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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청년 렉시오 디비나’ 김은영(요안나) 수녀
하느님을 만나는 가장 가까운 길, 말씀에 맛들이다


취재 김명숙 사비나 편집장

 

연둣빛 나뭇잎들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봄날 아침,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에서 “청년 렉시오 디비나” 모임을 이끌어가고 있는 김은영(요안나, 성소담당) 수녀를 만났다. 특별히 올 한 해 “그리스도의 젊은 사도, 청소년.청년”의 해를 지내면서 청년들의 성경읽기가 점차 번져나가고 있는 요즘, 수녀원에서의 청년 렉시오 디비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김 요안나 수녀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올해 12년째 ‘청년 렉시오 디비나’ 모임이 이뤄지고 있는 샬트르성바오로수녀원. 2006년 첫 모임을 가진 이후 지금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수녀원에 청년들이 모여 함께 성경말씀을 묵상하고 나눔의 시간을 갖고 있다. 청년 렉시오 디비나 모임은 매주 8~12명의 청년(20세부터 35세 미혼여성)들과 김은영(요안나) 수녀와 김민정(데레사) 수녀, 이윤지(안젤라) 수녀가 함께하고 있다. 김 요안나 수녀는 “학교생활, 직장생활로 일상에 지친 젊은이들이 매주 수녀원에 와서 하느님의 말씀에 맛들이고 그 말씀을 살며 한 주간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말씀 안에서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얻어가는 귀한 시간”이라며 “우리의 역할은 그들에게 힘을 주고 지쳐 있는 영혼들에게 생기를 주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주는 일”이라고 했다.

 

처음 수녀원에서 청년 렉시오 디비나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20명이 넘을 만큼 반응이 좋았다. 사회변화와 시간의 흐름 안에서 점차 인원이 줄어들고 있지만 꾸준히 하느님을 찾는 청년들이 있어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김 요안나 수녀는 “하느님의 말씀 안에 이루어지는 이 모임을 통해 그동안 누군가는 성소(聖召)의 길을 찾아 수녀원에 입회하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성소의 길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가야 할 길을 확고히 찾아가는 이들이 있기에 참으로 귀한 모임”이라며 “말씀이야말로 하느님을 만나는 가장 가까운 길”이라고 했다. 하느님의 말씀에 맛들이다 보면 두려움 중에도 용기와 희망을 갖고 자신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고 들려주는 김 요안나 수녀는 “하느님께 열린 마음을 가진 이들은 모든 사람들에게도 마음이 열려 있음을 청년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도 잘 알게 된다.”고 했다. 처음 청년 렉시오 디비나 모임의 문을 두드리고 참여했을 때 지치고 힘겨워 어두운 표정이던 청년들이 모임 횟수가 거듭될수록 환하게 펴지고 밝은 모습으로 변화되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때, 그것만으로도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는 김 요안나 수녀는 “하느님께서 사람의 영혼을 다루는 방법은 참으로 오래 기다려주시고 부드럽게 다가오심을 깨닫게 된다.”며 그럴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거룩한 독서)는 영적인 돌봄을 위해 하는 것이다. 자유로운 모임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에 깊이 젖어드는 것, 그리고 그 말씀으로 순간순간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 그것이 렉시오 디비나의 큰 힘이기도 하다. 자신을 내려놓지 않고 자신을 비우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없다는 김 요안나 수녀는 “저 역시 제가 가장 약해 있을 때, 그 약함을 통해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만났고 그 안에서 강함을 드러내시는 하느님을 알게 되어 저의 성소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며 “청년 렉시오 디비나는 중간역할을 하는 저에게 무척 고마운 모임”이라고 했다. 계속 이 모임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는 김 요안나 수녀는 “외적활동을 선호하는 청년들도 물론 많이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지쳐있거나 내면의 공허함을 지닌 청년들도 있는 만큼 그들이 이 모임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자리가 되길 바다.”며 “지금처럼 두 분 수녀님들과 함께 잘 이끌어가면서 우리 수녀원을 찾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귀하게 여기고 대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요안나 수녀는 “이 시대의 청년들이 말씀으로 살아가는 삶을 구체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며 “말씀에 맛들이고 그 말씀을 잘 음미하면 자신의 미래에 대해 포기보다는 희망을 갖게 될 것이고 하느님 말씀 안에서 보다 깊은 신뢰를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5년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청년 렉시오 디비나 모임 10주년 때 청년들은 각자 좀 더 의미 있게 보내고자 개개인이 원하는 복음말씀을 필사했고 또 음식나눔 아가페 시간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전임 담당수녀들과 모임을 통해 성소의 길을 찾아 입회한 수도자, 그리고 35세가 넘어 이 모임에서 졸업해야 했던 이들도 한데 모여 자축의 시간을 가졌다. 이처럼 렉시오 디비나는 긴 인생여정에서 청년들의 삶의 방향을 가장 좋은 쪽으로, 하느님 보시기에 가장 행복한 길로 초대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길에는 언제나 하느님께서 함께하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