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2017년 그리스도의 젊은 사도, 청소년과 청년
“괜찮아. 잘 하고 있어. 잘 될 거야.”


글 노현석 베드로 신부 | 대학생사목부담당

 

올해 1월부터 ‘교구 청년국 삼덕 젊은이 본당’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현석 베드로 신부입니다. 제가 맡고 있는 사목분야는 교구 청년들, 그 가운데에도 대학생 청년들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비다누에바(새로운 삶)’라는 청년 신심 프로그램 지도를 겸하고 있습니다. 오늘 독자 여러분께 들려드릴 이야기는 대학생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저는 세 곳의 본당에서 6년 반을 보좌신부로 지냈습니다. 본당 젊은이들의 삶은 제가 대학생이던 시절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려운 현실은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서 여유를 빼앗아 버렸고, 어떻게든 취업이 잘 되도록 남들보다 더 나은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 있도록 만들어 버렸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면 두드러지게 달라지는 점이 자유롭다는 것이었는데, 자율성 안에서 이루어지던 소위 ‘대학 문화’라는 것이 사라졌고, 그러다보니 ‘대학의 낭만’이란 단어는 이미 오래 전에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취업이 잘 되지 않으니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은 더 커졌고, 연애를 미루다보니 혼인적령기도 늦어졌습니다. 혼인이 늦어지니 본당 청년회 구성원의 연령대는 점점 높아졌고, 청소년이 줄었기에 청년회에 들어오는 새 멤버도 자연히 줄었습니다. 오래 전에 청년회에 들어온 청년들이 청년회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청년회원으로 활동하고, 청년회 구성원은 줄어드는데 새로 들어오는 청년은 없으니 청년회의 구성원 비율은 대학생보다는 취업준비생이나 직장인이 더 많아졌습니다. 옛날에는 청년들이 본당 행사며 교구 행사에 봉사를 많이 했지만, 여유가 없는 오늘날의 청년들은 봉사를 통해 기쁨을 얻기보다는 그런 자리가 오히려 부담으로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청년들에게 많은 것을 바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 본당 청년들을 보며 보좌신부 생활을 하다 교구 청년국으로 와서 각 대학 가톨릭 학생회를 찾아다니며 미사를 합니다. 개강 미사와 종강 미사를 하고, 어떤 곳은 한 달에 한 번, 또 어떤 곳은 한 달에 두 번 미사를 봉헌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의 스케줄에 맞춰 미사를 봉헌해야 하니 하루에 한 곳 이상 다닐 수 없고, 개강 미사를 다 돌고 나니 곧 종강 미사 시기였습니다. 한 학기가 금방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렇게 한 학기 동안 가톨릭 학생회를 찾아다니며 만난 대학생들의 모습은 참으로 기특하고 대견했습니다. 학업 때문에 타지에서 온 학생들도 많았고 집이 멀어 기숙사 생활을 하거나 학교 인근에서 자취를 하는 학생들도 많았으며 평일에는 학교에서 가톨릭 학생회 활동(복음 나누기, 레지오 마리애, 신입 회원 모집, 동아리 찬양의 밤, 선배들을 초대하는 홈커밍 데이)을하고 주말에는 본당에서 교리교사며 청년회 활동을 하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학교생활이 힘들다고 얘기하면서도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든 쪼개어 신앙생활을 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미사를 봉헌하며 눈시울을 적신 적도 많았습니다. 어떤 학교는 반주자가 없어 반주 없이 미사를 봉헌하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반주자는 있지만 작은 키보드 하나 없어 키보드를 손수 차에 싣고 가야 합니다. 하지만 미사를 정성껏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며 오히려 제가 힘을 얻고는 합니다. 학생들이 많은 곳은 25명 남짓, 적은 곳은 10명 남짓 미사를 봉헌하지만, 학생들을 아끼는 교수님들과 도움을 주시는 수녀님들도 함께해서 미사는 더 풍성해집니다. 우리가 신앙 공동체라는 것을 그 안에서 다시금 배우고 체험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자신만 생각한다고 말들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만나는 학생들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이기적인 것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의 교육 현실입니다. 오늘날 대학에서는 교수의 역량에 따라 성적을 줄 수 없고 오직 학점에 따른 비율로 성적이 매겨지는 상대평가가 대부분입니다. 절대평가가 이루어지는 수업은 거의 없습니다. 학업에 뛰어난 학생이 많더라도 순위를 나눠 차등해서 학점을 줘야 합니다. 교육의 질로 인기 있는 과목이 아니라 후한 학점만으로 인기를 얻는 과목이 없도록 하기 위한 대학 측의 대책이라고는 생각되지만 상대평가만 이루어지는 교육의 현실 속에서 우리의 대학생들은 협력이 아닌 경쟁을 몸에 익힙니다. 작은 울타리, 내 주위 사람들과의 협력을 모르면 더 큰 무대에서의 경쟁력은 갖추기 어렵습니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많은 것을 이룰 수 없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교육 현실이지만 우리 가톨릭 학생회 친구들은 그 안에서 어떻게든 협력을 이끌어내려 노력합니다. 자신이 공부한 것을 다른 학우들과 공유하는 친구들도 있고, 세례를 받지 않았는데도 가톨릭 학생회에 들어와 신자인 친구들과 어울리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 친구들을 보며 우리가 익히 알던 협력의 모습이 아닌, 다른 협력의 모습을 봅니다. 화합하고 친교를 이루고 재미있어 하는 친구들을 통해 하느님이 주시는 기쁨과 평화를 새롭게 느낍니다.

 학업의 스트레스로 젊음의 소중함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본당의 젊은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스펙쌓기에, 취업에, 연애에, 혼인에, 안정된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압박에, 하루하루 다르게 변화되어가는 세상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에 오늘도 지치고 힘들어 할 젊은이들이 조금이나마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에게 “괜찮다. 잘 하고 있다. 잘 될 거다.”라는 격려를 해주십시오. 앞으로의 세상을 보다 밝고 아름답게 만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젊은이들입니다. 그들에게는 잠재적 능력이 다분합니다. 젊은이들을 믿고 지지하고 응원해 줄 때 비로소 그들의 능력은 빛을 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