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신앙수기 - 세례소감문
온 가족이 세례 받던 날


글 이규복(세례자 요한)|만촌1동성당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에 세례를 받은 이규복(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여기까지 오기에 참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린 시절 독실한 불교신자셨던 할머니를 따라 김천 직지사에 자주 갔던 기억이 납니다. 사월초파일이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온 가족이 절에 가서 연등도 달고 절도 했었지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크리스마스 선물에 혹해 교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운 좋게도 어린 나이에 하느님을 마음속에 영접하고 대학생이 되기까지 항상 기도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매사에 함께하시는 하느님, 부름에 답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깨달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춘기 시절부터 조금씩 피어 올랐던 삶에 대한 의문들, 행복에 대한 불확실성, 나의 존재가치에 대한 반복적인 질문들은 급기야 하느님께 인간을 창조한 이유를 묻기에 이르렀습니다. 대학생이 되어 무한자유가 주어지고 종교적 가치관이 끊임없이 흔들릴 때 주변에 널린 선악과들의 유혹은 너무나 달콤했습니다. 신을 부정하고 싶은 유혹과 신앙인으로서의 갈등 사이에서 대학생 성경읽기 선교회(UBF) 학생들과 논쟁도 하고, 철야기도회에도 나가보고, 어머니를 따라 성당에도 나가며 많은 방황을 하였습니다.

결국엔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이란 소설과 같이 스스로의 다양한 종교적 경험을 무기삼아 마치 모든 종교를 섭렵한 구도자처럼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신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종교를 멀리하고 인간으로서의 모든 희로애락을 겪어보고 고통도 감내하리라는 오만한 생각으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은 작은 시련에도 하느님을 찾을 수밖에 없나 봅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를 찾듯이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저희 가정에 부부간의 갈등과 엄마와 아이들과의 갈등이 조금씩 깊어져 갈 때쯤 큰 사건이 하나 일어났습니다. 아내가 급성 두통으로 사경을 헤매고 응급실에 실려가 2주 동안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원인을 찾아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 가며 우리는 자연히 종교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바로 천사와 같이 김정식(디모테오)님께서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늘 핑계로 지각하고 결석하는 게으른 학생을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가르쳐 주신 이선주(안젤라)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항상 교리공부를 도와주시고 간식을 챙겨주신 오수정(루시아)님 감사합니다. 첫 부임하신 송준민(안토니오) 보좌신부님의 축복의 손길은 불과 같이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기도문 하나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우리 가족에게 따뜻한 말씀으로 인도해 주신 이경수(라파엘) 주임신부님이 계셨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약 20년 전 결혼 후, 아내와 막연히 가족 종교로는 가톨릭이 좋을 것 같다며 아이들이 태어나면 함께 성당에 다니자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드디어 어제 저와 아내, 아들과 딸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 세례를 받고 오늘 첫 영성체를 모시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저희를 위해 항상 기도해 주신 어머님과 부족한 저희를 이 자리까지 이끌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 주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