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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압량성당 김병만(미카엘)·윤현정(미카엘라) 씨 가족
매일 감사하는 삶


취재|박지현(프란체스카) 기자

  

2016년 ‘가정의 해’를 맞아 올 한 해 동안 여러 가정을 만나는 가운데 이번 달에는 압량성당(주임 : 권대진 다마소 신부)의 김병만(미카엘)·윤현정(미카엘라) 씨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0월의 첫 토요일, 저녁 7시 30분에 봉헌되는 어린이 미사가 끝나고 미카엘·미카엘라 씨 부부와 세 명의 아이들, 그리고 미카엘 씨 어머니까지 여섯 명의 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어릴 때부터 형제들과 함께 교회에 다니던 김병만(미카엘) 씨는 언젠가부터 성당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둘째, 셋째 누나가 세례를 받고 천주교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 의지가 더 강해졌다. “어느 날 아내에게 ‘성당에 가자.’고 했더니 ‘예, 가세요.’라고 하더군요. 저는 같이 가자는 이야기였는데 말이죠. 그래서 약 5년 전부터 천천히 아내를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결심한 미카엘 씨는 무작정 예비신자 교리반에 부부의 이름을 등록했다. 윤현정(미카엘라) 씨는 “갑작스러운 결정에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천주교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었고 무엇보다 가족이 같은 종교를 믿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남편의 뜻을 따르기로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지난 해 7월에 부부는 ‘미카엘’과 ‘미카엘라’가 되었고 세 아이들과 미카엘 씨의 어머니(왕판수, 마리아, 77세)도 함께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다. 미카엘 씨는 “세례를 받고 처음으로 미사에 참례하여 고백기도를 하면서 가슴을 세 번 치는데 너무 아팠어요. ‘그동안 내가 지은 죄가 참 많구나.’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다보니 통증이 사라졌지요. 그렇게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깊어지기 시작했어요.”라고 했다. 미카엘라 씨는 “세례를 받기 전 예비신자 교리를 받으면서 틈틈이 미사에 참례했는데 복음이나 강론말씀이 제가 처한 상황과 딱 맞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어요. 그 순간 울컥하며 미사 중인 것도 잊은 채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때 ‘남들보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부터 당신의 자녀로 나를 이끌어주시겠다는 하느님의 뜻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답니다.”라고 말했다.

출장이 잦은 미카엘 씨는 대구에 오지 못하는 주일에는 근처의 성당을 검색하고 전화로 미사시간과 위치를 확인해 주일미사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평일에는 최대한 퇴근을 서둘러 저녁 먹을 시간이 없을지라도 아이들과 함께 거의 매일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미카엘 씨는 “본당 신자들의 연령대가 높은데다 평일미사에 아이들이 참례하는 경우가 흔치 않아서 신자들이 기특하다며 칭찬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그리고 본당 레베카 수녀님께서 평일미사카드를 만들어 아이들이 미사에 참례하는 횟수에 따라 선물을 주시는데, 눈높이에 맞춰 동기를 부여해주시니 아이들이 성당에 오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고 신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답니다.”라고 했다.

부부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다. 미카엘라 씨는 “우리 부부가 하느님을 알게 되면서 항상 기쁘게 지내는 모습이 아이들 눈에 보기 좋았는지 미사는 물론 소공동체 모임에도 아이들과 함께 참석하고 있어요.”라며 “복음을 서로 읽으려는 두 딸과 평소에는 참 무뚝뚝하지만 진심을 담아 자유기도하는 아들을 보면 너무 예쁘답니다.”라고 했다.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첫째(김태윤, 가브리엘, 15세)는 “성당에서 기타를 배워서 미사반주를 하고 있는데 미사에 좀 더 집중하게 되고, 소공동체 모임에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복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요.”라고 했으며, 둘째(김태현, 라파엘라, 12세)는 “미사 때 독서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아빠가 전례에 참여하는 것은 은총을 듬뿍 받는 것이라고 해서 더 좋아요.”라고 했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성당에 오는 것이 마냥 좋은 막내(김태정, 9세)는 첫 영성체 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들과 함께 성당에 오는 것이 너무 좋아요.”라는 미카엘 씨의 어머니는 “가족이라면 뭐든 함께 해야지요. 언제나 나를 위해 주고 보살펴주는 가족들이 너무 고마워요.”라고 했다.

  미카엘 씨는 “내 의지로 아이들을 성당에 데리고 왔지만 스스로 자기 몫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니 참 흐뭇합니다.”라며 “세 아이들 이름의 마지막 글자만 모으면 아내이름이 됩니다. 그만큼 제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라고 했다.

누군가의 선교없이 오로지 본인 스스로의 선택이었지만 혹시 나중에 후회하지는 않을까, 성당에 같이 가자고 한 것에 아내가 원망하면 어쩌나 걱정도 했지만 미카엘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랑과 은총을 받고 있단다. 그는 “제가 예비신자 교리를 받던 중 형님이 대세를 받고 돌아가셨는데 천주교식으로 보내드리고 싶었어요. 다행히 성당 연도실에 모시게 되었는데 일면식도 없는 본당 신자분들이 연도를 해주셔서 형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외롭지 않게 해 드렸어요. 그때 온 가족이 큰 감동을 받았답니다. 그리고 세례를 받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떤 분이 제가 생각났다며 작은 선물을 주신 적이 있는데, 이후 성지순례를 가서 어떤 분을 위해 성물을 고르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주님 안에서 서로 사랑을 배풀고 되돌려주는 것이 바로 진정한 신앙인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라고 했다.

미카엘라 씨는 “예전보다 많이 감사하며 지내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다치거나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걱정보다는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미사를 봉헌한답니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미카엘 씨는 “신앙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앞으로 그로 인해 상처를 받거나 살아가며 힘든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세례 받았을 때의 그 벅찬 감동을 기억하며 기쁘게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