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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인 가족찾기 프로젝트
독일 입양인 안나시자 비젤(Anna
-Sija Visel) : 한국이름 박시자


글 김 데레사 수녀 |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유례없이 길었던 추석연휴 중에 서울에서 연락이 왔다. “저는 독일 입양인 안나시자 비젤(Anna-Sija Visel)입니다. 남편과 함께 대구행 기차표를 예매했습니다. 부모님을 찾기 위해 유전자검사도 하고, 백백합보육원도 방문하고 싶습니다.” 방문 날짜는 공교롭게도 추석명절 기간이어서 어린이집은 물론 모든 관공서는 연휴가 끝나야 방문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비젤 씨는 대구 방문 일정을 가까스로 바꾸어 귀국 바로 전날 오후에야 대구로 내려왔다. 대구 도착 즉시 경찰서로 찾아가 유전자 검사를 하고, 백백합보육원, 입양과 연계된 장소를 찾아보는 등 모든 일정을 숨 쉴 틈 없이 바삐 움직였다.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경찰관들, 가는 곳마다 친절과 사랑을 베푸는 사람들을 대하면서 비젤 씨는 고마움과 감동으로 눈물을 글썽이곤 했다.

백백합보육원 기록에 의하면 안나시자 비젤 씨는 1981년 6월 19일 새벽 4시 경주 건천3리 송 조산소 앞에서 미숙아 상태로 발견되었다. 아기는 곧 대현파출소(현 대현치안센터)를 통해 보육원에 맡겨졌다. 보육원에서는 아기의 생년월일을 1981년 6월 10일로 추정했고 박시자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어 8월 에스텔이라는 세례명으로 대세를 주었고 7개월여 보살핌을 받은 후 이듬해 독일 북부 하노버의 한 가정에 입양되었다. 양부모는 비젤 씨에게 시자라는 한국 이름을 포함한 이름을 지어주었다. 비젤 씨는 좋은 교육을 받으며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특히 양부모의 모범적이고 남을 돕는 헌신적인 삶을 마음 깊이 존경한다고 했다.

비젤 씨는 간호학을 전공하여 현재 스위스에서 보건의료계의 의료질 향상 매니저로 일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언제나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든든한 친구이자 지원자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양부모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으나 어릴 적부터 외모가 다르기 때문에 백인들로부터 받아온 인종차별로 어려움도 많이 겪어야 했다. 그런 어려움들은 독일인으로 성장했지만 자신의 뿌리를 찾고, 한국의 문화와 전통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사랑하는 어머니, 저는 저의 전 생애를 통해서, 당신이 누구신지, 그리고 나는 왜 평탄하지 못한 다른 길로 가야만 했는지 의문을 품고 살았습니다. 내가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있었다면 상황이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린 시절에는 매우 자주 내가 왜 버려져야 했는지에 대해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그 상황에 대해 참으로 많이 생각하고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가 ‘왜?’ 라는 질문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자식과 영영 헤어져야 한다는 큰 용기를 내야 했고 그것은 당신에게는 정말로 너무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것, 그 결정은 내가 평화롭고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나를 도와주고 구해주기 위한, 오로지 한 가지 초점에만 집중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나라에 삽니다. 그러나 서로의 얼굴은 모르지만 영적으로나 핏줄과 그리움으로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당신에 대해, 그리고 모든 가족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나에게 이 위대한 생명을 주셨고 당신의 결정으로 인해 나는 아름답고 따뜻한 독일의 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었으니까요. 당신 없이는 저는 존재하지 않았지요! 내 생애에 일어난 무엇이든 내가 경험한 무엇이든지 다 당신으로 인해, 당신의 용감한 결단으로 인해서 오늘의 내가 있게 했지요. 어머니, 저에게 소중한 생명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저는 정말 많이 생각해왔습니다. 건강하시고 잘 지내시길 원합니다. 진심으로 당신을 만나고 싶고 다른 가족들도 만나고 싶어요. 언젠가 우리가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어머니, 당신은 내 마음 속에 언제나 계실 거예요. 온 마음으로 사랑을 드립니다.” - 당신의 딸 안나시자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백백합보육원 입양인 지원 T. 053-659-3333

김 데레사 수녀 : spctk@hanmail.net

 

* 입양인 가족찾기 프로젝트는 이번 호로 끝맺습니다. 그동안 연재해주신 김 데레사 수녀님과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