서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기둥인 하느님을 알게 되었다. 신부님이 우리를 위해 강당 한 구석을 내주신 덕택으로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고 서울에서 독학하고 독일에서 오디션을 볼 수 있는 실력을 쌓았다.

둘, 독일로! :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마르 11,24) 이 말씀을 가슴에 새겼다.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의 직업학교(간호사)를 선택하였고, 기숙사 환영파티에서 노래를 불렀고, 수녀님의 도움으로 병원의 간호조무사로 일하며 유학의 기회를 기다렸다.

셋,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반드시 온다. :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 입학하여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며 베른 오페라극장에 가서 오디션을 보고 스물여섯에 한국인 최초로 유럽 오페라 무대에 데뷔했다. 바라던 음악공부를 끝내고 오페라 가수로서 노래를 부르게 된다.

넷, 두 번째 내려놓음 : 첫 내려놓음은 가정을 돌보려고 프리마돈나의 꿈을 접고 귀국한 일이고, 전임강사로 중앙대에서 가르쳤고, 그 후 연세대로 옮겨 열정과 사랑을 쏟았다. 그 후 독일로 여행을 갔다가 카를스루 국립오페라 극장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가족들의 살 거처를 마련해 주고….

다섯, 이혼 그리고 새로운 삶 : 첫 결혼, 두 번째 결혼, 그리고 이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초빙교수의 제안을 수용한다. 아들을 데려와 한국에서 공부를 시키고 고등학교 과정을 위해 독일로 보낸다. 아들에게서 받은 편지에는 “나는 엄마를 통해서 하느님을 만났고, 일생을 함께할 색소폰을 배웠어요. 감사해요.”라고 쓰여 있었다.

여섯, 메주고리예의 기적 : 이혼의 상처로 고통을 받고 있을 때 메주고리예에 가서 은총을 받았다. “내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사랑에 응답하지 못하고 그들을 외롭게 했다. 나는 참으로 이기적인 여자가 아닐까를 생각했었다. 울면서 통회하고 다른 사람이 되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삶,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소유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그리고 허영심을 버리리라.”고 결심을 굳힌다.

일곱, 저를 보내십시오. : 예순 살. 케이프타운에 들렀다가 미사에서 성작을 봉헌하게 되었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이사 6,8)라는 독서의 그 말씀이 가슴에 꽂혔다. 그 후 우리나라에 돌아와 탐부 병원을 위해 침대 100개를 봉헌하고, 종합예술학교를 떠나 아프리카 행을 준비한다.

여덟, 루수빌로에서 음악부를 개설하고 : 카롱가 지역에서 유스센터를 운영하면서 음악부를 개설하고 크리스마스 연주회를 열다. 지인의 1억 지원으로 뮤직센터를 짓고 7개월 후에 완성한다. 그리고 1년에 20만 원이 없어서 고등학교를 중퇴한 학생들에게는 공부를 계속하게 하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지원계획을 세운다.

아홉, 사랑의 열매를 맺다. : 치부쿠 콩쿠르에서 루수빌로 밴드가 1등을 한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몰아낸다. 나의 사랑을 먹고 자란 아이들이 처음 출전한 콩쿠르에서 1등을 하였다. 하느님께는 불가능이 없으니 그분이 하신 일임을 잘 알고 있다. 또 하나의 기적을 이루었다.

열, 말라위의 전국 순회공연 : 필립(엄마의 사랑을 모르고 자람), 림바니(할머니 밑에서 자람)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아 입학한다. 사랑을 받은 사람만이 사랑을 줄 수 있다. 지금까지 내가 받은 사랑을 카롱가 아이들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목표가 있는 사람은 결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스쿨버스의 꿈이 이루어지고 전국순회공연에 나선다. 노래하고, 나팔 불고, 춤추고, 그림을 그리고, 공을 차는 나의 아이들을 위해서 이 생명 다 하도록 나를 내어줄 것이다.

열하나, 지금, 바로 이 순간 : 아프리카에 살면서 일상생활에서 가장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이 바로 이 순간을 잘 살아야 후회가 없다는 깨달음이다. 지금 이 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안 하면 언제 그 일을 할 수 있을지 아주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열둘, 생명의 우물 : 우리는 물의 귀함을 모르고 살아왔다. 카롱가에는 말라위 호숫물을 그냥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죽음에 이르는 함정이다. 후원자의 도움으로 우물 12개를 파고(개당 천만 원 정도), 모잠비크에서도 10개의 우물을 파 주었다.

 

책을 덮으며 : 김청자 씨는 어린 시절, 청소년기를 살아온 한국이 육체적 고향이고, 역경과 전문적인 지식을 공급받은 독일은 정신의 고향이고, 영혼의 세대를 아프리카에서 살고 있다. 그의 삶은 ‘사랑으로, 사랑을 위해, 사랑을 향하여 살아온 삶’이다. 하느님을 향한 전폭적인 신뢰, 즉 믿음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하였다. 하느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기쁨과 용기를 잃지 않고 일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마키팜바의 추장은 김청자 씨에게 ‘루세케로 마키팜바’(마키팜바의 행복)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기숙사와 미션센터를 지을 땅도 기증해주었다. 지금까지 12개의 우물을 팠지만 더 많은 우물을 파고 더 많은 학교를 지어주고 싶고, 더 많은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갈 수 있도록 장학금을 주고 싶다. 그리고 머지않아 다른 도시에서 음악을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을 위하여 기숙사도 짓고 싶다. ‘미션-와서 보아라’ 센터도 지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길 꿈꾼다. 그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기도와 물질로 이 길을 함께 걸어주시는 좋은 분들을 하느님께서 보내주셨다. 그는 마지막 날까지 이들과 함께 하려한다. 그리고 영혼이 이곳에서 영원한 쉼을 얻는 그날까지 하느님께는 감사와 영광을 드리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려한다. 유럽 오페라 무대에 선 성악가 김청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 아프리카에서 마침내 찾은 평화와 사랑의 길임을 보여준다. 가슴이 따뜻하다. - 《프리마돈나 김청자의 아프리카 사랑》|김청자 지음|바오로딸 펴냄

 

* 약력 : 월간 문예사조신인상, 월간 수필문학천료. 한국문인협회, 대구수필가협회, 대구가톨릭문인회원. 수필집으로 내가 선 자리에서, 하얀 바다의 명상, 느끼며 살며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