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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그리스도의 젊은 사도, 청소년과 청년
양들이 목자를 만든다


글 김동현 요셉 신부 | 2대리구 대학생담당

 

저는 예수사제회에서 재속사제모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매달 신부님들과 만나서 바오로 사도의 카리스마를 따라 살면서 다른 신부님들의 여러 가지 경험과 이야기를 통해 사목생활을 배우고 있습니다. 지난 모임에서 지도해주시는 수사님으로부터 함께 묵상해 볼 말씀을 들었습니다.

‘양들이 목자를 만든다.’ 신학생 시절, ‘양들을 이끄는 목자의 역할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살았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신자들을 하느님께로 잘 이끄는 것일까? 중심은 항상 ‘나 자신’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얼마 되지 않은 사제생활을 하면서 부족하지만 언제나 ‘무엇을 주어야 하나? 어떻게 신자들을 이끌어야 하나?’ 하는 고민만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이곳 AD(Agnus Dei)센터에서 대학생, 청년들과 함께하면서 목자로서의 모습은 제가 만나는 이들의 신앙 안에 계시는 하느님과의 만남을 통해 키워 나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압량대학생거점성당에 와서 신자들과 함께한 시간이 어느덧 9개월 남짓 되어갑니다. 이곳에서만난 각 지역의 대학생들, 그리고 일자리를 찾아 온 청년들, 그들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그들에게서 배우고 받은 것을 나눠볼까 합니다.

압량대학생거점성당은 영남대학교 정문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다른 대학들과의 접근성 또한 좋습니다. 무엇보다 대학가 원룸촌 옆이어서 영남대학교 학생이 아니더라도 인근 대학교 학생들과 청년들이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저희 성당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요즘 대학생들과 청년들은 매우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빡빡한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방과 후에도 자신의 스펙을 쌓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남은 시간을 쪼개어 가며 자신의 미래를 위해 생활하고 있습니다. 방학 때라고 쉬는 것도 아닙니다. 여전히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리고 일과가 끝난 후에는 아르바이트까지…. 다른 곳에 신경쓰고 살아가기에는 여유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바쁜 생활, 그 와중에 시간을 내어 자신의 신앙을 위해 살아가는 젊은 친구들도 많습니다. 이곳 압량대학생거점성당, 그리고 AD센터에서는 이들을 위해 학기 중과 방학 때 예비신자 교리뿐 아니라 여러 가지 강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신앙과 자기계발을 도와주기 위해 신앙강좌, 문화강좌, 토크콘서트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강좌를 들으며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고 배우려는 청년들의 모습은 참 아름다워 보입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며 저 역시 새로운 꿈을 꾸며 배움의 자세로 함께 강좌를 듣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특성상 압량에 교적을 둔 친구들뿐만 아니라 타 지방에서 온 친구들도 참 많습니다. 그들에게 압량대학생거점성당은 어찌 보면 잠시 머물렀다 가는 곳입니다. 하지만 함께 길을 걷고 있기에 기쁜 마음으로 성당의 일과 행사들을 기꺼이 도와줍니다. 자신들의 시간을 쪼개어 내어 놓으면서까지요. 그들의 희생과 봉사를 통해 압량공동체는 점점 풍요로워지고 있고, 함께함의 행복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만나는 이들 중에는 조금 특별한 이들도 있습니다. 바로 영남대 로스쿨 학생들입니다. 젊은 대학생들이라고 하기엔 어색한 것이 거의 대부분이 30대 중·후반입니다. 기본적으로 대학교를 졸업하고 온 학생들, 자신의 일자리에서 일을 하면서 다니는 학생들, 그리고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온 학생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조금 많은 나이들입니다. 요즘은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새롭게 용기를 내어 자신의 미래를 바꾸어 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대학생 사목을 처음해 보는 것이어서 어떻게 할지 몰라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로스쿨 학생들과 함께 그들의 고민과 신앙을 나누며 저도 새롭게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것이, 이번 학기를 시작하며 6명의 로스쿨 학생들과 4명의 다른 대학생들, 총 10명의 새로운 친구들이 성당을 찾아와 신앙을 갖고 싶다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들을 위해 새로운 교리반을 만들었고 수녀님께서도 기쁘게 그들을 위해 봉사해주고 계십니다.

 

제가 만나는 모든 분들, 특별히 대학생들과 청년들.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모자라고 게으른 저의 모습을 채찍질하곤 합니다. 그들이 가진 용기와 열정, 희망, 꿈! 아직 젊기에 길을 몰라 방황하기도 하고 때로는 쓰러져 주저앉아 있는 이들을 위해 함께 꿈꾸고 함께 희망을 나누는 자리가 되고 싶습니다. 그들의 용기와 열정을 함께 살아가기 위해 저도 용기와 열정을 내어봅니다. 양들인 그들을 통해 목자인 저의 모습을 만들어 갑니다. 그리고 다시 하느님께 희망을 품습니다. 오늘도 청년들 덕분에 목자로서의 삶을 배워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