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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정미연(소화데레사) 화백
하느님의 시간, 인간의 시간 안에서


취재 김명숙 사비나 편집장

 

지난해부터 천주교대구대교구 〈대구주보〉 표지 성화를 통해 교구민들에게 친숙하게 와 닿고 있는 정미연(소화데레사, 성동성당) 화백. 경주와 서울을 오가며 여전히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정 화백이 최근 『사순, 날마다 새로워지는 선물』(가톨릭출판사)을 펴냈다. 이 책은 2004년에 발간된 『내가 발을 씻긴다는 것은』의 개정 증보판으로, 서울대교구 유경촌(티모테오) 주교의 묵상 글에 정 화백의 그림 47점이 함께했다. 특히 이번 책은 교회전례력으로 가·나·다해 사순시기 어느 때나 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고 그날의 성경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자신의 실천사항도 적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는 평이다. 

서양화가, 성화작가로 널리 알려진 정미연 화백은 서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왔는데 최근에 경주에 정착한 이후 대구에서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이에 정 화백은 “그동안은 주로 서울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냈는데 딸이 결혼한 뒤에야 비로소 남편(한국화가 박대성) 곁으로 내려와 경주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대구대교구와의 인연에 대해 정 화백은 “고향이 대구인데다, 2016년 ‘하느님의 시간, 인간의 시간 2016’ 순회 전람회를 서울, 경주, 부산, 독일 오틸리엔수도원에서 열기로 하고 경주예술의전당 라우갤러리에서 전람회(2016.4.22~5.6)를 하던 중, 뜻밖의 기회가 주어져 주교좌범어대성당 드망즈갤러리에서 전람회(2016.12.22~2017.1.12)를 열게 되었고 많은 인연들이 축복처럼 이어졌다.”고 했다.

드망즈갤러리에서 열린 ‘하느님의 시간, 인간의 시간 2016’ 전람회에는 ‘에밀 타케 신부님을 만나다’ 전람회도 함께 진행됐다. ‘에밀 타케 신부님을 만나다’는 의미 있는 전람회였던 만큼 그 준비과정도 쉽지 않았다는 정 화백은 “사제이자 식물학자로 한국의 자연을 너무나 사랑하셨던 타케 신부님의 정보가 너무 없어서 매일매일 기도와 묵상 안에서 신부님의 사진 몇 장과 편지글을 읽으며 그 시대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의 상황을 떠올리며 타케 신부님의 마음속으로 깊이 들어가고자 애썼다.”며 “그렇게 고심하던 어느 날,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눈물이 펑펑 흐르고 물꼬가 터지기 시작하여 밤낮없이 작업에 몰두한 끝에 만족할 만한 대작들을 완성하여 선뵐 수 있었다.”고 했다. 정 화백은 붓을 들기 전 깊은 묵상을 하며 대상자와 깊숙이 하나가 될 때라야 붓을 든다.

그런 정미연 화백에게 ‘성화(聖畵)’란 어떤 의미일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앙인들의 가슴을 두드리는 그림”이라고 힘주어 말하며 “슬픔이 있을 때는 깊은 슬픔으로, 기쁠 때는 크나큰 기쁨으로, 빛의 환희가 왔을 때는 벅찬 환희로 신자들의 영혼에로 가닿을 수 있게 화폭에 담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작품을 보고 있으면 밝고 환한 색채와 더불어 어둡고 무채색으로 표현되는 정 화백의 작품은 아무런 설명 없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가슴을 두드리게 하고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때때로 정 화백은 “하느님께서는 사람마다 개개인의 감성을 다르게 주셨음을 자주 깨닫곤 하는데 유난히 저는 기쁨, 슬픔 등의 감성이 풍부해서 슬플 때는 슬픔 속에, 기쁠 때는 기쁨 속에 빠져들곤 했는데 나이가 들고 신앙의 켜가 두터워지면서 변화된 모습을 스스로 느낀다.”며 “예를 들어 어떤 고통이 올 때면 그 고통이 고통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따스한 주님의 손길로 느껴져 기도로 승화시키도록 이끌어주신다.”고 했다.

  

그런 맥락에서 정 화백은 인물화 위주로 내면의 세계를 그리고 싶었고 그렇게 작업에 몰두해왔다. 그와 달리 한국화가로 저명한 남편 박대성 화백의 작품에 대해 정 화백은 “박 화백님은 우리의 옛 것과 고미술을 사랑하시고 우리나라 산천의 산수를 작품에 담아오셨다.”며 “그 모습을 곁에서 보며 저의 정체성을 찾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두 딸도 그림을 전공했다는 정 화백은 자신의 작품에 가장 예리한 비평가는 딸이라고 귀띔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정 화백은 “3월 14일(수)부터 25일(일)까지 서울 명동 1898갤러리에서 사순묵상집 원화(原畵)와 에밀 타케 신부님 그림 전람회가 있고, 이어 3월 28일(수)부터 4월 10일(화)까지 주교좌범어대성당 드망즈갤러리에서는 〈대구주보〉 표지에 소개된 전례를 따라가는 그림들, 사순묵상집 원화, 그리고 대구에 소개되지 않은 이육사 시인의 시 그림 등 세 가지 주제로 150여 점의 전람회가 예정되어 있다.”고 했다. 또 여산성지 성상 및 성물 작업 등 여러 가지 일들도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키며 동시에 저서 출간 등 바쁘게 지내 온 정미연 화백은 “이 모든 일들은 하느님의 시간 안에서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활짝 웃었다. - 자료사진 : 정미연 화백, 가톨릭출판사

 

* 정미연 화백은 성상과 성물 제작, 벽화작업을 했고 다수의 개인전·초대전을 열었다. 저서로는 『그리스 수도원 화첩기행』(글·그림), 『하느님의 시간, 인간의 시간』(글·그림), 『이육사 탄생 110주년 기념 시화집-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그림), 『묵주의 구일기도』(그림), 『사순, 날마다 새로워지는 선물』(그림)을 출간했으며, 〈서울주보〉 표지와 〈가톨릭평화신문〉에 ‘그림으로 읽는 복음’ 연재에 이어 2017년부터 〈대구주보〉 표지 연재를 맡고 있다.