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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2
세례성사의 은총 안에서


글 박은숙 베로니카|매호성당

 

‘주님 저희가 점점 더 당신을 알고 사랑하도록 도와주소서.’

성호경과 함께 매일 눈뜨면 시작하는 기도 중 하나입니다. 저는 육십 평생 진갑이 넘도록 주님을 외면하며 살아온 어리석은 죄인입니다. 젊었을 때는 많은 고생을 했지만 지금껏 주님의 은총 없이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남편과는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는 금슬 좋은 부부였고, 자식들도 인성 바르고 전문직으로 훌륭하게 잘 자랐으며 마음에 꼭 드는 속 깊고 지혜로운 며느리와 사위를 가족으로 맞아 사랑스런 손주도 보고,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면서 남은 인생은 여유롭게 즐기면 된다는 교만한 생각을 해왔습니다. 이 모든 소중함이 주님의 은총이었음을 그동안 왜 몰랐을까요?

교만했던 저에게 얼마 전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자상하고 좋은 남편, 자식들의 존경을 받는 좋은 아버지로 자식들의 본보기였던 남편이 퇴임할 무렵, 은퇴의 무게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허무함으로 갑자기 마음을 잡지 못하며 기가 죽고 위축된 것입니다. 제 위로가 남편에게 큰 힘이 되지 못하는 걸 보고 인간은 한없이 부족한 존재임을 깨달았습니다. 제 미약함이 저를 더욱 힘들게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동서가 힘든 암수술과 항암 치료과정을 주님의 보살핌으로 잘 견디는 것을 보고 또 주님의 평화 속에서 밝고 긍정적으로 살고 있는 동서의 권유로 저도 주님을 찾게 되었습니다. 동서 레지나가 점점 완쾌되고 있는 걸 보면서 주님의 은총이 신비롭기만 했습니다.

처음 교리 공부를 시작할 때 잘 모르는 교우들과 마음 나누기를 하는 게 많이 불편했었는데 이제는 그들과 형제자매가 되었습니다. 미사 전례의 순서와 기도문을 외우지 못해 많이 어색했지만 그 또한 잘 배워 이제는 거룩한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 저에게는 큰 축복입니다. 또 주님을 찾으며 기도하는 제 모습이 낯설기만 했었는데 지금은 주님의 평화 속에서 아침과 저녁기도를 바칠 때 행복하기만 합니다. 간절해서 주님을 찾았는데 제 믿음이 생각보다 작고 갈 길이 멀어 답답하기도 하지만 주님의 사랑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주님 사랑을 알아가면서 제가 조금씩 변하였습니다. 지나간 우리 가족들의 평화와 행복이 온전히 우리 노력만으로 얻게 된 것이 아니고 주님의 은총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지요. 약해진 남편을 주님 손으로 일으켜 주시고, 주님 팔로 감싸주시며, 주님의 힘으로 굳세게 하시어 더욱 힘차게 살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남편에게 받은 사랑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남편을 위해 기도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저는 많이 변해야 함을 느낍니다. 남편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하느님을 섬기도록 간절히 기도드려야 하고, 더욱 저 자신을 낮추며 남에게 상처주지 않고 또 저에게 상처 준 사람들을 용서해야 한다는 것도 함께…. 그리고 교리공부와 공동체 활동도 열심히 하여 하느님을 외면했던 삶에서 하느님을 섬기는 참 삶을 사는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오늘 세례성사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주님의 부르심이 영광스럽고 은혜롭습니다. 앞으로 신부님 말씀처럼 구원공로를 쌓으면서 주님의 종으로 주님을 믿고 따르며 교회공동체 일원으로 바르게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예비신자보다 출발이 늦었는데도 기회를 주시고 저를 ‘베로니카’로 새롭게 태어나도록 축복해주신 주임 신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또 예비신자 성지순례 때 장염과 멀미로 함께한 분들께 민폐를 끼쳐 죄송했었는데 그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오히려 마음의 짐을 벗을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언제나 우리 예비신자들을 위해 봉사해주신 분들과 먼저 마음을 열고 인도해주신 교리 선생님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