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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교구장 사목교서
새로운 서약, 새로운 희망
- 성모당 봉헌 100주년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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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 | 천주교대구대교구장

 

 

친애하는 교구민 여러분들에게 하느님께서 풍성히 강복하시기를 빕니다.

2018년, 새로운 전례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지난 한 해 교구는 큰 어려움을 겪었으며, 그 어려움은 우리들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올바로 섬기지 못한 이스라엘 백성을 하느님께서 바로잡아 주시려는 것과 같은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2018년은 그저 한 해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다시 태어나는 교회가 되는 새로운 한 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교회는 늘 쇄신되어야 합니다. 하느님을 올바로 섬기고 이웃을 자기 몸같이 사랑하는 교회 본연의 모습을 늘 새롭게 살아내야 합니다.

몇 년 전 우리 교구는 ‘교구 설정 100주년’을 맞이하면서 ‘제2차 교구 시노드’를 개최하였습니다. 새로운 100년을 위해 결의한 시노드의 내용을 작년까지 한 해에 하나씩 사목의 중점으로 삼고 실천해 왔습니다. 실천이 미흡한 부분은 더 연구하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올해 우리 교구는 ‘성모당 봉헌 100주년’ 맞이하여, 초대 교구장이셨던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께서 교구 설립 당시 주보로 모신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도움을 청했던 그 원의와 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100년 전 성모당이 봉헌될 때의 그 마음으로 돌아가 우리 모습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너 어디 있느냐?”(창세기 3,9) 라는 하느님의 질문에 답하여야 할 것입니다. 교구, 본당 그리고 신자 개개인이 하느님 앞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모습이 하느님의 백성, 그리스도의 신비체의 모습인지 반성하고 교회의 참모습, 신앙인의 참모습을 찾아 나갑시다.

1911년 6월 11일에 주교서품을 받은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께서는 6월 26일 대구로 부임하셔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주일인 7월 2일에 루르드 성모님을 교구주보로 선포하시고 세 가지 청원을 성모님께 드렸습니다. 바로 주교관(교구청사) 건립과 신학교 설립 그리고 주교좌성당의 증축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힘들었던 당시에, 놀랍게도 몇 년 만에 이 세 가지 청원이 모두 이루어졌습니다.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1918년 10월 13일에 루르드의 마사비엘 동굴과 꼭 닮은 성모당을 성모님께 약속드린 대로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봉헌된 성모당은 우리 교구의 기초가 다져진 것을 기념하는 약속의 결실이요 은총의 선물인 것입니다.

우리는 교구 초창기의 절박한 상황보다 더 절실한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드망즈 주교님의 청원은 교구의 기초를 다지는 일이었고, 지금의 우리에게 그 청원은 다시금 신앙생활의 기본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드망즈 주교님의 첫 번째 원의는 주교관(교구청사)건립이었습니다.

현재 교구청사가 낡고 여러 부서가 떨어져 있어 불편한 상황이지만 새 교구청사 건립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바로 교구의 쇄신과 발전입니다. ‘교회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 속에서 교회 본연의 모습을 찾는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고자 노력하고 교회의 사명인 복음화의 과업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며 온 힘을 다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이 시대, 이 사회에 펼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교구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복음화를 위해 한마음이 되어 헌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드망즈 주교님의 두 번째 원의는 신학교 건립이었습니다.

이 땅의 복음화를 위해 방인사제양성을 위한 신학교가 다른 무엇보다 절실했던 것입니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성소자 발굴과 사제양성을 위한 은총을 청해야 합니다. 최근 신학교와 수도회의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성소계발을 위해 성소국, 수도회, 신학교 자체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합니다. 먼저 각 가정과 본당에서 관심을 가지고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무엇이 참된 가치를 지닌 삶인지를 가르쳐 주고, 사제들과 수도자들도 자신의 삶으로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제자됨의 행복을 전해 주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사제는 서품으로써 그 양성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교육으로 이어져야 합니다.(교황청 사제양성지침 81항) 시기별 연수와 교육, 안식년 등 다양한 모습의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기쁨으로 사목하는 사제, 일치하는 사제단이 되도록 지혜를 모으고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드망즈 주교님의 세 번째 원의는 주교좌성당(현 계산성당)의 증축이었습니다.

100년 전 대구읍내에는 본당이 하나밖에 없었지만, 오늘날 우리 교구는 본당 162개, 신자 수 50만에 이르렀습니다. 반면, 쉬는 교우는 급증하였고 입교자들의 수도 점점 줄고 있습니다. 우리 본당과 가정이 하느님의 사랑과 복음의 기쁨이 충만한 본당과 가정이 되기를 청원합시다. 형제적 사랑과 성령의 은총이 충만한 공동체는 선교의 보루가 될 것입니다. 외적 지표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하고, 내적 성장과 신앙의 성숙에 집중하여야 합니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신앙은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습니다. 본당 사목에는 모든 본당 구성원이 방관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참여자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본당의 조직을 정비하고, 신심 활동 단체들도 원래의 취지와 지향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가정이 먼저 기도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드망즈 주교님의 세 가지 청원은 바로 이 시대 우리의 청원입니다. 교구 초창기의 순수함과 절실한 마음으로 돌아갑시다. 그리하여 개인과 가정, 본당과 기관들을 포함한 온 교구가 현재의 모습을 진단하고 쇄신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여 그에 필요한 은혜를 청하도록 합시다. 우리 모두가 당시 드망즈 주교님의 마음으로 돌아가 본당, 가정, 개인별로 기본에 충실한 신앙을 약속하고 2020년까지 3년간 이러한 원의와 희망으로 살아갑시다. 그리하여 3년이 지난 후 성모당 봉헌과 같은 감사와 은총의 선물을 하느님께 봉헌하도록 합시다. 성모당 봉헌 100주년을 맞으며 교구 쇄신, 신앙 쇄신의 열망을 가지시기를 모든 교구민들에게 청합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이윤일 요한과 한국의 모든 성인 성녀님,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7년 12월 3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