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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사무직원회 체육대회를 마치고
우리는 하나


글 주현애(마리안나)|5대리구 중리성당 사무장

 

녹음이 짙어가는 화창한 5월 23일(월) 구미 인동성당 마당에서 대구대교구 사무직원회(회장 : 박희언 미카엘, 담당 : 박석재 가롤로 교구 사무처장 신부)의 체육대회가 있었다. 싱그러운 나무 그늘 아래 대리구별 텐트가 나란히 줄 서 있다. 그 안에 탁자와 의자가 준비되어 있어 편안하게 앉아 경기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출석률 90%의 5대리구 사무직원들은 빨간 티셔츠를 단체복으로 입고 미리 나와 멀리서 오는 동료들을 반갑게 맞았다.

“함께 뛰고, 놀고, 마시고, 즐기자.”라는 슬로건 아래 인동성당 여한준(롯젤로) 주임신부님의 시작기도로 대회가 열렸다. 경기내용은 배구, 족구, 피구, 색종이 뒤집기, 단체 줄넘기 순이었다. 1대리구와 5대리구를 시작으로 배구가 시작되었다. 관중들은 대리구별 텐트 안에서 준비된 음식을 먹으며 응원하였다. 먹을거리가 준비된 테이블 위에는 닭발 편육, 방울토마토, 신선한 회, 숯불에 노릇노릇 구워낸 삼겹살, 도량성당 사무장님께서 직접 기른 다양한 종류의 신선한 채소, 칠곡 막걸리로 푸짐했다. 커다란 상추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고기와 마늘, 고추를 얹어 쌈을 싸 입에 넣으며 고개를 들어보니 내가 속한 5대리구가 연속으로 점수를 내 주고 있어 아슬아슬 긴장감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결국 첫 번째 경기는 1대리구가 승리하였다. 4대리구에서 준비한 문어숙회와 신선한 회를 보니 소주 생각이 저절로 났다. 살얼음 낀 소주 한 잔을 단숨에 마셔도 이 날은 취하지 않고 달고 맛있었다. 눈은 볼거리가 있어 즐겁고 귀는 동료들의 수다로 즐겁고 입은 먹을거리가 푸짐하여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그 중에서도 TV 예능 프로그램 에도 소개되었다는 막걸리가 화룡점정이었다. 살얼음이 동동 뜬 막걸리를 술잔 가득 채워 마시면 우리 팀 경기가 져도 즐겁고 이기면 더 즐겁고 일하면서 받았던 크고 작은 스트레스도 사라져 빈 잔에 웃는 얼굴만 비쳤다.

옆에 마음을 나눌 동료가 있어 더 좋았다. 평소에 마음껏 먹지 못한 회도 이날은 쟁반마다 그득하여 마음도 푸근했다. 싱그러운 바람이 간간이 불어와 땀을 말려 주었다. 시간이 흘러 눈앞의 펼쳐진 경기는 접전의 여자 피구. 공이 무서워 동료들 뒤로 몸을 숨기는 선수와 과감히 앞에 나와 눈을 부라리며 강한 스파이크로 상대를 공격하는 5대리구 여자 선수들을 보며 가까이에서 응원하던 내 손은 긴장감으로 땀이 흥건하였다.

 

 

오후 경기로는 단체 줄넘기가 이어졌다. 양쪽에 두 사람이 줄을 잡고 돌리면 그 안으로 열 명의 선수가 들어가 발 맞춰 줄을 타고 넘어야 한다. 연습을 여러 번 해도 얼마 못 가 발에 걸리는 팀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5대리구 선수들은 연습 없이 시작했는데도 일곱 개, 여덟 개, 그 이상도 멈출 것 같지 않고 호흡이 척척 맞았다. 앞 팀들보다 월등히 잘 하니 다른 팀들의 야유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스스로에게 놀라고 대견스러웠다. 전체 경기 결과 배구는 다른 어느 해보다 실력과 단합이 잘 된 3대리구가 1등, 족구는 뛰어난 선수가 속해 있는 1대리구, 피구는 유능한 선수를 발견한 5대리구, 색종이 뒤집기는 비록 편법을 쓰긴 했지만 그래도 잘한 4대리구, 단체 줄넘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마음으로 단결된 5대리구가 각 종목에서 고루고루 선전을 펼쳤다. 전체 우승은 5대리구였다. 경기 결과에 모든 팀들이 만족하며 박수로 격려해 주었다.

 

 

행사 중간중간 지루함도 덜고 시선도 한 곳으로 집중하게 만드는 행운상 추첨이 있었다. 본부석에는 누구나 갖고 싶은 상품들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오늘 두 번째로 좋은 선물은 인동성당 주임신부님께서 주신 술이다! 산격성당 사무장님이 호명되자 춤을 추는 발걸음으로 본부석에 나와 상품을 받고 신부님과 인증 샷도 찍었다. 오늘의 최고 행운상은 인동성당 사무장님께서 직접 만든 6인용 식탁과 의자였다. 못 하나 박지 않고 세련된 기술로 만든 식탁은 누구나 집에 들이고 싶어 탐을 낸 상품이었다. 대망의 그 주인공을 뽑을 때는 108명의 눈동자가 한 곳을 향해 있었다. 상자 안에서 이리저리 손을 저어 신중하게 선택한 행운상은 소화성당 사무장님! 하지만 호명을 해도 나오시지 않는다. 그 팀이 속한 3대리구에서 다섯째 아이를 데리고 가족이 왔다가 아이가 칭얼대고 보채서 먼저 갔다고 얘기해 주었다. 원래 자리에 당사자가 없으면 다시 추첨을 하는데 만장일치로 그 댁에 주는 걸 호소하여 모두 박수를 치며 그렇게 하자고 정했다.

이번 행사는 시작부터 끝나는 늦은 시간까지 108명의 사무직원이 “함께 뛰고, 놀고, 마시고, 즐기며” 더 가까워졌고 하나가 된 시간이었다. 그리스도인답게, 성당에서 봉사하며 일하는 사람답게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감사드리는 시간이었다. 바쁜 일정으로 아쉽게도 함께 하시지 못한 사무직원회 담당 박석재(가롤로) 사무처장 신부님, 5대리구장 김철재(바오로) 신부님, 사목국장 주민기(베네딕토) 신부님께 감사의 절을 올린다. 또 자리를 제공해 주시고 끝까지 함께 해주신 인동성당 여한준 주임신부님께도 지면으로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체육대회 내내 곳곳을 빠른 걸음으로 부지런히 다니시며 멋지게 사진을 찍어 주신 석전성당 사무장님, 행사를 위해 여러 날 수고를 하신 인동성당 사무장님, 울릉도에서도 한 걸음에 달려와 주신 도동성당 사무장님, 준비부터 뒷마무리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수고해 주신 5대리구 사무직원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사진제공 : 교구사무직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