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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그리스도의 젊은 사도, 청소년과 청년
그래도 나는 희망한다!


글 강진기 안드레아 신부 | 대구청소년수련원장

 

누군가가 이런 얘기를 했다. “희망을 품은 사람과 기대치만 높은 사람의 차이는 부정적 결과 앞에서 드러난다. 희망을 가진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희망을 꿈꾸지만, 기대치만 높았던 사람은 부정적 결과 앞에서 좌절하기 때문이다.” 이 말처럼 살기 위해 나는 지난 10여 년 전에 시작했던 청년사목에서, 6년 전에 시작했던 학교사목을 통해, 지금 막 시작한 청소년사목에 이르기까지 매번 새로운 희망을 품으며 살고 있다.

 2006년 여름, 내가 1대리구 청년담당으로 발령났을 무렵 대구대교구는 독립된 상급기관이라 할 수 있는 교구 청년국(청년담당)이 없었다. 그래서 시내권에 있는 1,2,3대리구 청년담당 신부들이 교구 청년담당 역할을 일정부분 분담해서 수행했는데, 그 중에 1대리구는 교구청과 주교좌계산성당을 포함하는 구역이라 명시적이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대표성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2007년 한국 청년대회(KYD, 제주)와 2008년 세계 청년대회(WYD, 호주) 같은 굵직한 행사 참여와 제반 준비들을 내가 주도했었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라 크게 드러나지 않게 일했던 내게 이런 규모의 행사들은 큰 도전이고 어려움이었다. 하지만 동료 신부들의 협조와 ‘사목부’라는 이름으로 함께했던 봉사자들의 헌신 때문에 행사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런 큰 행사를 치르고 청년사목 활동을 계속하면서 작은 꿈이 생겼다. ‘세상 안에서는 지혜롭고, 하느님 앞에서는 순박하고 성실한 청년 일꾼을 양성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꿈만 있을 뿐 구체적인 비전이나 계획은 없었다. 그러던 차에 마산교구 청년담당 신부가 주관한 청년리더십 교육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리더십 강사 임 베드로 형제님 덕분에 청년사목의 방향과 함께 구체적인 방법을 찾게 되었다.

 그분의 열정 가득한 눈빛과 확신에 찬 목소리는 곁에 있는 사람의 심장을 뛰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런 멋진 모습을 대구대교구에 있는 젊은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고, 내가 힘을 얻은 것처럼 우리 대구대교구의 젊은이들에게도 큰 힘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베드로 형제님을 초청해서 대구에서도 몇 번 청년리더십 강좌를 열었다. 하지만 멀리 계신 분을 자주 모시기에는 제약 조건이 너무 많았다. 시간도 적당한 장소도 돈도 없었고 무엇보다 함께 일할 사람이 턱없이 부족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 답답한 마음에 내가 우물을 파 버렸다. 그래서 세상에 나온 것이 “하님아이 팀 체제와 청년리더십”이다.

 

 

“하느님의 창조 목적대로 살아가는 젊은이를 양성하자.”는 모토를 가진 “하님아이”는 본당 청년회를 미사 준비와 각종 행사 및 봉사 중심의 활동 조직에서 복음을 중심으로 하는 친교 중심 공동체로 바꾸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하님아이 리더십은 이런 새로운 청년회를 이끌어 갈 리더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0년 여름 인사이동으로 대리구 청년담당 소임을 떠나면서 하님아이는 더 이상 공식적으로 운영.보급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리더십은 주변 신부님들의 관심과 배려로 “대구대교구 청년리더십”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노력이 10년째 이어져서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청년리더십을 통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더 열정적이며 멋진 봉사자와 리더로 태어났다.

 리더십을 처음 시작할 당시엔 단 3명의 봉사자밖에 없었지만 현재 20여 명의 강사진과 협력자가 활동하는, 대구대교구 청년사목에 있어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청년단체로 성장했다. 그리고 우리 청년리더십의 특징이자 장점은 양성된 리더들이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혹은 다른 봉사 단체에서 열정적인 리더로 살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오랫동안 냉담했던 젊은이가 리더십을 수강한 후 본당에 가서 청년회 임원을 하거나, 다양한 교구 내 청년 신심.봉사단체에 가서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가끔씩 ‘소극적이고 비협조적인 청년회원이 리더십 이후에 태도가 바뀌어서 모두가 놀라워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세상 안에서는 지혜롭고, 하느님 앞에서는 순박하고 성실한 청년리더 양성’의 꿈이 실현되는 것 같아서 보람이 크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 일에도 유능한 동지가 많이 늘었다. 현재 20여 명의 열정적인 강사진과 협조자가 확보되어 교구 청년리더십을 함께 이끌어가고 있다. 다양한 직업과 출신본당, 연령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마음이 되어 교구 청년리더 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우리 팀원들을 보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일, 우리의 꿈과 희망이 지금 이 시대, 무엇보다 대구대교구 젊은이 사목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최근 교회 안팎으로 청소년과 청년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다들 걱정이다. 적극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젊은이는 줄어들고, 청년층 세례자 또한 수 년 전과 비교해도 반 이상 줄었다고 한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하는데, 그 희망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구체적인 비전과 계획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설사 이 세상이 우리가 원하는 모양대로 흘러가지 않을지라도 우리가 그 흐름을 극복하고 주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만큼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며, 하느님께서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 주실 것임을 믿는다. 그래서 나와 똑같은 열정과 희망을 가진 20명의 젊은 강사들은 또 다른 청년 리더를 만나기 위해 오늘도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