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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죽도성당 서인교(필레몬)·김미정(세실리아) 씨 가족
주님 안에서 행복한 가족


취재|박지현(프란체스카) 기자

 

2016년 교구장 사목교서 ‘가정, 가장 가까운 교회’에 따라 올 한 해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교회 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을 만나보고자 한다. 이번 달에는 죽도성당 서인교(필레몬)·김미정(세실리아) 씨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6월의 마지막 날, 서인교(필레몬)·김미정(세실리아) 씨 가족을 만나기 위해 죽도성당으로 향했다. 약속장소인 성당 내 카페 카리타스로 들어서자 그곳에 근무하고 있는 서수민(로사리아) 씨가 환한 미소로 반갑게 맞아주었다.

필레몬·세실리아 씨는 1988년 대구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남들처럼 평범한 가정을 꿈꾸던 이들 부부에게 다운증후군을 가진 딸(로사리아)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다. 세실리아 씨는 “출산 직후 심적으로 너무 우울해서 어딘가 의지할 곳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스스로 성당에 찾아가서 출산 후 6개월째부터 예비신자 교리반에 나가게 되었지요.”라며 “그즈음 시아버지께서 대해성당에서 세례를 받으셨고, 가족끼리 같은 종교를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더욱 열심히 교리공부를 하게 되었답니다.”라고 말했다. 1990년에 세실리아 씨는 봉덕성당에서 세례를 받았고, 이후 가족은 포항으로 이사했다.

죽도성당으로 교적을 옮긴 세실리아 씨는 꾸준히 신앙생활을 했고, 주일마다 아내를 성당에 데려다주고 미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던 필레몬 씨는 1995년에 세례를 받았다. 그는 “부모님과 아내가 성당에 다니고 있어서 천주교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지만 선뜻 세례를 받겠다는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던 저를 지금의 대부님께서 적극 추천해주셔서 무사히 교리공부를 마치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이후 큰딸 로사리아와 둘째 딸 로사까지 유아세례를 받으면서 성가정을 이루었다.

세실리아 씨는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기에 부족한 아이가 우리 가정에 들어왔을까 하고 원망이 많았죠.”라며 “어느 날 고해성사를 통해 ‘세실리아 씨 같은 사람이기에 주님께서 로사리아를 보내셨을 것입니다. 다른 가정이었다면 로사리아가 지금처럼 행복하지 않았을 거예요.’라는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며 주님께서 나를 너무 사랑하시기에 그러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후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신앙생활을 하기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는 필레몬 씨는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지만 로사리아는 우리 의 소중한 첫째 딸이기에 어디든지 당당하게 데리고 다닙니다.”라며 “유아기 때부터 사회적응을 위한 반복학습을 통해 꾸준히 치료를 해 왔고, 그동안 정성을 다해 키운 고마운 아내 덕분에 인사성이 밝은 로사리아의 얼굴에는 항상 웃음이 가득하답니다.”라고 말했다.

20대 후반인 로사리아 씨는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지만 예우가 좋은 편으로 초·중·고등교육을 일반학교 특수반에서 마치고 2년제 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 뛰어들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세실리아 씨는 이동성당 카페 카리타스에서 딸(로사리아)과 함께 유아기 때부터 보충학습을 받던 친구가 근무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세실리아 씨는 “그 친구의 부모로부터 포항시종합장애인복지관을 통해 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복지관을 찾아가서 우리 딸도 그 일을 할 수 있겠냐고 했더니 몇 가지 검사를 하고 교육을 받으면 가능하다고 했어요. 로사리아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였죠.”라고 했다. 2011년 여름부터 교육을 받은 로사리아 씨는 그해 가을부터 카페 카리타스 3호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포항시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 전상규 베르나르도 신부)에서는 만 18세이상 40세 미만의 지적 장애인을 대상으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포항시 내에 있는 5개의 카페 카리타스(1호점 : 포항시장애인종합복지관, 2호점 : 이동성당, 3호점 : 죽도성당, 4호점 : 포항시 남구청, 5호점 : 대해성당)에서 근무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로사리아 씨는 “커피 만드는 게 재미있다.”면서 “평일과 달리 주일에는 미사 후 많은 신자들의 주문이 쏟아지는 바람에 정신없이 바쁘지만 그래도 지금 하는 일이 참 좋다.”며 활짝 웃었다.

“다운증후군의 특성상 새로운 환경과 주목받는 걸 좋아하기에 딸이 굉장히 즐거워한다.”는 세실리아 씨는 “가족들의 기념일에는 편지도 잘 써주고, 얼마 되지는 않지만 차곡차곡 모은 월급으로 서울에서 지내고 있는 동생 로사의 생일선물을 사주는 모습을 보면 참 기특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레지오, ME, 그리고 본당 제단체 간부와 사목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해 왔고, 아내는 지금도 성소후원회 기도모임에 열심이라는 필레몬 씨는 “신자로서 주일미사 참례는 당연한 의무지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미사에 빠져선 안 된다는 완강한 로사리아 덕분에 세 식구가 매주 함께 미사 드리는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면서 “앞으로 로사리아를 위해,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해서 더욱 주님을 따르며 겸손되이 살아가겠다.”고 했다.

로사리아 씨는 “부족한 저를 이렇게 잘 키워주시고 신앙을 가지게 해주신 부모님께 무엇보다 감사드리고, 항상 나를 잘 챙겨주는 동생 로사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면서 “지금 하는 일을 계속 하면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하였다.

주님을 만나게 되면서 세상에 대한 원망을 사랑으로 가득 채운 필레몬·세실리아 씨 가족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길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