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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오다
지울 수 없는 꽃길


글 류호숙(엘리사벳)|시인, 봉덕성당

  

자전거가 휘파람 불던 길,

키 작은 질경이가 애기똥풀 끌어당겨

귓속말 전하고 까르르 웃던

어수룩한 마을길이 사라졌다

 

새벽에 핀 제비꽃들

앞 다투어 옹알이하고

연초록 잡풀뙈기 곰실곰실 손짓하던

한적한 시골 길이 신작로에 덮였다

 

갈피 잃은 구름이 햇살 가리고

심드렁해진 바람마저

웃자란 미나리꽝에서 졸고 있는

오후

 

내 눈시울에 매달린 그 꽃길,

자투리땅 촉촉하게 갈아

한 모퉁이 가득

갈래꽃부리 오롯이 피워야겠다.

 

* 약력 : 2000문예비전신인상 수상, 2010문예비전문학상 수상. 대구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반짇고리문학회·대구시인협회·가톨릭문인회원. 시집 연둣빛 떠난 자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