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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신앙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시는 하느님!


글 이정숙 마리아 | 대구가톨릭대학교 학술정보팀장, 만촌1동성당

 

내게는 마음으로 낳은 아들, 딸들이 많다. 대학교에서 직장생활을 한 지 27년째지만 지난 3년 동안 직접 운영했던 ‘국제학생 학습지원 컨설팅 전담’ 사서의 역할을 통해 교내 유학생들은 거의 다 만나봤을 정도다. 2014년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학습지원 컨설팅은 처음부터 욕심부리지 않고 한 명 한 명씩 다가가겠다고 마음먹고 작고 소박하게 오픈했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유학생들 스스로 나에게로 걸음하는 횟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걸 보면 자식을 대하는 엄마와 같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공감되기도 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년 새 두 배가 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한국인들에게 외국인은 낯설고 어색하기만 한 것 같다. 대학캠퍼스에도 유학생 수는 점점 늘어나 외국인 유학생을 흔하게 마주할 수가 있는데, 내가 처음 만난 외국인 유학생은 2010년 방글라데시에서 온 남학생이었다. ‘방글라데시’라는 나라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그 나라를 여행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나는 소소하게 여기저기 봉사할 수 있는 곳이라면 달려가곤 했는데, 그 유학생을 알고 난 후부터는 해외봉사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2012년 여름방학 때 직접 방글라데시를 방문하고 그 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지 체험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학생은 방글라데시의 힘든 환경과는 달리 사회복지학이라는 전공에 너무나 걸맞다고 여겨질 만큼 항상 밝고 배려심이 많으며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를 가졌다. 또한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녔고 신앙심도 깊어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배울 점이 많은 내적으로 충만한 학생이었다. 그 학생이 졸업하던 2014년에 학습지원 컨설팅을 한 학생들 중 두 명의 방글라데시 학생이 우리 학교 가톨릭 장학생으로 오게 되었다. 처음 만났을 때 ‘안녕하세요!’라는 말조차 할 수 없었던 그 학생들에게 나는 서먹함, 어색함조차 느끼지 않았고 대화조차 할 수 없었지만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크나큰 탈렌트 덕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또한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해야 하는많은 일들 중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유학생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보통 외국인이라고 하면 선뜻 다가서는 사람들이 없는 게 현실이다. 두 명의 유학생이 한국어학당에서 연수(1년)를 하는 동안 또 한 명의 파키스탄 유학생에게 퇴근 후에 한국어 말하기를 집중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나도 자식을 키우고 있으므로 ‘만약 내 아이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나라에 유학을 가게 된다면 얼마나 막막하고 답답하고 힘이 들까? 대화도 통하지 않는 머나먼 한국까지 온 이 아이들은 얼마나 답답하고 힘이 들까?’ 하는 생각이 마음 깊이 자리했다. 외국인이라는 신기함으로 잠시 스쳐 지날 뿐 아무도 세심하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이곳에서 유학생들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야 하고, 문화의 문턱을 넘어서야 하며 향수병으로 가슴앓이를 하면서 점점 더 성장해가고 있었다. 고향을 떠나온 지 3~4년이 지나도 비행기 값이 없어 ‘집에 가고 싶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 눈물을 보이며 스무 살이 넘은 나이에도 집과 엄마를 그리워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유학생들을 격려하면서 때로는 엄마처럼 잔소리도 많이 한다. 혼이 난 다음 날에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으면서 다시 찾아오는 모습을 보면 내 눈에는 마냥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이기만 하다. 이렇게 유학생들의 고충을 옆에서 늘 함께하다 보니 깊은 사연, 힘든 어려움을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그 나라의 언어를 쉽게 배우려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라는 말이 있다. 한국문화에 빨리 적응하도록 관광지, 음식점, 미사, 봉사활동 등 많은 체험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욕심에 무던히도 쫓아다녔다. 그 덕분인지 다른 유학생들보다 훨씬 한국어를 잘한다는 얘기도 듣게 되었다. 그러나 이 학생들에게는 또 넘어야 할 큰 관문이 있었으니, 바로 한국어능력시험(TOPIK)이었다. 유학생들이 한국어로 전공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토픽 4급을 통과해야만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으므로 더욱 한국어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은 물론 토픽 시험 대비를 잘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을 하고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전공 수업에 뒤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준비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등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한국어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정말 힘든 것이었다.

학과 수업 외에 유학생들이 발걸음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이 도서관이 되게끔 해야겠다는 생각에 더 많은 유학생들에게 도서관 선생님으로서 해줄 수 있는 방법은 유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도서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국인 유학생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흥미를 더 높일 수 있도록 계속 밀어붙였다. 학습지원 컨설팅과 더불어 독서 프로그램까지 함께 진행하다보니 유학생들에게 내가 근무하는 도서관 2층은 언제든지 편안하게 들렀다 갈 수 있는 쉼터이자 공강(空講) 시간을 활용하여 학습은 물론 상담도 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곳에 오면 항상 편하게 만나 자신들의 속내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선생님, 때로는 친구, 엄마가 되어 이 학생들과 더불어 내 마음도 또한 점점 더 성장해갔다. 퇴근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할 만큼 시간 할애를 해도 아깝지 않았고 유학생들 중 어느 누가 도움을 요청해도 달려가곤 했다.

가끔 ‘내게 이런 마음과 지치지 않는 사랑이 어디서 오는 걸까?’ 하고 생각해본다. 내가 만난 유학생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내가 이런 멋진 사랑의 소유자가 될 수 있도록,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고 힘을 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늘 내 곁을 지켜주시고 채찍질해 주시는 분, 바로 하느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와 잠자리에 들기 전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 찬미합니다!’를 되뇌며 주모경을 바친다. 이런 내 목소리를 하느님께서 들으시고 더 많은 힘을 실어주시는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오늘도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기도와 함께 힘차게 아침을 맞이한다.

 

* 이번 호부터 나의 삶, 나의 신앙이 여러분 곁을 찾아갑니다. 많은 애독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