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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오다
성지순례


글 허두환(경일 시메온)|시인, 사동성당

입고 입는 옷의 차이가 분명해질 때

파란 옷 입었던 사람 하얀 옷 입으면

하얀 옷 입었던 사람 파란 옷 입으면

상처와 아픔의 차이는 안개

나는 파란 옷 벗김으로 하얀 옷 입고

하얀 시트 침대 배정 받는 날부터

하얀 빵과 하얀 약과 하얀 주사 맞으며

잃었던 기도 찾아 나서는 순례자

다시 파란 옷 입을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 대개의 행렬 순서처럼

하얀 옷 벗고 파란 옷 입어

잃었던 세상 되돌아가겠지만

모든 것 평등하게 되진 않네

더 절실한 기도로 부르짖어야해

때로 예수도 절망하여 흘린 눈물이

복도를 흘려 아스팔트 위로 흐르는 것

보지 않았니

 

사랑은 있었고

사랑은 해인 것을 아는 이유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하염없이 사랑합니다

 

* 약력 : 1988 국시하동고모”, “함흥차사로 문단 데뷔. 첫 시집 사랑낙서: 시간 그리고 서울인연(1989) 이후 네 번째 시집 있거나 또는 없거나까지 네 권의 시집을 펴냄. 대구가톨릭문인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