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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1
사랑하는 어머니!
- 어머니께 대한 딸의 사랑을 담아 수녀원에서


글 채 마리아 에우제니아 수녀|도미니코회 천주의 모친 봉쇄 수도원(스페인)

 

아득하신 하느님의 사랑같이 품에 안아 울타리 되시어

일생을 이 사랑에 바치시고,

자식이 무엇이라고 눈에 눈물이 고일 새라

험한 길이 그릇될 새라 가슴 조이며 서성이시던 내 어머니!

당신 눈의 눈물인 듯 내 눈매를 닦아 주시고

당신 가슴의 이름보다 더 아련하시던

살과 피를 다 나누어 주시고도

오히려 기뻐하시던 불가해한 사랑.

 

다 자란 새끼들을 둥지에서 날려 보내는 어미 새처럼

하나하나 길 나서는 자식들을 따라 나선 한길 모퉁이에서

뒷모습 점점이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

흔드시는 흰 손수건에 고이 그 뒷모습 접어

가슴 깊이 품으시며 남모르게 눈물 감추시는 아, 나의 어머니!

 

어머니! 이제야 사랑을 알아듣습니다.

하느님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사랑같이 무성한 숲을 이뤄

여태껏 날 지켜보시던 당신 사랑을….

거기에서 나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내 고향,

내 흙, 나의 어머니!

내 하느님의 가장 큰 유산, 약속의 땅 거기,

내 영혼을 묻으면 내 추위가 다 가셔지고

내 발길, 거기 향하면 항상 따스한 요기로 내 육신이 힘 솟고

누울 아득한 아랫목이 되어주시던 내 어머니!

 

당신이 내 집이 되어 주시마고

나를 부르시는 분의 음성을 듣습니다.

영원하고 견고하며 내 어머니의 어머니!

당신의 살과 피로 나를 먹이시니 당신 사랑으로

날 눈뜨게 하시고

당신으로 내게 생명이 되시고 길이 되시며

영원한 약속이 되시는 분.

날 낳으신 어머니를 낳으신 분,

날더러 오라 하시고 부르시며 이끄시는 분,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모합니다.

이 여식의 오직 하나 괴로움은

내 어머니를 곁에서 뵙지 못하는 것,

조석을 끓여드리지 못하는 것,

누우신 자리를 봐드리지 못하는 것,

희어진 머리카락을 다듬어 드리지 못하는 것….

 

성모님을 헤아려 봅니다. 33년의 나자렛 숨은 두 분의 생활,

길 나서시는 거룩하신 아드님을 배웅하시던

그 마음이 어떠하셨으랴!

하느님과 당신 사랑의 역사와 그 신비를 고통 중에

지긋이 음미하셨으리라.

그러나 한시도 당신 아드님과 나눠지신 적 없으신

이 신적 모성애,

십자가 아래에서

그 아드님과 함께 구속의 사랑과 고통을 함께하시던

하느님의 어머니!

 

어머니! 하느님과 성모님과 당신에게서 사랑을 배워

내 길에서 나도 영혼의 어미가 되어

내 삶으로 다른 이의 생명이 되고 양식이 되며

추위를 녹이고 아늑한 고향 같은 낮고도 따뜻한 어미 되어

날 부르신 하느님의 거룩한 뜻을 채워드리고 싶습니다.

사랑과 충실함의 약속으로

날 이끄시는 내 사랑 예수님의 정배가 되어

십자가까지 함께 나누는,

하여 여식 하나를

온전히 하느님께 바쳐드리는 어머니의 희생이

하느님께 어여삐 보이도록,

어머니 사랑의 갚음으로

천국에서 어머니 머리에 화관이 되도록

하느님을 어머니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승에서부터 내 사랑으로 얻은 하느님께 대한 앎과

하느님의 사랑으로 꾸며주신 내 영혼의 순수한 향기와

내 고통으로 얻은

하느님의 자비(이는 그리스도와 함께하여 얻은 것입니다.)와

당신께서 뽑으신 영혼들이 당신을 기쁘게 해 드림으로 얻은

당신의 은총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내게 사랑을 가르쳐 주심으로 하느님께서

우리 어머니를 축복하시기를….

내게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딸을 바침으로 하느님께서 우리 어머니에게

자비로우신 보호처가 되도록

영원히 좋은 날을 마련하시어

하느님 안에서 기쁨을 누리게 해주시기를….

 

사랑하는 내 어머니!

멀리서 이 여식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좋으신 하느님께

어머니를 맡겨드리고

성모님의 자애로우신 보호 아래 어머니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